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이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 엄마들의 노력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대한민국이든 미국이든 어머니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 사실 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다. 일에는 정답이 있고, 누군가 잘 하는 법을 가르쳐줄 수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 게다가 여러 번 연습하고 공부해 보면서 숙달을 해 볼 수도 없다. 가정은 한 번 뿐이고(물론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우리 나라에서는 일반적이지는 않고 단순히 연습하자고 가정을 여러 번 꾸릴 수는 없는 일이니까), 재도전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워킹맘의 애환과 해방을 다룬 영화가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배드맘스>이다.
배드맘스 주요 출연진
주인공인 에이미 역할은 밀라 쿠니스가 맡았다. 1995년부터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쌓아온 베테랑임에도 우리 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다. 그나마 유명했던 배역은 <19곰 테드> 1편에서의 여자친구 역이나, B급 코미디 <나를 차버린 스파이>의 주인공 오드리 역일텐데, 두 영화 모두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은 아는 영화지만 흥행에서는 실패했기에 여전히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물론, 미국에서는 각종 영화제에서 나름 수상을 한 적도 있어서 결코 무명 배우는 아니지만 사실 국내에서는 배우로서의 커리어보다도 애쉬튼 커쳐의 아내로 더 유명한 배우.
크리스틴 벨 역시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트콤 <굿플레이스>가 나름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해진 듯하다. 또 하나, <겨울왕국> 시리즈의 안나 역의 성우이기도 하다. 안나의 노래도 본인이 소화했기 때문에 노래도 수준급인 배우이다.
캐서린 한 역시 생소한 배우일 것이다. 심지어 국내 개봉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는 앞의 두 배우들보다도 더 주연 복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근의 MCU를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반가움에 손뼉을 칠 법하다. 그녀는 바로 완다비전의 빌런 아가사 하크니스 역을 맡은 배우로서, 해당 시리즈에서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배드맘스 줄거리/결말
에이미(밀라 쿠니스 역)은 가사에 관심이 없는 남편과 자기만 바라보는 두 아이를 챙기면서 직장까지 다니고 있는 워킹맘이다. 가정에도 일에도 충실하고 싶은 그녀지만, 모든 걸 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달리 아이들은 그녀가 충분히 잘해주지 못한다고 불평하고 남편은 온라인으로 바람이나 피고 있는 상황.
실의에 빠져 자신이 나쁜 엄마라고 자책하던 에이미는 동네 술집에서 소심한 전업주부 키키(크리스틴 벨 분)와 자유분방한 싱글맘 칼라(캐서린 한 분)를 만나 의기투합하고, 그녀들과 의기투합하면서 더이상 엄마로서가 아닌 스스로에게 충실하는 삶을 꿈꾸게 된다.
그에 대한 일환으로 에이미는 커플 상담에도 불성실하게 임하는 남편에게 이혼을 통고하고, 그동안 과잉보호하며 키웠던 아이들에게도 아침밥은 알아서 차려먹으라고 하는 등 자기의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하 이야기는 스포 주의
한편 학교의 학부모회를 휘어잡고 있는 그웬돌린(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에게도 '더이상 학부모회의 일에 참여할 시간이 없으니 난 이제 빠지겠다'라고 했다가 그녀에게 찍혀 버린 에이미. 그웬돌린은 그에 대한 복수로 학교에 압력을 행사해 에이미의 딸을 축구부 주전에서 제외시키는 등 압박을 가한다.
이에 화가 난 에이미는 키키와 칼라의 도움을 받아 학부모회 회장 후보로 출마하게 되고, 딱딱하고 강압적인 그웬돌린에게 지친 학부모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한다.
이에 그웬돌린은 에이미의 딸의 사물함에 몰래 대마초를 넣는 등 공작을 해서 아예 아이가 축구부에서 쫓겨나게 만들고, 에이미는 이에 자기가 딸의 앞길을 망쳤다고 생각해서 자책하지만 키키와 칼라는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며 학부모회 회장 선거를 계속할 수 있도록 고무해 준다.
