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웹툰의 웹툰 <모럴센스>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모럴센스>가 2022년 2월 11일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피학적/가학적 성향(소위 SM 성향)을 가진 커플들의 로맨스를 다룬다.
모럴센스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했던 동명의 원작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현재 24시간마다 무료 형태로 완결까지 볼 수 있으니 참고. 영화는 19금인데, 원작 웹툰은 15금이다.
흔치 않게도 넷플릭스가 투자뿐만 아니라 기획, 제작에까지 참여한 한국 영화다. 게다가 한국의 불모지 장르나 다름 없는 19금 로맨스다. 한국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실제로 잘 만들지도 못하는 장르지만 19금 장인인 넷플릭스가 제작했으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한 번 기대를 해 본다.
영화 기본정보
감독: 박현진
출연: 서현, 이준영, 이엘
개봉시기: 2022년 2월 11일
러닝타임: 1시간 58분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넷플릭스 오리지널)
모럴센스 줄거리
일을 칼같이 해내지만 어딘가 차갑고, 딱딱한 인상의 정지우(서현 분)가 일하는 홍보팀에 잘생기고 성격 좋은 정지후(이준영 분) 대리가 합류한다. 첫 날부터 왠지 모르게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그런데 사실 정지후는 말끔한 인상과는 달리, 이성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배당하는 것을 즐기는 피학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런 그는 취미로 자신이 차기 위해 개목걸이 형태의 액세서리를 회사로 주문하는데, 이름이 비슷한 바람에 그의 택배가 지우에게 잘못 전달되고, 지우는 아무 생각 없이 택배를 열었다가 그 안의 내용물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 후 지후의 피학 성향을 실제로 알게 된 지우에게 지후는 자신의 주인님이 되어 줄 수 있냐고 묻고, 망설이던 지우는 호기심에 이를 승낙하게 된다.
그러나 지배-피지배(Domination-Submission) 관계로 시작했던 둘 사이에 점차 분홍빛 로맨스의 기류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모럴센스 결말
처음엔 지배-피지배 관계로 시작했던 둘. 플레이를 거듭해 나가면서, 지우 역시 자신에게 어느 정도 가학적 성향이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어렴풋이 지후에 대한 연정까지 느끼게 되는 지우. 지우는 지후에게 그런 마음을 고백하지만, 이미 연애 중 자신의 피학적 성향을 고백했다가 연애를 망친 적이 있는 지후는 연애관계를 두려워하며 그녀의 마음을 거절한다.
그렇게 애매한 사이가 된 둘. 그 와중에 그들이 회사의 휴게실에서 SM 플레이(?)를 즐긴 사실이 누군가의 녹음으로 인해 회사 내에 퍼지게 되면서 둘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그 자리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을 재확인한 둘. 아예 시원하게 그 자리에서 자신의 피학 성향은 물론 지우를 향한 자신의 마음까지 고백한 지후는, 자신의 피학 성향이나 그들의 플레이를 성희롱 소재로 삼아 비아냥대는 징계위원들에게 일갈하고 지우와 함께 자리를 나온다.
그 후, 지우는 자신과 지후의 플레이를 녹음했던 녹음기에 다른 사내 팀장이나 인사권자들의 비리까지 녹음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사실을 공개해 그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마음과 서로의 성향(?)을 확인하고, 행복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모럴 센스 리뷰
이 영화는 넷플릭스의 선구안이나 기획력이라는 게 사실은 보잘것 없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사람들은 넷플릭스가 건져낸 괜찮은 한국 드라마들만 떠올리며 '승리의 넷플릭스'라며 추어올리기 바쁘지만, 사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수에 비해 괜찮게 뽑혀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그야말로 1%도 되지 않는다는 걸 진성 넷플릭스 시청자들이라면 모두가 안다)
넷플릭스는 기본적으로 LGBTQ를 소재로 하거나, 19금스러운 요소가 있다면 일단 투자하고 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는 19금 요소가 없으면 19금 요소가 들어가도록 지도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모럴센스도 원작웹툰은 15금인데 정작 영화 본체는 19금이니 말이다.
