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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예정된 파멸로 향해가는 고요한 스릴러 - <헤이트풀 8> 줄거리, 결말, 평점

by Doolim 2022. 1. 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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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와이오밍의 눈보라 치는 고요한 산자락.

 

그 속에 자리잡은 고독한 산장.

 

그 산장으로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는 자들이 하나씩 모여들고, 이내 눈보라에 고립된 그들은 서로의 오래된 원한을 들춰내며 의심 속에 빠지기 시작한다.

 

증오와 불신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서로 지켜보는 여덟 사람.

 

쿠엔틴 타란티노의 여덟 번째 작품, 헤이트풀8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헤이트풀8 출연진, 헤이트풀8 정보

 

헤이트풀 8에는 이미 MCU 영화들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사무엘 잭슨이 고독한 현상금 사냥꾼 마르퀘즈로, 커트 러셀(가오갤2에서 스타로드의 아버지인 셀레스티얼 '에고' 역을 맡았었다)이 역시 범죄자를 반드시 살려 교수형 집행대로 끌고 가는 특이한 신념을 가진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 역을 맡았다.

 

다만 그 외의 배우들은 한국의 관객들에게 아주 익숙하지는 않은 얼굴들이다.  영화를 끌고 가는 주요 배역 중 하나인 사형수 '데이지'를 맡은 제니퍼 제이슨 리의 경우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 또는 조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뛰어난 배우이고 네이버영화 상의 필모그래피만으로도 68건의 영화에 주조연으로 출연했으나, 그 중 딱히 한국에서 흥행했던 영화가 별로 없다...

 

신임 보안관 크리스 매닉스 역의 월튼 고긴스 역시 다양한 코미디와 액션을 망라하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는 배우이고, 그래서 얼굴은 사실 낯이 익은데 역시 딱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다...

 

한편 사형집행인 오스왈도 역을 맡은 팀 로스의 경우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저수지의 개들>부터 그와 함께한 오랜 동료로서 본작이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 4번째 출연작이다(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포 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 뛰어나며, 특히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들만의 대사와 행동만으로 극의 대부분이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한 명도 연기에서 밀리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한편, 한 블로그에 의하면 타란티노의 영화는 일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팀 로스가 맡은 오스왈도는 바스터즈에 나온 아치 히콕스 중위의 고조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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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 줄거리/ 헤이트풀8 결말(스포 주의)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헤이트풀 에잇 줄거리.

 

영화는 총 5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진행된다.  

 

시대는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 장소적 배경은 와이오밍의 험한 산자락이다.

 

첫 번째 챕터.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현상금 사냥꾼 워렌 마르퀘즈(사무엘 잭슨 분)은 자신이 죽인 수배범들을 싣고 산을 넘다가 눈보라를 만나 말이 죽자 곤경에 처한다. 

 

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워렌과 면식이 있는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커트 러셀 분).

존 루스는 현상금 1만 달러짜리 수배범인 데이지(제니퍼 제이슨 리 분)를 호송 중이어서 신경이 예민한 상태였지만, 워렌은 자신이 싣고 있는 수배범의 시체도 현상금이 8천 달러에 달하니 데이지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설득해 간신히 마차를 얻어타게 된다.

 

마차를 타고 가던 도중 존은 워렌이 갖고 다니던 링컨 대통령의 친필 편지를 다시 보여달라고 하며 신기해 하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데이지가 편지에 침을 뱉는다.

 

그러자 화가 난 워렌은 데이지의 뺨을 후려치고, 그 충격에 데이지는 마차 밖으로 떨어지지만 데이지와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던 존까지 덩달아 마차 밖으로 떨어져 버린다.

 

마차를 잠시 세우고 실랑이를 하던 세 사람은, 저 멀리서 또다른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그는 존과 워렌이 향하고 있던 행선지인 레드락의 신임 보안관이 될 크리스 매닉스였다.

 

그는 남부군 잔당의 일원으로 흑인 마을을 습격하고 약탈하는 행위를 자행했었고, 그렇기에 남부군의 기지를 불태우고 도주한 워렌을 잘 알고 있었다. 

 

사정사정해서 마차를 함께 얻어타게 된 크리스는 워렌이 전쟁 도중 한 행위로 인해 민간인들까지 죽었다며, 흑인 해방이 아니라 단순히 백인을 죽이고 싶었던 것이 아니냐며 그를 비난하지만 워렌은 헛소리를 하면 바깥의 마부와 함께 앉게 해주겠다고 위협하여 그를 입다물게 만든다.

 

일행은 점점 심해지는 눈보라 때문에 '미니의 잡화점'이라는 산장에서 잠시 폭풍을 피해 가기로 한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일행이 도착한 미니의 잡화점에는 이미 손님이 와 있었다.

 

레드락의 사형집행인 오스왈도(팀 로스 분), 카우보이 조 게이지(마이클 매드슨 분), 남부군 장교 출신인 샌디(브루스 던 분)이 그들이었다.

