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란 대상이 되는 원본 작품을 의도적으로 모방하여 대상 작품을 비틀어 새로운 메시지를 만드는 예술 형식이다. 종종 '오마주'와 혼동되어 쓰이기도 하는데, 패러디의 경우 대상이 되는 원본을 비틀거나 우스꽝스럽게 모방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반면 오마주는 말 그대로 대상 작품에 대한 경의를 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패러디는 코미디 영화에 무척 적합한 연출 방식이다. <무서운 영화> 1편이 처음 나온 2000년대만 해도, <총알탄 사나이>나 <오스틴 파워>같이 이미 기존의 프랜차이즈(007 등)을 패러디한 코미디 작품들이 하나둘씩 출현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무서운 영화는 그런 선배 영화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패러디 영화로 자리매김했고, 심지어는 최근까지 시리즈를 5편이나 찍어내면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미트 더 스파르탄, 디재스터 무비, 에픽 무비 등 비슷비슷한 아류물까지 합치면 수십 편은 더 될 것이다)
과연 시리즈를 5편이나 찍어낸 패러디 영화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었을까?
무서운 영화 줄거리
(사실상 스포가 별 의미 없는 영화라 이번에는 스포 주의 표시 생략)
시작하자마자 한 금발의 미녀가 집에서 팝콘을 먹다가 갑자기 나타난 스크림 가면을 쓴 살인마에게 살해당한다.
신디와 친구들은 다음 날 학교에서 친구 드류가 살해당한 소식을 듣게 된다.
사실, 신디와 친구들은 여름에 여행을 가다가 한 남자를 차로 친 적이 있는데, 남자는 사실 살아있었지만 친구들은 알아채지 못하고 굳이굳이 그를 항만에 갖다 버린 적이 있었다.
신디는 그 남자의 복수가 아닐까 의심하지만, 친구들은 모두 과잉반응이라며 무시한다.
그러나 남은 친구들도 하나둘씩 살해되고, 신디는 남자친구 바비를 의심하지만 바비가 체포되어 유치장에 들어가 있을 때 또 한번의 습격이 일어남으로써 바비는 무죄로 풀려난다.
마지막 날.
신디의 집에서 파티가 벌어지고, 파티에 왔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이제 살인마의 마수는 신디를 향한다.
그런데 살인마는 사실 둘이었고, 그 둘은 바비와 친구인 레이였다. 둘은 자해를 한 후 신디를 죽여서 '살인마에게 모두 당했으나 자신 둘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제3의 살인마가 둘 모두를 죽이고 신디를 쫓는다.
간신히 살인마를 따돌린 신디는 묶여 있던 아버지를 구해내지만 죽은 줄 알았던 살인마는 어디에도 없었다.
경찰서에 도착해 진술을 하던 신디는, 비로소 제3의 살인마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것은 동네 바보처럼 행세하고 다니던 친구 오빠 두피였다!
바보같은 행색으로 경찰서에서 나오던 두피의 걸음걸이가 점차 정상으로 돌아가고(유주얼 서스펙트의 마지막 장면처럼), 유유히 마을을 떠나며 영화는 끝난다.
무서운 영화 특징
<무서운 영화Scary movie>는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 <스크림>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를 적당히(?) 섞어서 만든 영화다. 그래서 서사적으로는 위 두 영화와 크게 다를 것이 없고, 딱히 흥미로운 부분도 없다.
이 영화에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중간중간 그 당시 가장 유행했던 영화들의 장면장면들을 패러디했다는 것이다. 줄거리와 중간중간의 대사들 자체가 위 두 걸출한 호러 영화의 패러디라는 점 외에도, 많은 장면들이 다른 영화의 시그니처 씬을 모방하고 있다.
먼저, 신디와 바비가 처음 성관계를 하는 장면에서 처음 침대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씬은 <아메리칸 파이>의 한 장면을, 신디가 '나의 이름을 외쳐라'라고 하는 장면은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에도 출연한 섀넌 엘리자베스는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에서도 출연했었다)
그 외에도 장면마다 무슨 영화를 패러디한 것인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서운 영화> 평점
앞에서도 말했듯 무서운 영화 이전에도 물론 패러디를 주요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존재했다.
그러나 무서운 영화는 서사의 메인 줄기 자체를 전부 패러디로 구성함으로써, 기존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나 캐릭터를 패러디하되 줄거리까지 따라가지는 않는 다른 패러디물들과 궤를 달리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무섭고 끔찍한 영화라는 인식이 있는 호러물을 코믹하게 패러디한다는 발상 자체가 당시에는 상당히 참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맥락 없이 삽입되는 수많은 패러디 장면들은 '어 나 저거 아는데!'를 외치고 싶은 덕후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고, 그 결과 5개의 시리즈와 수많은 아류물을 양산해 내는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90-2000년대 영화팬 대상 점수는 ★★★. 쉴새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패러디 장면들을 찾아내다 보면 100분 남짓의 러닝타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슬래셔 호러 팬 대상 점수는 ★★☆. <스크림>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두 걸출한 슬래셔 무비를 결합한 후, 기존 슬래셔의 클리셰를 비튼 스크림에서 다시 한 번 더 비틀어 냄으로써 웃기면서 기괴한 참시한 슬래셔가 탄생했다. 물론 슬래셔 호러의 패러디물이고 19금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고어함이나 잔인함의 수치가 높지가 않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참고로, 이 영화가 5편까지 이어지긴 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맥락은 없어지고 미국식 화장실 개그만 떡칠이 되서 도저히 참고 볼 물건이 못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역겹거나 흥미롭지 않았다면 이 뒤의 시리즈들은 더더욱 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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