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인지 알 수 없는 깊은 숲 속.
묶여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난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고 주위를 둘러보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무차별적인 총격이 가해지고, 간신히 총격으로부터 도망친 사람들은 함정에 빠져 하나둘씩 목숨을 잃어간다.
그러나 그 중 한 명, 크리스털(베티 길핀 분)만은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을 파악하며, 자신들을 '사냥'하는 누군가에게 서서히 접근해 가는데...
사냥과 함께 영화 <헌트>가 시작된다.
* 이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2022. 1. 23.까지만 볼 수 있으니 넷플릭스를 통해 감사하려는 시청자들은 참고하자.
헌트 줄거리
어딘지 알 수 없는 숲 속에서 하나둘씩 깨어난 사람들.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깨어난 이들은 숲 한가운데의 공터로 모여든다.
공터에 놓인 한 거대한 박스를 뜯어내자, 안에는 무기들이 가득 비치되어 있었다.
무기를 받아들고 그나마 안심하는 것도 잠시, 갑자기 어디선가 총격이 시작되고 현장은 아비규환이 된다.
이리저리 도망치던 그들은, 도시괴담처럼 떠돌던 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기득권층들이 놀이 삼아 한 저택에 사람들을 가둬놓고 사냥하는 놀이를 벌인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이 그 사냥감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의혹과 두려움 속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누군가에게 사살된다.
헌트 결말
그러나 크리스털은 침착하게 동요하지 않고 가게 주인으로 위장하고 있던 주최측의 인물들을 제압해 무기를 확보한다.
가게 주인들은 이 곳이 아칸소 주라고 했지만, 추격을 따돌리고 도주에 성공한 크리스털은 이 곳이 미국도 아니고 유럽의 어딘가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해당 국가의 관리들에게 취조를 받던 크리스털을 구해 준다는 명목으로 미국 대사관에서 사람이 도착하지만, 그 역시 주최측의 인물이었고, 크리스털은 그조차도 제거한 후 다시 도주를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주최측의 인물들을 대부분 제압한 크리스털은 두목이라고 할 수 있는 아테나(힐러리 스웽크 분)를 만나러 그녀의 저택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이 모든 일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된다.
사실 '저택에서의 사냥'이라는 것은 있지도 않았고, 그저 부유한 CEO였던 아테나와 그녀의 동료들이 농담 삼아 한 문자메시지들이 우연히 유출되면서 사람들이 그것을 진짜로 믿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아테나와 동료들은 이제까지 그들이 이뤄온 모든 것들을 잃게 되었고, 이에 SNS에 그런 글들을 올려서 자신들을 비난한 사람들 중 일부를 선별해 진짜 '저택 사냥'을 벌일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그리고 아테나는 크리스털도 그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크리스털은 약간 어처구니 없어하며 대답한다.
"(아테나가 방금 읽어 준 SNS의 포스팅은)정확히 내 생각은 아니야. 엉뚱한 크리스털을 잡아 온 것 같은데. 동네에 크리스털 크리시가 또 있거든. 철자를 메이가 아니라 매이라고 쓰지만."
아테나는 그 말을 듣고 혼란스러워 하다가 이미 이제와서 돌이킬 수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다짜고짜 크리스털과 싸움을 시작한다.
긴 싸움 끝에 아테나를 제압한 크리스털. 그녀에게 아테나가 다시 묻는다.
"네가 그 크리스털이 맞지? 제발 내가 잘못 잡아 온 게 아니라고 말해줘."
"아니야."
그렇게 아테나를 처리한 크리스털은, 저택에 있던 아테나의 우아한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탈출용으로 준비되어 있던 전세기를 타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간다.
헌트 평점
헌트의 로튼토마토 평점과 왓챠피디아 평점은 그냥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다만, 로튼토마토 지수상으로 팝콘이 엎질러지진 않았으니 일반 관객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공포물의 명가이자 독특하고 실험적인 장르물을 만들어내는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2020년 작인 이 영화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있는 영화다. 초반부에서는 평범한 배틀로얄물 같다가, 중반부에서 마치 배틀로얄의 무대로부터 탈출하는 것 같은 전개가 이어지며 약간 루즈해지고, 후반부로 가서는 본격적인 블랙코미디가 된다.
이 영화가 특이한 것은, 보통 미디어에서 이뤄지는 풍자는 보수 수구 우파들에게 집중됨에 반해 이 영화에서는 좌파의 일반적인 특징들 - 형식적 PC주의, 위선적인 선민의식, 배타적인 채식주의 - 에 대한 풍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PC주의가 마치 비판될 수 없는 성역인 것처럼 흘러가는 최근의 매체 성향에서 벗어나 용기 있게 이를 풍자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줄 만하다.
결국 영화는 스릴러로 시작해서 블랙 코미디로 끝난다. SF와 공포, 로맨스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결합을 선도해 온 블룸하우스의 작품다운 영화였다. 블룸하우스제 답게 러닝타임도 100분을 넘기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한편으로는 전반부의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와 후반부의 질감이 너무 달라서 다른 영화 두 편을 이어 붙힌 듯한 느낌이 나는 것은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요소다. 이 부분은 <해피데스데이>나 <업그레이드>에서도 느껴지는 문제점인데, 어떤 사람들은 기발한 반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급격한 장르의 전환이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다양한 장르의 접합(주로 공포와 다른 장르)를 시도하는 블룸하우스의 고질적인 문제 같다.
블랙 코미디의 팬 대상 점수는 ★★★. 영화의 질감이 초반부와 후반부가 너무 달라 결코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라고는 못하겠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시도를 보여준다.
배틀로얄물을 선호하는 관객 대상 점수는 ★★☆. 이 영화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배틀로얄물은 아니다. 만일 제목과 포스터에서 헝거게임 같은 피사냥감들의 반란 같은 통쾌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돌아가길 바란다.
'Mov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정적 폐허 위의 추격전 - <로스트 인 더스트> 줄거리, 결말, 평점 (0) | 2022.01.18 |
---|---|
엄마들의 해방기+하이스쿨 드라마 - <배드맘스> 줄거리, 결말, 평점 (0) | 2022.01.15 |
소심한 드웨인 존슨의 액션 활극 - <센트럴 인텔리전스> 줄거리, 결말, 평점 (0) | 2022.01.09 |
예정된 파멸로 향해가는 고요한 스릴러 - <헤이트풀 8> 줄거리, 결말, 평점 (0) | 2022.01.08 |
호러 패러디 영화의 시초 - <무서운 영화> 평점, 결말, 줄거리 (0) | 2022.0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