그러나 만약 모럴센스에서 에로틱한 수위의 19금을 기대했다면 일찌감치 기대는 접는 게 좋다. 내가 볼 때 이 영화가 19금인 유일한 이유는 중간에 5분도 되지 않는 서현의 적나라한 욕설 씬 때문이다. 그 외에는 이 영화가 19금을 받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아무튼, 이 영화는 넷플릭스가 SM 성향이라는 독특하면서도 19금스러운 소재만 보고 아묻따 발주를 맡긴 듯한 영화이다. 이하에서는 이 영화의 이상한 점을 차례대로 설명한다.
일단 첫째, 이 영화는 SM 성향 내에서의 전문용어들에 대해 쓸데없이 지나치게 자세하게 설명한다. 물론 일반관객에게 익숙한 분야는 아니지만, SM이 무엇인지 정도는 이 영화를 고른 시청자라면 누구나 다 안다.
그런 시청자들에게 이 영화는 일부러 중간중간 계속 흐름을 잘라먹으면서까지 '디엣', '연디', '멜돔/펨돔''도미넌트''서브미션' 등 온갖 SM 성향 관련 용어를 외울 것을 강요한다. 등장인물들이 마치 일상어처럼 위 축약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조차 없다.
위 용어를 관객들에게 이해시켜야만 이야기 전개가 가능하냐? 하면 당연히 그것도 아니다. 사실 일반인이 별 관심 없는 분야의 전문용어들을 관객들이 다 숙지해야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면 그건 그냥 이야기를 못 만든 것이다.
둘째, 그런데 이 영화는 SM 성향과 플레이에 관한 해박한 지식에 대한 관심과는 달리 캐릭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원작 웹툰에서의 지우는, 겉모습은 차갑지만 내심으로는 지후에게 계속 따뜻하게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자기가 너무 차갑지는 않았나 뒤돌아서서 걱정도 하는 외강내유형의 캐릭터였다면, 영화 속의 지우는 그냥 차갑고 도도하며 어떤 면에서는 신경질적이기까지 한 인물이다. 그래서 지우가 지후에게 연정을 느끼게 되는 감정의 발전 과정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
한편, 원작의 지후는 자기의 피학적 성향을 어느 정도 부끄러워하기는 하지만 부산스럽다거나 그저 강아지같은 인물은 아니었는데, 영화의 지후는 너무 부산스럽고 산만하다. 이건 특히 이준영 배우의 연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지우 역을 맡은 서현은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이준영 배우의 표정이나 몸짓, 제스처는 너무 극단적으로 희극적이다. 두 배우가 상대하는 씬들을 보고 있노라면(특히, 처음 지우가 지후의 택배를 열어보는 씬이나, 지후가 지우도 가학적 성향이라고 착각하는 대화 씬 등) 두 배우가 같은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게다가 원래 설정대로라면 지후는 피학적 성향을 전혀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일처리가 뛰어나고 사교적인 인물로 그려져야 하는데, 영화의 지후는 사교적인 건 모르겠는데 일단 일처리가 뛰어나다는 점을 알 수 있을 만한 묘사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작부터 끝까지, 마지막 위기까지 혼자의 기지로 넘겨내는 건 지우이다. 지후의 캐릭터는 '평소에는 일 잘하고 사교성 좋은 탁월한 인재지만, 밤에는 피지배적 성향을 가진 남자'로서 낮과 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간극이 주요 매력포인트여야 하는데, 일단 지후는 영화 내내 그냥 멍멍이 같을뿐 '평소에는 일 잘한다'라는 느낌이 전혀 없어서 결국 그 갭에 따른 매력포인트도 없어져버렸다.
즉, 지후는 로맨틱 코미디의 세계에 살고 있다면 지우는 보다 농밀한 에로틱 로맨스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 영화의 종국적인 장르가 무엇인지 계속 혼란스러운 이유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의 문제기도 하지만 감독의 연기 지도 자체도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다.