 

한편, 주인인 미니와 남편(또는 애인?)인 데이브는 현재 사정이 생겨 가게를 비우고 직원인 밥(데미안 비쉬어 분)이 가게를 보고 있었다.

 

일행은 잡화점에 들어와 서로 담소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한편, 마굿간에 말을 매는 것을 도와주러 밥과 함께 가게에서 약 2-30미터 정도 떨어진 마굿간으로 간 워렌은 미니가 자리를 비운 이유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고, 게으른 데이브가 그렇게 먼 곳까지 떠난 것이나 갑자기 미니가 자리를 비운 것이나 뭔가 이상하다며 밥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가게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일행. 크리스는 똑같이 남부군 출신에 저명한 장교였던 샌디를 알아보고 반가워하고, 워렌은 흑인 포로들을 학살한 샌디를 보고 싸움을 걸려다가 '비무장인 노인을 쏴서는 안 된다'는 오스왈도에 의해 만류당한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대충 손님들의 신원을 파악한 존은 워렌을 불러 이 가게의 손님 중 누군가는 아마도 데이지를 구출하기 위해 잠입한 한 패일 거라며 안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워렌은 조금 편집증적인 게 아니냐고 하지만, 이내 그를 도와 가게의 손님들의 무장을 해제하는 데 협력한다.

 

저녁식사 도중 크리스는 워렌을 살살 도발하며 링컨의 편지를 보여 달라고 하지만 워렌은 이를 거절한다.

그러자 크리스는 북부군이었지만 남부군 기지에 불을 질러 민간인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 북부군에서조차 쫓겨난 워렌이 링컨과 개인적으로 편지를 주고 받았을 리가 없지 않냐며 그를 조롱하고, 워렌은 편지가 가짜임을 시인한다.

 

순순히 편지가 가짜임을 시인하고 피식 웃는 워렌과는 달리 편지가 진짜인 것으로 믿었던 존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흑인들은 전부 거짓말쟁이가 맞다고 그를 비난한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잠시 후, 워렌은 샌디와 전쟁 시절 이야기를 시작한다.

 

샌디는 자신의 아들이 이 곳 근처에서 죽어서 묘비에 글자를 새기는 길이라고 하자, 워렌은 자신이 그의 아들을 안다고 말하며 사실 그의 아들을 죽인 것은 자신이라고 말한다.

 

믿기 어려워하는 샌디를 계속 도발하며 그의 눈 앞에 보란듯이 권총까지 놔 주는 워렌.

 

참지 못하고 샌디가 권총을 집어들자 워렌은 번개같이 자신의 총을 들어 그를 쏴버린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한편, 워렌이 샌디를 함정에 빠트려 사살한 그 순간 산장의 한 구석에서 끓고 있는 커피에 누군가 독약을 넣었고, 데이지만이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존과 마부 오비가 커피를 따라 마신다.

 

잠시 후, 기타를 치면서 존이 곧 죽을 거라며 조롱하던 노래를 부르는 데이지에게 화를 내고는 기타를 박살내는 존. 

(나무위키에 따르면 여기에 흥미로운 일화가 있는데, 여기에 쓰인 기타가 150년짜리 유서 깊은 진짜 유물을 빌려온 것이었고 기타를 박살낼 때 쓸 기타는 대용 기타를 썼어야 했는데,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커트 러셀이 실제 유물인 기타를 박살내 버렸다고 한다...)

 

불안한 정적이 감도는 순간.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갑자기 오비와 존이 격렬하게 피를 토하기 시작한다.

 

마침 커피를 따라 마시려던 크리스는 그 광경을 보고 멈칫하고, 존은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크리스에게 외친다.

수갑에 묶인 채였던 데이지와 엎치락뒤치락 하던 존은 그의 총을 빼앗아 든 데이지에게 심장이 관통되어 죽고, 오비 역시 계속해서 피를 토하다가 쓰러져 사망한다.

 

재빠르게 사태를 파악한 워렌은 방금 막 똑같은 커피를 마실 뻔한 크리스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용의선상에 놓고 오스왈도와 밥, 조를 벽을 보고 서라며 내몬다.

 

그리고는 멕시코인을 혐오하는 미니가 멕시코인 직원(밥은 멕시코인이었다)을 고용했을 리가 없고, 일주일 전에 미니가 산장을 떠난 것 치고는 저녁식사로 먹은 스튜가 너무 새 것이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산장의 임시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세운 후 그를 먼저 사살한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이어서 조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크리스와 워렌.

 

그런데 자리에 서 있는 워렌의 발 밑 지하에 그동안 일행이 보지 못한 마지막 인물이 있었고, 그는 마루 위의 워렌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아수라장이 된 산장 안.

 

오스왈도는 숨겨둔 총을 꺼내 크리스를 쏘지만, 크리스와 워렌은 각자 총을 쏴 오스왈도를 무력화시키고, 총이 없었던 조는 자신은 상관 없다며 옆으로 도망간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시간은 워렌과 존 일행이 도착하기 전 그날 아침으로 되돌아간다.

