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스 시리얼과 메타버스에 대하여

 

 

네이처스 시리얼이 뭔데?

얼마 전 틱톡 등에서 '네이처스 시리얼'이라는 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

간단히 말하자면 과일을 한입 크기로 썰고 코코넛 워터 등 시원한 음료에 담가 먹는 간식이다.

​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식 같지 않은가? 그렇다. 한국에서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화채'라고 불러온 신기할 것도 없는 음식이다. 그런 음식이 갑자기 뭔가 획기적인 발명품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챌린지'의 대상이 된다.  물론, 저 사람들이야 화채라는 음식을 잘 알지 못했을 것이고, 반짝 유행했던 저 '네이처스 시리얼'도 사이다가 아닌 코코넛 워터 등에 말아 먹는 개념이라 굳이 따지자면 화채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엎어치나 메치나 음료에 과일을 말아먹는다는 개념 자체는 동일하니 화채나 네이처스 시리얼이나 이름만 다를 뿐이지 원리는 같은 것이다.

​

한편, 최근 유행하는 개념 중에 '메타버스'라는 것이 있다.

​

네이버 국어사전은 메타버스를 "명사 웹상에서 아바타를 이용하여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는 따위처럼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이르는 말.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라고 정의한다.

​

그런데 이것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이미지 출처: Shutterstock

메타버스는 과연 실재하는 개념인가​

웹상에서 아바타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며, 웹상에서의 경제활동이 현실세계의 경제활동과도 연결된다: 리니지를 포함한 웬만한 mmorpg에서 몇십년 전부터 시도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리니지를 메타버스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저 두루뭉술한 정의상 리니지가 메타버스에서 배제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말이다.

​

그렇게 짐짓 획기적이고 참신한 개념인 것 같은 어떤 개념들은 사실 몇십 년 전부터 세상에 존재해 왔다.

​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어떤 신박하게 놀라운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마케팅 전문가들이 그에 대해 붙인 새로운 이름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

네이처스 시리얼은 적어도 화채 문화가 없던 외국인들이 신기하게 여기는 새로운 문물일 수도 있다는 변명이라도 가능하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나는 솔직히 작금의 사람들이 말하는 메타버스가 바람의 나라 시절 온라인게임에서의 채팅보다 뭐가 발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메타버스를 통해 실제로 온라인 쇼핑을 하고, 민원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면 분명 그것은 어떤 새로운 혁신일 것이다(물론 나는 메타버스에 접속해서 상점에 방문하느니 네이버 홈페이지에서 몇 번 클릭을 하고 주소창에 주소를 쓰는 게 아직은 더 간편해 보인다).

​

그러나 지금 유행하는 소위 '메타버스'라는 것들은 기껏해야 아바타 채팅 수준이다. 아주 제한적으로 위와 비슷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도 있다고는 들었는데, 내가 접하거나 들어본 대부분의 메타버스(국내 메타버스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네이버 제페토조차도 그냥 숨바꼭질같은 간단한 게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정도 외에는 그냥 아바타 채팅 수준인 것 같다. 심즈 온라인 정도 느낌이다)의 경우 20년전 유행해던 메신저 버디버디와 다른 것이 있다면 아바타가 움직이면서 행동을 하면서 채팅을 할 수 있다는 정도이다.

​

그런데 그 정도 기능은 현존하는 최악의 쓰레기 mmorpg인 리니지에도 있다.

​

그래서 지금의 메타버스가 '새롭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내 주관적인 감상으로는 지난 20년간 게임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아니면 나이가 어려서 아예 mmorpg를 접해본 적이 없거나(최근의 10-20대가 주로 즐기는 온라인게임은 롤이나 오버워치 류이고, mmorpg는 돈이 많이 든다는 인식 때문에 신규유입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10년, 아니 20년동안 이미 존재해 왔던 콘텐츠를 얼기설기 엮어 놓은 정체불명의 물건도 이렇게 혁신의 상징이 된다. (어쩌면 사기꾼들에게) 재미있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