이 장면을 보면 도그 플레이(피학적 성향인 쪽이 개 역할을 하고, 가학적 성향 쪽이 개를 길들이는 플레이)를 하다가 너무 심취해 버린(?) 지후가 모텔에서 크게 개 짖는 소리를 내는데, 사실 이 부분은 지우가 지후를 통제하지 못해 옆 방과 시비가 붙어 곤경에 빠지는 장면이므로 웃기는 장면이라기보다는 지우에게는 무척 당황스러운 장면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장면을 잘 보면 알겠지만, 지후가 성난 개처럼 튀어나갈 때 지우는 당황하기보다는 웃음을 애써 참는 듯한 모습이다. 내 생각엔 이 부분은 NG같은데 왜 이대로 들어간 건지 모르겠다.
이런 장면들이나, 지우와 지후가 1:1로 대화할 때 성량이나 제스처의 차이 등을 볼 때 별로 배우들 간에 역할과 이 영화의 장르에 대한 이해가 합치되지 않은 것 같은 모양이고, 이건 배우들의 연기의 질감을 조율했어야 할 감독의 책임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간에 굳이 원작에도 없던 씬까지 동원하는 불필요한 몸개그도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코미디의 제왕인 슬랩스틱을 사용하는데도 놀랍게도 전혀 웃기지가 않다.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치고는 코미디의 타율이 너무 낮고, 에로틱 로맨스라고 보기에는 별로 에로틱하지 않다. 그냥 SM이 소재인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셋째, 역시 불필요하게 아득바득 PC적 요소를 집어넣음으로 인해 이 영화의 메시지가 뭔지도 모르게 되어 버렸다.
이 영화의 기본 주제는 일단 주인공 지후의 특이한 성적 취향이고, 그런 특이한 성적 취향이 차별대우받거나 웃음거리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핵심 메시지로는 보인다.
그런데 그 와중에 주인공 지우가 여성으로서 직장에서 받는 불평등한 대우나 부당한 취급에 대해서까지 굳이굳이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함으로써 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도대체 직장내 성평등인지 아니면 성적 취향에 따른 차별대우인지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영화 내내 개저씨로 등장하는 팀장 캐릭터는 웹툰 초반에는 거의 엑스트라같이 등장할 뿐이라는 점을 봐도 그렇다. 굳이굳이 지우의 직장내 성차별이라는 메시지를 끼워넣기 위해 원작과는 별 상관도 없는 개저씨가 등장한 것이다. SM 성향을 소재로 하는 로맨스물에서 말이다. 대체 왜??
물론 메시지가 여러 개인 영화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120분이라는 시간은 하나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프로파간다 영화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연애하는 로맨스이다. 시청자들은 로맨스물을 보면서까지 우리 사회 전반을 뒤덮고 있는 온갖 종류의 차별과 불평등을 종류별로 떠올리면서 고뇌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웹툰의 에피소드를 이것저것 다 갖고 오고 싶은 욕심에선지 쓸데없이 러닝타임이 길다. 그런데 로맨스물치고는 꽤 긴 시간인 2시간을 거의 꽉채우는 러닝타임을 갖고 가고도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온갖 하고 싶은 얘기를 두서없이 늘어놓는 바람에 2시간을 보고도 이 영화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모럴센스 평점
다행히도 외국 넷플릭스엔 개봉이 안 됐는지 아직 로튼토마토 평점이 없다. 계속 공개하지 말기를 바란다.
왓챠피디아에서는 2.5점의 평균 점수를 달성했다. 개인적으론 무척 후한 점수라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한 내 평점은 ★★ 이다. 차라리 우직하게 SM 소재에 관한 것만 끌고 갔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잡다한 PC적인 메시지나, 불필요한 슬랩스틱 같은 것을 끼얹는 바람에 영화가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국내에 시도되지 않는 독특한 소재의 에로틱 로맨스물이라 기대했는데, 나온건 SM 동호회에서 개최한 'SM 바로알리기 장편영화 공모전'에 입상한 듯한 프로파간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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