 

사실 밥과 오스왈도, 조는 모두 가명을 쓰고 있었고, 그들은 모두 존이 의심했던 것처럼 데이지의 한 패였다. 한 패가 한 둘이 아니라 사실 존 일행과 샌디 스미더스를 제외한 모두가 한 패였던 것이다!

 

게다가 한 패 중에는 갱단의 두목인 조디(채닝 테이텀 분), 즉 데이지의 오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4명의 갱단은 존이 레드락으로 가기 전 이 산장에 들를 것을 알고 미리 산장의 주인인 미니, 데이브와 그 직원들을 전부 총살한 후, 무력한 샌디만 일종의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한 소품처럼 남겨둔 것이었다.

 

결국 손님들 중 데이지와 한 패가 있다는 존과 워렌의 추측은 맞아떨어졌지만, 손님들 모두가 한 패일 거라고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헤이트풀8>

다시 시간은 현재로 돌아온다.

 

치명상을 입어 목숨만 붙어 있는 오스왈도 그리고 그래도 총을 쥐고 있는 크리스와 워렌.

 

다급해진 데이지와 오스왈도, 그리고 조는 어차피 갱단의 잔당들이 들이닥치면 크리스와 워렌 모두 죽은 목숨이니 아직까지는 자신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은 크리스만은 살려 주겠다며 대신 크리스에게 워렌을 쏘라고 요구한다.

 

마치 그녀의 말에 흔들리는 듯 보였던 크리스는 일언지하에 그녀의 요구를 거절하고, 워렌은 틈을 봐서 숨겨둔 총을 꺼내려고 했던 조까지 쏴 버린다.  

 

데이지까지 마저 쏘려던 크리스는 과다출혈로 순간 기절하고,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마침 총알가지 다 떨어진 워렌. 

그런 워렌을 보고 데이지는 재빨리 존과 그녀를 여전히 묶고 있던 수갑 부분을 잘라내기 위해 존의 팔을 잘라버리고 바닥에 떨어진 총을 향해 기어간다.

 

그녀가 워렌을 향해 총을 쏘려는 순간, 극적으로 깨어난 크리스가 그녀에게 다시 총을 쏴 그녀를 무력화시킨다. 

 

그녀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워렌은 끝까지 범죄자를 죽이지 않고 호송해 교수형에 처하려고 했던 존의 신념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녀를 교수형에 처하자고 제안한다.

 

힘을 합쳐 그녀를 목매단 둘은, 링컨의 가짜 편지를 돌려 보며 잡담을 나눈 뒤, 서서히 잠이 든다...

 

 

헤이트풀8 평점

 

수많은 등장인물과 수많은 대화 씬, 그리고 막판 10분의 유혈이 난무하는 고어한 폭력씬이 시그니처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8번째 영화다.

(헤이트풀8 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아마도 8번째 영화라는 점과 맞추기 위해 조금 작위적으로 맞춘 제목이 아닐까 싶기도 한게, 실제로 산장 안의 등장인물은 8명이 넘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느 쿠엔틴 영화나 모두가 그렇듯이 후반 10분의 감정적 폭발을 향해 위태위태하게 흘러간다.  눈보라 속 고립된 산장, 인물간의 오래된 원한, 심심할만 하면 허리춤에서 번쩍이는 피스톨들.  영화는 후반까지의 2시간 내내 이렇다할 액션이 없이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만으로 진행되는데도 긴장감을 놓을 새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후반 약간의 반전과 함께(이미 아가사 크리스티 시절에 써먹었던 트릭이기에 놀라운 반전이라고는 못하겠다) 등장인물들 간에 급박한 피의 사투가 시작된다.  이 결투에서 당장 살아남더라도, 끝에 기다리는 것은 죽음 뿐이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지배하는 일관된 주제의식이라는 것이 있다면, "선량하다고 오래 살아남는 것도, 악하다고 일찍 죽는 것도 아니고, 죽음은 랜덤하고 공평하게 찾아온다"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권선징악적인 구조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철되는 바스터즈 같은 영화는 오히려  예외적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타란티노의 영화에 익숙한 관객 대상 평점은 ★★★★☆. 권선징악이나 액션의 쾌감은 적지만, 오로지 대화와 인물의 눈빛만으로 순간 무슨 일이 터질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타란티노식의 연출은 이 영화에서도 유효하다.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전적 미스터리물에서 볼 법한 고립된 장소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군상극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본격파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관객 대상 평점은 ★★★. 이 영화는 엄밀히는 추리극이나 탐정물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후반부 워렌의 추리 씬과 극의 전반부에 꾸준하게 이어지는 서스펜스는 본격파 미스터리물 중 '고립된 산장에서의 연쇄살인' 장르를 연상시킨다.  이미 이런 본격파 추리물 영화가 사실상 고사된 영화판에서 그나마 비슷한 대체재를 찾는다면 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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