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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전도유망했던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 <프라미싱 영 우먼> 평점, 줄거리, 결말

by Doolim 2021. 12. 2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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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한 가지 최근 한국영화계의 이상한 움직임을 지적하고 싶다.

 

뭔가 요즘 수입되는 외화의 제목을 그냥 되는대로 읽기만 하는 제목이 늘어나고 있다.

<조스>며 <E.T.>야 뭐 그렇다고 치자. 읽는 것이 어렵지도 않고 애초에 그 제목 자체가 주인공의 이름이니 이걸 그대로 따와도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프라미싱 영 우먼>은 뭔가? 또 최근에 개봉했던 <히든 피겨스>는? 이게 도대체 뭔 말인지 일반적인 사람들의 영어 소양으로 당연히 알 법한가? 프라미싱 영 우먼이면 약속하는 젊은 여자냐? 히든 피겨스는 숨겨진 피규어고? 

 

두 제목 모두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어구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영어 공용국가가 아니다. 관객은 영화의 제목과 더불어 영화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므로 영화의 제목이 비직관적이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의 이미지와 다르면 영화를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프라미싱 영 우먼>이라고만 해 놓으면 대체 뭔 내용인지 알 게 뭔가? 이러고도 사람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거라고 생각했다면 수입사가 굉장히 안이한 게 아닌가 싶다.

 

각설하고, <프라미싱 영 우먼>이란 미래가 약속된, 즉 전도유망한 젊은 여자라는 뜻이다.  

 

그럼 그 전도유망한 젊은 여자가 대체 뭘 하는 영화일까?

 

참고로 이 영화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프라미싱 영 우먼 줄거리와 결말

 

시계순으로 서술해야 이해가 쉬울 듯한데, 시계순으로 설명하자니 필연적으로 스포가 포함되서 이하에서는 스포를 주의하면서 읽어 주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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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는 함께 의대에 다니던 친구 니나를 잃었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친구 니나와 성관계를 하는 의대생들이 모습이 찍힌 영상이 돌았고, 이에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니나가 자살한 것. 

 

그 후 캐시는 의대도 그만두고 클럽 등을 돌면서 만취한 척하고 남자들을 꼬드긴 후, 남자의 집에 가면 돌변해 이런 쓰레기 같은 짓을 하는 남자에게 사이코처럼 경고를 하고 다니는 짓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술에 취한 여자를 쉽게 얻으려고 하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고 다닌다는, 나름의 니나를 추모하는 그녀만의 행위였다.

 

그런 캐시도 따뜻한 의대생 동창 라이언을 만나면서 점차 마음을 열게 되지만, 라이언 역시 (범행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니나를 강간하는 학생들의 파티에 함께 있으면서 이를 방관했던 것을 알게 된다.

 

이에 그에게도 환멸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니나를 직접 강간한 남자를 찾아가 그에게 복수하려는 캐시.

 

그러나 남자는 완력으로 캐시를 제압해 그녀를 죽인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친구와 함께 그녀를 몰래 암매장한다. 

 

그녀가 죽은 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진행하는 남자.

 

하지만 경찰차가 달려오고, 알고 보니 캐시는 죽기 전 그의 살인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와 니나를 강간한 증거를 미리 제3자를 통해 경찰서에 전달한 후였다. 

라이언은 망연자실하게 경찰에 잡혀가는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고...그렇게 캐시의 복수는 끝이 난다.

 

 

프라미싱 영 우먼의 메시지

 

프라미싱 영 우먼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일단 무려 영국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이니 뭔가 심오한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물론 영화에서 고발하려고 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술에 취한 여자가 강간당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려는 사회 - 특히 '전도유망한 의대생들을 그런 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넘어가는 학교의 모습은 한국에서도 벌어졌던 사건들과 매우 겹쳐 보인다 - ,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방관자들, 잊혀져 가는 피해자, 또다시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 등등.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러한 사회의 문제점들을 고발한 후, 캐시라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내놓는다. 캐시는 사회도 주변 사람들도 그저 문제를 쉬쉬하고 덮고 넘어가려고만 하니까 내가 취한 척해서 남자들을 혼내주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당연히 현실에서는 이런 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캐시'같은 비일상적인 인물은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반드시 사회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실컷 이런 게 문제다 저런 게 문제다라고 고발해 놓고 그냥 '이게 문제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발을 빼는 것도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게다가 영화가 이런 현상에 대한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캐시라는 존재를 제시한 것 자체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그저 문제점만 고발하겠다는 태도는 아니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사회에 이런 문제점이 있다." 그 다음에 이어져야 할 내용은, 이런 해결방안은 어떨까? 라는 대안의 제시, 또는 이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라는 자조적인 관점의 제시, 또는 차라리 이런 문제가 있지만 여기에만 집착하고 살 수는 없으니 잊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며 문제를 외면하는 전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갑자기 캐시라는 교활하고 비범한 주인공이 통쾌하게 남자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으로 끝을 낸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가? 어차피 현실에 캐시는 없고, 그런 사람을 만들어낼 수도 없다.  그냥 제도의 한계는 인정하고 영화 속에서 악인을 처벌하며 대리만족이나 느껴보자는 건가? 물론 그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고 그래서 슈퍼히어로물이 유행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히어로물이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결말에서의 캐시의 마지막을 생각해 봤을 때 그저 통쾌하기만 한 대리만족의 결말인지도 의문스럽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나의 평점은 ★★★이다.  결말을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깔끔한 전개, 캐리 멀리건의 연기, 나름의 반전(솔직히 다 예상되기는 한다) 모두 정석적이고, 사실 이 영화가 평가절하될 만큼 말이 안 되는 전개가 있거나 억지스러운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보단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가 내 솔직한 감상이다.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사회 문제를 신랄하게 고발해 놓고 이런 결말이라니. 작가가 열심히 쓰다가 갑자기 후반 20분을 쓸 때가 되니 다 귀찮아지기라도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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