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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들

집값에 대하여

by Doolim 2020. 7. 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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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이야기 하기

가급적이면 정치적이지 않은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나라에선 모든 것이 정치적이다. 특정 사안에 대한 태도를 피력하는 것은 모두 정치적인 행위가 된다. 아무런 의견도 피력하지 않으면 정치적인 글을 피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설명만 하는 글은 백과사전을 보는 편이 훨씬 낫다. 그래서 가장 정치적인 이슈인 집값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거창하게 서두를 뗐지만 사실 별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것은 없다. 왜냐하면 내가 현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 잘됐다 같은 뜨거운 감자를 건드릴 생각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권에 들어와 집값을 잡겠다고 정권 초부터 공표를 하고, 그 후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크고 작은 것을 합쳐 20번 넘게 나왔다고 한다(물론 20번까지는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집값은 잡혔는가? 오히려 보수 정권보다 집값이 더 오르고 있다. 만일 정말 진심으로 집값을 잡으려고 이런 정책들을 내놓는 거라면 이건 심각한 실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펼쳐본 망상

그래서 망상을 한 번 해보았다. 사실 이 정부의 목표는 집값을 올리는 게 아닐까? 집값을 잔뜩 올린 다음에 거기다가 종부세며 보유세를 잔뜩 때려서 세수를 늘리는 게 목적 아닐까? 그래서 이런 일련의 정책 끝에 부동산 가격이 그야말로 최고 정점을 치면, 짜잔 하고 나타나서 '짠 - 사실은 이게 우리의 목적이었습니다!'라고 말하려는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실로 놀라운 심모원려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속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시장을 건드리려고 하는 정책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떠올려 볼 때, 만일 정부가 정말 집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는 게 처음부터 목적이었다면 이 일련의 정책들은 실패한 정책들이 아니라 그야말로 인간의 심리와 시장의 본질을 꿰뚫은 갓갓정책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차라리 지금이라도 욕을 덜 먹기 위해서는 사실 집값을 올리는 게 목적이었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고 고백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집값을 잡는 게 목적인데 20번이나 끊임없이 실패했다는 건데, 그런 걸 고백하느니 차라리 거짓말이라도 사실 처음부터 집값 올리는 게 목적이었다고 하는 게 덜 창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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