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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들

카카오톡 메시지 삭제에 대하여

by Doolim 2021. 11. 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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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메시지 삭제 기능

카카오톡에는 메시지 삭제 기능이 있다. 일단 톡을 보낸 후, 지우고 싶은 톡을 길게 누르면 '삭제' 메뉴가 뜬다. 삭제 버튼을 클릭하고 나면 메시지가 삭제된다.

 

그런데 웃기는 게, 톡을 보내고 5분이 경과한 후에는 모든 사람에 대한 삭제가 불가능하다. 즉, 톡을 보내고 5분이 지난 후엔 메시지를 삭제해도 내 창에서만 사라질 뿐 상대의 챗 창에는 여전히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제한을 둔 이유가...?

카카오톡 측은 굳이 이런 시간 제한을 둔 것이 의도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즉, 톡을 삭제한다는 것은 단순히 메시지를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를 삭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발송 실수의 경우에만 삭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카카오톡의 오만을 엿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라는 게 대체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게 존재한다면 그것은 유저의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를 단절시키고 싶다면 그것은 오롯이 유저의 선택이다. 그저 도구에 불과한 카카오톡이 나서서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는 함부로 삭제할 수 없느니 하면서 준열하게 꾸짖을 만한 것이 아니다.

 

애초에 다른 메신저들도 별다른 시간 제한 없이 메시지 삭제 기능을 지원하고 있는데, 굳이 카카오톡만 아무 기준도 없이 5분이 지나면 메시지를 삭제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그저 카카오톡이 자신의 지위를 사용한 갑질을 하는 것 뿐이다. 다른 메신저들은 모두 유사한 기능을 지원하고 있으니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카카오톡이 주장하듯 커뮤니케이션의 역사 어쩌고라는 설명을 받아들여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5분이 지나기 전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닌가? 5분이 지났든 말든 그 메시지는 상대방에게 보여질 수 있으며, 그 후로도 그 메시지에 기반해서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다.  도대체 그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라는 게 뭔지 당최 이해는 안 가지만 설령 그런 것이 있다고 쳐도 5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그것과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5분 안에는 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 있다는 암묵적 국제적 규칙이 있기라도 한가?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라는 건 결국 말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카톡 기록이다. 즉 카카오톡의 주장을 다른 말로 바꿔 보면, '카톡 기록이 단절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카톡 기록을 삭제할 수 없다'라는 동어반복적인 말이다. 이게 무슨 펀쿨섹좌 같은 소린가?

커뮤니케이션은 내 것이지 카카오의 것이 아니다

카카오톡의 착각과는 달리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는 사용자지 카카오톡이 아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주장에 카카오톡은 다음과 같이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사용자의 주체성을 십분 인정해 주는 다른 메신저 쓰든가.' 다른 메신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든 이유를 알 수 없는 비효율과 폐쇄성은 오만함에서 나오며, 곳곳에서 묻어 나오는 카카오톡의 그런 오만함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생각이 나의 피해망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카카오톡 며칠만 못 쓰게 하면 카카오톡의 소중함을 알 것이다"라는 취지로 글을 쓴 카카오 직원의 블라인드 게시글(http://www.ids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387 )에 비추어 보면, 비록 그 글이 카카오 직원 전부의 마음을 대변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내가 추측하듯 '니들이 어쩔겁니까'하는 식의 오만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카카오 내부에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이들이 개발을 하고, 앱을 만들고, 서비스를 하니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를 단절시킬 수는 없다' 어쩌고 하면서 헛소리를 하고 유저들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또 하나 이해 안가는 결함

덤으로, 차단을 당한 상대방이 차단을 당했는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게 만들어 놓은 시스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본인이 차단 당했는지는 알아야 다른 대화수단을 시도해 보든 포기하든 할 것 아닌가?

물론, 인터넷엔 자신이 차단당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우회적인 방법이 소개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방법들에 대해서 카카오가 단 한번도 유효성에 대해 가타부타 한 적이 없는 데다가 사용 후기에 따르면 그런 방법이 항상 유효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카카오톡에서는 차단 당했을 때 차단 당한 쪽이 이를 알 수 있는 공식적인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카카오톡은 메시지 삭제 기능 제한시 떠벌렸던 것 같은 헛소리 변명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구현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은 상식적으로 있어야 할 기능은 없으면서 그런 '결함'을 이해할 수 없는 감성적 이유로 포장하려고 한다. 차단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바로 알게 되는 편이 상처가 될까 아니면 차단 당한 것도 모르고 메시지를 보내다가 나중에야 차단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그마저도 사실은 추측밖에 할 수 없다. 메시지를 받은 상대방이 아예 계정을 바꿨다거나 큰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이 더 상처가 될까? 아무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런데 카카오톡은 독점적인 메신저라는 지위를 이용해 여기에 대해서도 쉽게 '전자가 더 상처가 된다'라고 사실상 대답을 내려 버린다.  그렇게 커뮤니케이션 어쩌고에 집착하면서 정작 커뮤니케이션을 중간에서 자기가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은 그냥 도구일 뿐이다.  자꾸 유저를 가르치려 들거나 자기의 감성적인 이유를 수용하라고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차단 당했으면 차단 당했다고 띄워 주고, 삭제하고 싶으면 삭제할 수 있게 내버려 두라.  그렇게 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른 사람과의 오해와 커뮤니케이션 미스는 오롯이 그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감내해야 할 일이다. 설령 그로 인해 오해가 깊어지고 싸움이 나더라도 아무도 카카오톡 탓이라고 하지 않는다.  카카오톡은 그냥 있길래 쓴 도구에 불과하고, 아무도 카카오톡에게 내 커뮤니케이션을 도와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왜 시건방지게 시키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껴들어서 우리의 '소통'을 자기가 대신 도와주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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