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는 여기로:
쉬헐크를 노리는 빌런들은 하나둘 암약 중이고, 그 와중에 제니퍼는 제니퍼로서의 자신과 쉬헐크로서의 자신 사이에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어쩔 수 없이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헐크가 되었고, 처음엔 마음에 들지도 않았지만, 지금에 와선 제니퍼인 자신보다 헐크인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
그러나 지난 번 결혼식에서 만난 남자, 조시는 오랜만에 제니퍼로서의 자신을 좋아해 주었기에 제니퍼는 점차 그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
변호사 쉬헐크 7화 줄거리
* 이하에는 쉬헐크 7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니퍼는 지난 파티에서 만난 조시와 점차 가까워진다.
그런데 그녀와 조시가 하룻밤을 보낸 바로 다음 날, 갑자기 조시의 연락이 두절된다.
제니퍼는 답답함에 몸둘 바를 모르는데, 설상가상으로 어보미네이션의 가석방 당시 그에게 채웠던 변신 억제기에 이상이 있어 가봐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제니퍼는 어쩔 수 없이 보호관찰관과 동행하고, 확인 결과 억제기 이상 자체는 단순 오작동이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곳에서 어보미네이션은 사회에서 버림받았거나 배척당하고 있는 메타 휴먼들을 데리고 그들을 명상과 상담 세션으로 치유하는 공동체를 꾸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곳에는 심지어 어보미네이션 석방 당시 그녀를 습격했던 불한당 중 한 명도 포함되어 있었고, 이에 그녀는 쉬헐크로 변신해 그를 집어 던지지만 그는 자신이 한 짓을 뉘우치고 있다며 믿어달라고 말한다.
처음엔 뭔가 나사빠진 그들의 모습에 질색하던 제니퍼는 점차 마음을 열고 그들과의 세션에 참여한다.
그리고 마침내 제니퍼로서의 자신과 쉬헐크로서의 자신 모두를 긍정하는 법을 터득하며, 조시를 잊고 나아가기로 한다.
한편, 조시가 사라진 날의 진상이 시청자에게만 공개된다. 사실 조시는 제니퍼와 동침하면서 그녀의 폰의 정보를 탈취하고, 그녀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달아난 것이었다. 즉, 조시는 사실 제니퍼=쉬헐크를 노리던 집단에서 파견된 스파이였던 것이다!
쉬헐크 7화 리뷰
변호사 쉬헐크는 회차를 거듭해 나가면서, 이 드라마가 단순한 법정물이라거나 슈퍼히어로물이라기보다는 제니퍼의 자아 찾기 드라마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 쉬헐크만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쉬워하고 상처받는 제니퍼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제니퍼의 고민이 공감이 되지 않는 이유를 밝혀야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니퍼 캐릭터가 별로 호감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니퍼의 고민, 즉 왜 사람들이 쉬헐크만 사랑하고 제니퍼는 돌아보지 않는가?라는 고뇌가 극중 설득력이 있으려면, 제니퍼도 외관상 아름답고 당당하거나, 적어도 어떤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당장 매력적이고 아름답지 않아도 적어도 그러한 상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이에 포함될 수 있겠다.
그런데 7화가 다 가도록 제니퍼가 보여준 것은 정신 없이 산만한 폭탄 머리에, 후줄근한 티셔츠, 떨어지는 자신감, 딱히 뭐라 할 데는 없지만 눈에 띄는 데도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성격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제니퍼는 이런 자신을 바꿔 보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인데 왜 사람들이 쉬헐크 대신 나를 좋아하지 않지라고 징징대는 건 누가 봐도 공감이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일부 커뮤니티엔 심지어 초록 괴물인 쉬헐크 상태일 때가 제니퍼일 때보다 예쁘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판이다.
물론, 드라마가 아닌 현실의 세계에서는 예쁘고 똑똑하고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존중 받고 사랑 받을 자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건 드라마다. 드라마는 현실보다 더 냉혹한 논리와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드라마에서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캐릭터는 사랑 받을 수 없고, 그것이 당연하다. 드라마의 논리와 현실의 논리는 다른 것이다. 이 극의 작가들은 그 사실을 혼동하고 있다. 현실에서 도덕적으로 어떤 인간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야만' 사랑 받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드라마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극작물의 경우,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캐릭터만 사랑받고 그럴 수밖에 없다.
드라마는 프로파간다가 아니다. 특히나 '마블'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상업적 영화와 드라마라면 더더욱 그렇다. 일부 PC주의자의 눈에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적으로 먹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대중적인 화법을 들고 나와야 한다.
그런데 '별로 매력적이지도 않고 평범한 인물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솔직히 현실 세계에서라면 누구나 알 법한 흔해빠진 테제를 30분짜리 드라마 9화 내내 근엄하게 가르칠 생각이라면, 적어도 마블의 드라마라는 간판은 달고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마블 드라마를 보는 우리는 공감도 안되는 자아찾기보다 시원한 헐크의 액션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공감할 수 없는 서사에 집중하느라 정작 메인 떡밥 중 하나인 데어데블과의 연결점이나 법정 드라마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이번 화에는 아예 법정씬도 없으며, 심지어 지난 2화에서 법정에서 변론하거나 법률사무를 본 건 동료인 맬러리 뿐이었다.
(사실, '제니퍼의 동료 변호사'라는 포지션이 이미 있었는데 맬러리는 왜 갑자기 튀어나온 건지도 의문이다. 맬러리의 현재 포지션은 초중반에 등장했던 남자 변호사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쉬헐크가 슈퍼히어로 수트를 얻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기까지 한 인물인데, 최근 3화에선 얼굴조차 비추지 못했다)
처음엔 9화 편성이 잘 된 결정이라고 느꼈지만, 회차가 갈수록 점점 산만해지고 공감도 안 되는 페미니즘 자아 찾기 얘기만 반복되고 있어 굉장히 많은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냥 데어데블이나 빨리 보여주고 치웠으면 좋겠다.
초반 회차 당시 기대가 컸던 만큼 뒤로 갈수록 실망이 커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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