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스이즈디엔드>의 기본 정보는 다음 영화 소개란 참조:
세스 로건, 조나 힐 그리고 제임스 프랭코
미국 현대 코미디 영화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세스 로건이 공동으로 감독을 맡고, 그의 '사단'인 제임스 프랭코, 조나 힐 등이 출연하는 영화다.
최근 영미권의 코미디 영화를 보면 매번 보게 되는 얼굴들이 몇 있다. 이 영화의 주연이자 감독인 세스 로건, <첫키스만 50번째>로 국내에서 유명한 아담 샌들러, 국내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지만 작가이자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는 세스 맥팔레인, <황당한 외계인 폴>로 친숙한 사이먼 페그가 그들이다.
그런 세스 로건이 본인 역으로 출연하고, 그와 친분이 있는 다른 연기자들 역시 본인 역으로 출연하는 이 영화는 초반부터 블랙코미디의 냄새를 강렬하게 풍기면서 시작한다.
유쾌하기는 한데...
영화 디스이즈디엔드는 미국식 코미디의 기본적인 캐릭터 설정을 충실하게 따라가되, 거기에 갑작스러운 아포칼립스라는 코스믹호러적인 요소를 끼얹은 영화다.
영화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비호감 캐릭터 1명(<행오버> 시리즈의 앨런을 연상해 보면 된다), 제멋대로인 부자 친구 1명, 우정을 시험 받는 친구 2명, 위선적인 톱스타 1명 그리고 유쾌한 흑인 친구(?)를 소개한다. 이들 간의 케미는 마치 진짜 친구 사이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고, 그래서 아포칼립스 전까지의 프롤로그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프롤로그의 파티 부분에서 카메오 출연한 톱스타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포칼립스 발생 이후부터 시작된다. 그 때부터 영화는 재난 생존물도, 코미디도, 드라마도 아닌 그 무엇이 되어 간다. 유쾌하게 웃기에는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생존물이라고 하기에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긴장감이 없으며, 호러라고 보기에는 너무 뜬금없다.
영화가 '정말 아포칼립스 상황이 맞는지', 그리고 '아포칼립스에서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중후반부터 영화는 급격히 힘을 잃어간다. 이제 주인공들은 모두 짜증스러운 위선자이거나 겁쟁이가 되어가고, 어울리지 않는 착하게 살아야 천국 간다는 식의 훈계가 펼쳐진다.
물론, 위선자와 겁쟁이가 나온다고 영화가 재미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겁쟁이와 악당들로도 충분히 그럴싸한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다.
<첫키스만 50번째>에서 아담 샌들러는 처음에 불순한 의도로 드류 배리모어에게 접근하지만, 점차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이렇듯 처음에는 의도가 불순하고 부족해 보이는 인물이라도 이야기 전개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감동적이고 말이 되는 서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각본가가 중반까지 공들여 쓰다가 그 시점부터 급작스럽게 집필에 흥미를 잃기라도 한듯 되는대로 안이한 전개로 흘러간다. 설정은 편의주의적이고, 어떠한 교훈도 없으며, 오히려 마치 작위적인 선행을 권장하기라도 하는 듯한 엔딩이 이어진다.
총평
넷플릭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스 로건의 작품이기도 하고, 카메오로 나오는 엠마 왓슨이 예쁜 데다가 러닝타임도 길지 않아 킬링타임용으로 볼...수 있을 줄 알았던 작품이지만, 위에서 말한 이유로 기본적으로 영화가 재미가 없다. 미국식 화장실 유머나, 짜증스러운 인간 하나를 만들어 놓고 계속해서 awkward한 상황을 만들면서 당황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가 별로라면 이 영화를 볼 이유는 하나도 없다.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팬이라면 이 영화의 에필로그 장면은 한 번쯤 볼 만할 수도 있겠다.
일반 관객 대상 추천지수는 ★★. 우리나라의 평균 정서에 맞는 코미디는 아니다. 워낙 걸출한 코미디배우들이어서 서로 대사 치는 것만으로도 피식피식 웃게 되는 맛은 있지만 딱 거기까지다.
세스 로건의 팬 대상 추천지수는 ★★★. 전형적인 세스 로건 코미디가 취향에 맞다면 이 영화는 재난물+코미디라는 신선한 장르 조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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