이어 학부모회 선거일, 후보 연설에서 에이미는 "이미 엄마들은 너무나 바쁘다. 이제 엄마들도 아이들도 조금 덜 열심히 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내걸며 당선된다.
선거가 끝나고, 에이미는 떠나간 남편 대신 학교의 싱글대디와 연애를 시작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배드맘스 평점
배드맘스는 특이하게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 셋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전형적인 하이스쿨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를 따라간다. 즉, 메인스트림 그룹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친구들이 함께 도도하고 재수없는 '일진들'에게 맞서 싸워 승리하는 이야기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줌마판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인공이 아줌마인 만큼 보통 일진들 외에 하이스쿨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고민들 - 주로 연애, 가족과의 관계, 가끔 장래에 대한 계획 - 은 유부녀로서 동질감을 느낄 법한 고민들로 대체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버릇 없는 아이들, 무관심하거나 억압적인 남편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개인적인 어려움들 속에서도 세 친구가 유대하고 '압제자'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보여주며, 종국에는 그 압제자와도 화해하는 엔딩을 통해 그 압제자 역시 큰 틀에서는 고생하는 엄마들 중 한 명일 뿐이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물론, 영화는 메시지 전달에 치중하기보다는 하이스쿨 코미디 드라마로서의 서사에 좀 더 집중하고 있어서, '나는 애도 없고 결혼도 안 해서 공감이 안 될 것 같은데' 같은 걱정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로튼 토마토와 왓챠에서의 평점도 나름 평타권에 머무르고 있다.
내 개인적인 평점은 다음과 같다:
이미 가정이 있고, 미국식 하이스쿨 드라마의 팬이라면 ★★★. 상당히 오랜만에 나온 정통 하이스쿨 드라마다. '정통'이라는 것은 나쁜 의미에서도, 좋은 의미에서도 그렇다. 좋은 의미라면 특별한 변주 없이 해당 장르의 왕도를 걷는다는 점에서 그렇고, 나쁜 의미에서는 그냥 클리셰 범벅이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물론, 하이스쿨 드라마를 아이 둘 키우는 유부녀의 이야기로 변주한 것 자체가 이미 나쁘지 않은 변주이기는 하다.
만일 본인이 아직 가정을 꾸리지는 않았다면 ★★☆. '가정을 꾸리지 않았어도 공감은 할 수 있다'라고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주요 소재가 일이며 가정에 치이는 워킹맘의 애환이다 보니 그 정서를 100%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있긴 하다. 그냥 하이스쿨 드라마라면 우리가 모두 학창생활을 한 번쯤은 겪어봤기에 별다른 준비 없이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지만, 내가 워킹맘도 워킹대디도 아니고 아이를 키우지도 않는다면 영화 속 주인공의 정서가 이해가 가지 않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물론, 그래도 밀라 쿠니스와 캐서린 한의 입담 개그는 상당히 수위도 높고 재밌는 편이다. 솔직히 드라마적인 측면보다는 세 친구가 벌이고 다니는 미친 짓에 집중하는 코미디였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Mov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전빵으로 갔지만 안전하지도 않은 구태 로맨스 - <로열 트리트먼트> 줄거리, 결말, 평점 (0) | 2022.01.26 |
---|---|
감정적 폐허 위의 추격전 - <로스트 인 더스트> 줄거리, 결말, 평점 (0) | 2022.01.18 |
위선의 폭로 혹은 화끈한 액션? - <헌트> 줄거리, 결말, 평점 (0) | 2022.01.10 |
소심한 드웨인 존슨의 액션 활극 - <센트럴 인텔리전스> 줄거리, 결말, 평점 (0) | 2022.01.09 |
예정된 파멸로 향해가는 고요한 스릴러 - <헤이트풀 8> 줄거리, 결말, 평점 (0) | 2022.0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