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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위를 쳐다보지 말라는 사람들에게 - 돈 룩 업 평점, 줄거리, 결말

by Doolim 2022. 1. 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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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 팩트도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


<빅쇼트>의 감독 아담 맥케이가 오랜만에 블랙코미디를 들고 찾아왔다. 12월 초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과 조나 힐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몇 달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돈 룩 업은 말 그대로 위를 올려다 보라는 사람들과, 올려다 보지 말라는 사람들의 극적 대립(?)을 다룬다.

무슨 말이냐고? 간단하게 줄거리를 살펴 보자.

돈 룩 업 줄거리


미시건 주립대의 천문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한 케이트(제니퍼 로렌스)와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우연히 약 직경 10km 정도의 혜성이 정면으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관측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이에 즉각 대통령을 찾아가 이를 보고하려 하지만 대통령(메릴 스트립)은 다가올 중간선거와 대법관 후보 임명 관련 스캔들때문에 그들을
사실상 문전박대하고, 이에 그들은 방송과 뉴스에 이 사실을 알려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노력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나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은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를 얻고도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결국 케이트와 랜들이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갑자기 악화되는 여론의 반전을 노릴 기회로 혜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하면서 그들을 다시 소환한다.
그리고 혜성을 직접 타격하기 위한 계획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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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을 타격하기 위한 우주선과 위성까지 전부 순조롭게 발사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 중 하나인 사업가 피터(마크 라일런스)가 찾아온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피터는 혜성에 엄청난 양의 귀금속이 매장되어 있으니, 섣불리 혜성을 파괴하지 말고 자신의 회사인 배쉬(BASH)의 기술력으로 혜성을 잘게 쪼갠 뒤 지구에 낙하한 혜성 파편을 수집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통령은 예정되어 있던 발사를 취소한다.

랜들 박사는 여전히 백악관의 과학 고문으로 활동하게 되지만 사실상 대통령과 피터가 꾸미는 계획의 얼굴마담으로 전락하고, 하나둘 그들의 계획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이 사임하거나 해고되면서 그들의 계획에 점점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한편, 케이트는 랜들로부터 전해 들은 대통령과 피터의 계획을 전해 듣고 이를 사람들이 모인 술집에서 홧김에 이야기했다가 대규모 소요 사태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이에 미디어에서의 활동을 금지당한 케이트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고향에 돌아가 알바를 하며 지내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의 행동을 추앙하는 율(티모시 샬라메)을 만나 충동적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케이트.

그리고 마침내 랜들 역시 방송에 나와 피터와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사람들이 너무나 낙관적으로 멸망에 대처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나서 대통령이 사람들을 우민화하면서 '위를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현 정권의 대응 방식을 비난한다.

이제 랜들과 케이트가 주도하는 '위를 보자' 캠페인과 '위를 보지 마라'는 대통령 측의 캠페인이 충돌한다. 서로에 대한 비난이 최고조에 오른 그 때, 미국과 별도로 러시아와 중국 등이 혜성 파괴를 위해 추진하려고 했던 핵미사일 발사 계획이 실패하고, 결국 피터와 대통령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시간이 흘러 배쉬의 파괴용 드론 발사일.

시작부터 여러 개의 드론이 발사에 실패하면서 불길한 징조를 띠던 계획은, 결국 드론들의 기능 고장으로 인해 혜성 파괴에 실패한다.

그렇게, 지구는 종말을 맞는다.


블랙 코미디로서의 돈 룩 업


많은 사람들이 돈 룩 업의 결말이 황당하다, 허무하다고 토로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

맞다. <아마게돈>이나 <딥 임팩트>같은 재난물에 익숙한 관객들은 그럴 수 있다. 주인공들은 재난물에서 동분서주하며 전 지구적 재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하는 연인이나 동지를 그 과정에서 잃지만 결국 지구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그러나 돈 룩 업에서 주인공들은 그들의 임무에 실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난물이 아니다.
이 영화가 재난물이 되기 위해서는, 혜성의 접근으로 인한 사람들의 공포, 시시각각 커지는 혜성의 시각적 효과, 혜성이 파괴되지 않아서는 안 될 서사적 당위성(소위 말하는 신파적 요소들)이 구비되어 있었어야 한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그 중 어떤 요소도 구비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재난물이나 액션물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돈 룩 업>은 언뜻 재난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블랙코미디다. 영화는 재난의 규모와 크기, 그리고 무시무시한 혜성의 비주얼에 집중하는 대신 그 혜성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의 관점을 다룬다.

