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OTT 시장의 경쟁구도
OTT 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의 절대강자는 넷플릭스로 보인다. 현재 넷플릭스의 월 구독자가 다른 경쟁사들의 월 구독자들을 전부 합친 수량 이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월 구독자는 작년 동 시기 대비 113% 가량 성장했다.
([OTT 온에어] 디즈니 +, 한국 상륙 초읽기 기사 참조)
이에 맞서 국내 OTT 인 웨이브와 티빙도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감행하는 등 넷플릭스에게 쉽게 시장을 뺏기지는 않을 모양새다. 적어도 '영화' 콘텐츠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국내 어떤 OTT보다도 (심지어 어떤 측면에서는 넷플릭스보다도)우수한 국내 OTT 왓챠 역시 경쟁구도에서 빼놓을 수 없다. 거기다가 변수는 또 있다. 위 기사에서도 밝혔듯 디즈니+가 국내 상륙을 시도 중이고, 실제로 곧 서비스 예정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익히 알려져 있듯 IP 괴수인 디즈니의 자체 OTT 채널로, 마블, 디즈니, 픽사,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일단 디즈니+가 국내에 상륙하게 되면 국내 OTT는 물론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디즈니와 마블 관련 콘텐츠들은 전부 라이선스를 종료시킬 가능성이 높다(물론 이미 지금도 얼마 없기는 하다). 즉 앞으로는 어벤저스 시리즈는 디즈니+에서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국내 OTT 시장의 향방
결국 OTT 시장은 다양한 콘텐츠를 수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리지널 킬러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에 따라 향후 향방이 갈릴 것이다. 넷플릭스가 작년 초부터 크게 흥행하기 시작한 것도, <기묘한 이야기>, <굿플레이스> 등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좋은 평을 받고 흥행했다는 사실에 힘입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아르고>는 물론 훌륭한 영화이지만, 그 영화만을 보기 위해 특정 OTT에 가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콘텐츠에 목마르다. 새롭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적시에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는 OTT가 승리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무시무시한 자본력과 활용 가능한 다양한 IP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디즈니+는 대단히 위협적이다. 우리나라에서 MCU의 인기가 매우 좋다는 것도 강력한 강점이다. 무려 아이언맨1부터 엔드게임에 이르기까지 MCU의 전 시리즈를 이제는 여기저기 OTT에서 짜깁기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정주행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대항마로서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좋은 HBO의 시리즈들과 덤으로 DCEU의 콘텐츠들을 확보하고 있는 HBO MAX가 국내에 언제 진출할지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웹하드에서 자막판 미드를 보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인기가 좋은 미드는 으레 HBO발이었다(왕좌의 게임, 스파르타쿠스, 소프라노스 등등).
HBO는 디즈니에서는 아예 다루지 않는 끈적한 성인물에 탁월한 강점을 갖고 있다. 물론 그 수요가 디즈니의 IP들처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장르 드라마 매니아들에게는 디즈니보다는 HBO MAX가 훨씬 유용한 대체재가 될 것이다.
디즈니+와 HBO MAX의 각축은 결국 영화+애니메이션 vs. 드라마의 각축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아무래도 긴 시간동안 영상 시청하기를 점점 피곤해 하는 현대인의 특성상 비록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훨씬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HBO MAX에게 유리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대부분의 미국 시청자들보다 sophisticated한 장르를 즐기고 선호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니(통계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죽고 못사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정작 미국에서는 크게 환영 받는 감독은 아니라는 점만 생각해 봐도 그렇다), 무겁고 진중한 HBO MAX의 드라마들은 오히려 본토에서보다 환영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 경쟁에서 최종 승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도태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2개 이상의 OTT를 동시에 사용한다. 그러나 내 체감상 3개 이상의 OTT는 직업이 영화/드라마 평론가가 아닌 이상 너무 과도하다. 애초에 2개의 OTT에서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를 다 소화할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2-3개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정도를 더 덧붙여야 한다고 제안해 왔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OTT 시장은 그래서 선점 효과가 상당히 중요한 시장이다. 어쨌든 사람들이 한 달에 OTT 구독료로 지출하기를 희망하는 금액은 정해져 있고(OTT가 늘어난다고 하나씩 다 구독해가며 한 달에 구독료만 10만원씩 내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OTT가 기존 OTT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이상 이미 기존에 구독해 온 OTT를 해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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