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의 황량한 쇠락해 가는 마을.
그 곳에 어머니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언뜻 막무가내처럼 은행털이를 계획하는 형제들이 있었다.
"은행털이라니, 18세기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서부극인가?"싶지만 놀랍게도 영화의 주인공들은 스마트폰을 쓰고 전자담배를 피운다.
현대의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 <로스트 인 더스트>의 시작이다.
로스트 인 더스트 줄거리
감옥을 제 집 드나들듯 하는 불량한 말썽꾼인 형 태너(벤 포스터 분)와 범죄는 커녕 사람도 때려 본 적 없는 동생 토비(크리스 파인 분)가 작은 시골은행을 털며 영화는 시작한다.
두 형제의 어머니가 죽으며 그녀의 유전이 발견된 그녀의 농장을 유산으로 남겼지만, 땅을 유산으로 받긴 커녕 땅을 담보로 받은 대출때문에 오히려 땅이 헐값에 은행에 넘어가 버리게 된 상황.
이에 일평생 묵묵히 바른생활만을 해 오던 토비는 온갖 범죄에 도가 튼 태너를 끌어들여 '은행을 털어 은행 빚을 갚는다'라는 대담한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그러나 둘의 범행은 은퇴를 앞둔 텍사스 레인저 마커스(제프 브리지스 분)과 그의 부관 알베르토(길 버밍햄 분)의 주의를 끌게 되고, 마커스는 노회한 레인저로서 형제의 범행을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형제는 그들을 향한 추격의 발길이 가까워지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채 다음 범행을 위한 은행으로 떠난다.
로스트 인 더스트 결말(스포 주의)
은행에서 턴 돈을 카지노에서 바꾸는 수법으로 돈을 교묘하게 세탁한 형제는, 모자란 돈을 더 털기 위해 다음 은행으로 향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들이 처음 향한 은행 지점은 문을 닫은 상태였고, 어쩔 수 없이 즉흥적으로 계획을 바꿔 다음 도시로 향한 형제.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은행 이용객들 때문에 형제는 순간 당황하고, 역시 총기의 나라 그 중에서도 총기규제가 약하기로 악명 높은 텍사스답게(?) 은행 경비부터 은행 손님까지 총을 들고 저항하며 은행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그 과정에서 태너는 총을 들고 덤비는 손님과 경비를 쏴 죽이고, 토비는 총상까지 입게 된다.
간신히 포위망을 뚫고 탈출한 형제. 그러나 이미 수많은 추격자가 붙었고, 설상가상으로 신고를 받은 마커스와 알베르토까지 그들을 턱끝까지 쫓아온다.
이에 뵈는 게 없는 태너는 라이플을 꺼내 그들을 추격하던 시민들에게 위협사격을 가하고, 그렇게 잠시 추격자들을 떨쳐냈지만 여전히 텍사스 레인저와 현지 경찰들의 추격이 이어지는 상황.
태너는 결국 미끼를 자처하며 텍사스 레인저들을 유인한 뒤, 바위 틈에 숨어 그들과 총격전을 벌인다.
총격전 중 알베르토가 사망하고, 이에 분노에 불타오르는 마커스는 바위 뒤로 돌아가 똑같이 태너의 머리에 총구멍을 내어 복수한다.
그러나 결국 공범인 토비의 정체는 가려진 채 마커스는 은퇴를 맞이한다.
은퇴하고서도 공범을 잡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커스는 동분서주하지만, 이미 은퇴한 그에게 후배들은 토비에게 혐의가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결국 토비의 집에 직접 찾아간 마커스.
토비가 공범임을 확신한 마커스와, 대놓고 자백하지는 않지만 자신은 그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웠을 뿐이라고 하는 토비.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마커스의 뒤에 토비는 '대화를 마무리하고 싶다면'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라고 소리친다.
로스트 인 더스트 평점
로스트 인 더스트는 여러 모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황량한 서부, 절제되었지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 갑작스레 찾아드는 숙명 그리고 추격 구도까지.
영화는 러닝타임을 꽉꽉 채워서 총을 쏘고 차가 달려야 서스펜스와 스릴이 만족되는 것은 아님은 보여준다. 영화는 오히려, 넓고 황량한 텍사스를 외로이 가로지르는 사람 그리고 낡은 픽업트럭의 모습들과 은행을 털지 않을 땐 한가롭게 집 앞의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형제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의도적으로 아드레날린이 정점으로 치닿는 것을 자제시키는 듯하다.
이 영화가 특이한 지점은 바로 그렇게 '추격전'이라는 긴박감 넘치는 소재를 골랐음에도 고의적으로 중간중간에 페이스를 다운시키는 연출이다(물론 늘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비슷한 느낌의 영화를 어디서 봤다 했더니 <시카리오> 1편이 딱 그랬던 듯한데, 아니나다를까 각본가가 동일인물이다. 물론 감독은 다르지만 각본가의 스타일을 두 감독이 굉장히 유사하게 구현했다는 점이 놀랍다.
영화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남자의 사투, 죄와 벌, 법치가 통하지 않는 어느 구석진 황야에서 이뤄지는 인간에 의한 단죄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거칠고 투박한 주제들은 크리스 파인과 제프 브리지스가 보여주는 지쳤지만 끈질긴 마초 연기로 인해 더욱 빛난다.
서부 영화 또는 느와르 영화의 팬이라면 ★★★★. <로스트 인 더스트>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서부 영화이자 서부극스러운 느와르 영화이다. 영화는 보안관과 현상범의 대결과 추격을 그리는 동시에, 범죄에 점점 깊게 빠져들며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 드는 한 평범한 인간의 타락을 다룬다. 과연 토비를 비난할 수 있을까? 마커스의 토비를 향한 살의는 정당한가? 영화는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를 제시하지만, 히어로와 빌런을 제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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