혜성이라는 전 지구적 재난에 단순히 대응하고자 하는 그룹(랜들, 케이트 그리고 지구방위본부의 수장 테디(롭 모건))과, 혜성에 대한 대응을 정쟁적 수단이나 경제적 치부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그룹(대통령, 비서실장(조나 힐), 피터), 혜성자체에는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는 그룹(뉴스 프로그램 데일리 립의 브리(케이트 블란쳇), 율)이 있고, 그 그룹 안에서도 각각의 인물이 혜성을 보는 방식에는 모두 차이가 있다.

이미지 출처

영화는 크게 첫 번째 그룹과 두 번째 그룹의 대립으로 이어지며, 우습게도 전 인류의 목줄을 쥐고 있는 혜성에 대한 대응 방책은 어느덧 정치적인 싸움으로 변질된다.

이는 결국 과학적 사실조차도 정쟁의 대상이 되어 버리고, 그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는 대중들이라는 현 세대에 대한 신랄한 풍자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내내 두 그룹은 '혜성이 떨어지면 우리는 다 죽는다'라는 당연한 사실을 놓고, 그것이 사실이네 아니네를 두고 싸우며, 심지어는 혜성을 안전하게 파괴할 기회를 잡고도 경제적 이득에 눈이 멀어 혜성의 파괴를 보류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간다.

지금 우리 세대에서 정치가 기능하는 방식도, 단지 다가오는 혜성이 없을지언정 동일하다. 정치인들은 코로나 백신이 효과적인 바이러스 대비책이 맞다/아니다 같은 자명한 과학적 판단의 영역을 정치적 판단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다. 백신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백신을 지지하는 상대방 정당의 지지자들에 대한 본능적 혐오감에 이은 감정적 비난으로 대체된다.
백신 뿐만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그 외에도 수많은 과학적 판단의 영역을 교묘하게 상대방 정당의 프로파간다에 섞어 넣으면서 대중들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범람하는 SNS와 모든 자극에 신중한 관찰 대신 즉각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는 스낵컬처의 발달은 이러한 성향을 점점 더 가속화한다.

결국 이 영화는 그러한 세태를 풍자하면서, 쿠키 영상을 통해서는 그러한 권력층들의 협잡질도 좋은 결말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을 넌지시 일러준다.


돈 룩 업 평가


그러나 돈 룩 업이 흥미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영화가 고평가를 받아야 하는가?
물론 대답은 '아니오'이다.

영화는 영화이지 교양서적이 아니고 논설문은 더더욱 아니다. 흥미로운 메시지는 영화를 흥미롭게 만들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메시지를 읽는 것이 좋다면 나는 차라리 <역사비평>을 읽을 것이다.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고민해 볼 만한 메시지가 있느냐 외에도, 서사가 흥미로운지, 캐릭터가 생생한지, 코미디 영화라면 코미디 장면이 재미있는지, 장르적 특성에 부합하면서도 클리셰에 빠지지 않았는지,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한지 등 다양한 요소 전부이다. 그 중 하나의 요소만 구비하고 있다면 걸작 영화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이 영화는 어떨까?
먼저 이 영화의 블랙코미디로서의 타율은 괜찮은 편이다. 언제나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코미디 배우 조나 힐의 존재감도 그렇고, 깜찍하게 뻔뻔한 아리아나 그란데의 캐릭터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속물을 연기해 내는 마크 라일런스나 메릴 스트립의 연기도 훌륭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의 프로타고니스트인 레오와 제니퍼 로렌스의 캐릭터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인 만큼 그들에 대립하는 쪽의 캐릭터가 반드시 선인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매력적이기는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해야 할 랜들과 케이트의 캐릭터에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이다. 케이트는 시종일관 너무 신경질적인 데다가 공격적이고, 랜들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별다른 이유도 없이 불륜을 하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용서 받는다. 물론 그 불륜과 용서가 랜들의 과학자로서의 타락과 인간성의 회복에 대한 일종의 비유이기는 하지만, 비호감인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조력자로서의 테디는 왜 있는지조차 모를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한데 또 희한하게 계속 나오기는 한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이 사람들은 영화 내내 항상 진지하게 화가 나 있어서 캐릭터로서 재미가 없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도 사람들은 비열한 마크 라일런스의 캐릭터와 조나 힐이 열연한 장면들은 떠오르면서도 랜들과 케이트는 TV에 나와 소리를 지른 모습만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 영화에 대한 내 평점은 이렇다.

현실 세계에서의 정치가 과학을 이용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 위에서 말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재미있는 소재이긴 하고, 다른 캐릭터들이 충분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 블랙 코미디로서 재미가 없지는 않다.
재난물, 액션물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 가서 아마게돈이나 투모로우를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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