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에 대하여

 

일상생활에서의 미스테리

쉽게 설명되지 않거나 연유를 알 수 없는 사건들을 가리켜 우리는 미스테리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누가 봐도 주차타워가 아닌 건물의 옥상에 트럭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상황은 (1) 트럭이 대체 뭘 타고 저기에 올라간 것이며, (2) 올라간 것까진 좋은데 왜 저기에 굳이 올라가 있어야 하냐는 의문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으므로 나에게는 상당히 미스테리한 일이다.

 

그런데 이건 상황을 아는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예컨대 내가 볼 수 없는 건물의 사각에 차량을 올릴 수 있는 리프트가 있으며(사실 주차타워도 아닌 빌딩에 왜 그런 리프트가 있는지도 또다른 의문이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끝이 없으니 그냥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지상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옥상에다 차를 올려 놓는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어떤 미스테리들은 사정을 알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설명하기 쉬운 일이다. 오히려 그런 일에 이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희한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미스테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에 끝없이 고민하고 추측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미스테리들은 그저 대화의 부족으로 인한 오해이고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시각을 갖고 대하는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자명한 이치지만 누군가에게는 '미스터리'일지도 모른다. 결혼 같은 것이 그렇다.

결혼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듯이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대부분 꺼려하는 정치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와는 달리, 결혼 이야기는 누구나 쉽게 꺼내고 누구나 쉽게 수긍하는 모양이다. 

 

결혼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혹자는 굳이 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결혼이란 결국 가정이라는 안정감과 그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갖게 되는 사건이다. 그렇다면 굳이 가정이라는 안정감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부담하지 않아도 되니, 자유로운 싱글로 혼자 살아가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반론으로는 안정감과 책임감은 그렇게 이익형량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의 시선을 고려해 볼 때 선택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너무 이레귤러한 삶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감과 안정감을 냉철하게 고려하여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주위의 시선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혹자는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서원한 사이라면 굳이 아이를 가지지 않아도 그 결속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은 아이를 가지는 것은 결혼의 옵션이 아니라 결혼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사건이며, 만일 아이를 가지지 않는다면 단지 한 사람과 엄청나게 긴 연애를 하는 것에 불과한데 어차피 연애만 할 거라면 굳이 한 사람에게 기속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청나게 길고 안정적인 연애를 추구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테니 아이를 가지는 것이 반드시 결혼의 본질적인 요소라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혹자는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정이라는 안정감과 소속감이 줄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단체나 모임에서도 줄 수 없는 것이며, 평생을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추천할 만한 일이 못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이 주장하듯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역시 이러한 주장이 반드시 적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결혼에 대한 각각의 생각들은, 각자 합리적인 근거가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합리적인 반론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답은 언제나 존재한다'라는 생각에 물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애쓰고, 설득되지 않는 상대방을 불가사의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의외로 이런 질문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상황에서 조금 더 합리적인 방안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 정답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의 수만 가지 선택이 내려지고, 그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합리적인 반면 누군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