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기록들

디즈니플러스에 대하여

by Doolim 2021. 11. 26. 10:00
반응형

 

이미지 출처: 네이버 디즈니플러스 공식 배너

 

디즈니플러스 추가 구독을 향한 고민

디즈니플러스가 지난 11월 초 한국에 상륙하기 전부터 사람들은 지갑을 더 쪼개서 구독 OTT를 늘려야 하나 하는 치열한 고민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들은 평균 1.3개 정도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고 하니, 기본적으로 2개 정도는 구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와중에 추가로 하나를 더 구독하려면 적잖은 고민이 필요하다. 월 9,900원은 물론 결코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지만, 어차피 내가 OTT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아직 넷플릭스에 찜해 놓은 드라마며 영화도 다 보려면 몇십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고, 내가 일하고 남는 시간에 내내 OTT만 보는 것은 아니니 저 찜해 둔 영상물들을 전부 다 보는 데만도 이미 몇 달은 걸릴 것이다.  하물며 내가 2개 이상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독하기 위한 방법이 존재는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거나 이 정도 수고를 들이는 것 조차도 별로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디즈니플러스를 추가로 구독하기 위해서는 대략 다음 정도 조건의 만족이 필요해 보인다: 

 

(1) 내가 기존에 구독 중인 OTT가 2개 미만일 것

(2) 내가 구독 중인 OTT에서 보고 싶지만 아직 못 본 콘텐츠가 별로 없을 것(즉, 시청 희망 콘텐츠가 사실상 소진됐을 것)

또는, (3) 구독 중인 OTT에 아직 보고 싶은 콘텐츠는 있지만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훨씬 매력적일 것

 

 

문제: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가 다른 OTT의 콘텐츠보다 압도적으로 매력적인가?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MCU의 모든 콘텐츠들은 분명 매력적이다.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가 쌓아온 고전 명작 애니메이션들도 그렇다.

하지만 매일같이 자극적이고 참신한 영상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판국에 굳이 고전 애니메이션을 보자고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권선징악적 유치한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해 종종 지루하기 짝이 없는 디즈니의 실사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그 외에 뭐가 더 있을까? 일단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를 보자고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심슨가족 같은 시트콤도 고정팬은 있지만 일반 시청자의 취향은 아니다.  스타워즈도 미국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한국에 골수팬이 많지는 않다.  심지어 최근의 시퀄들이 전부 혹평을 받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면 MCU만 보자고 디즈니플러스를 봐야 하는가? 한국은 마블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반 관객의 MCU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지만,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영화를 좋아하는 소비자들 중 이미 많은 수가 MCU의 영화들을 대부분 극장에서 봤다는 의미이다. 

원래 MCU의 관객층이 아닌 5-60대 등 노년층 시청자가 MCU를 새로 찾아볼 리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사실상 MCU의 주된 타겟층인 소비자들은 이미 높은 확률로 그 영화들을 이미 보았을 것이다.

 

물론 골수팬이라면 MCU를 시계열 순으로 다시 정주행하면서 숨은 복선과 이스터에그들을 찾아내는 유희를 즐길 법도 하지만, 어쨌든 MCU는 시청자들의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한하다.  MCU의 영화와 오리지널 드라마 몇 편을 보기 위해 디즈니플러스를 보기에는 아무래도 소비자로서의 양심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하는 한국의 1일 사용자 수는 론칭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붙기는 커녕 9일만에 20만명이 와장창 사라져버렸다. 

 

그 외의 문제들

콘텐츠가 적고,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영상물 소비자 층을 만족시킬 만한 참신한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특히, 디즈니 본인이 보유한 MCU IP의 역량은 물론 훌륭하지만 최근 혹평에 시달린 이터널스만 봐도 그 왕좌를 계속해서 굳건히 지키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MCU 외에 디즈니가 자체적으로 만든 영화들은 다 아직도 고전 애니메이션적 감수성에 사로잡혀 있거나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PC 감성으로 떡칠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디즈니플러스는 내적인 문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1) 자막 번역의 퀄리티가 심하게 들쭉날쭉하다.

(2) 그리고 그 후진 자막을 보여주는 자막의 폰트며 처리방식 자체가 너무 구리다. 참고용 사진을 첨부한다.

21세기에 누가 이런 식으로 자막을 친단 말인가?

심지어 디즈니플러스는 한참 후발주자여서 넷플릭스라는 뛰어난 경쟁자의 깔끔한 자막 그래픽을 충분히 참고할 수 있었음에도 이 따위로 자막을 치고 있다. 이건 솔직히 성의의 문제다. 

물론 설정을 통해 위와 같이 자막 폰트 뒤의 시커먼 배경을 없앨 수는 있다...하지만 애초에 기본형이 저런 자막인 것부터가 문제다.

(3) UI 자체도 편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넷플릭스의 경우 시청 중인 영상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다 대면 영상물 정보 외에도 찜하기 및 평가 버튼 등을 바로 사용할 수 있지만 디즈니플러스는 영상 정보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얘기가 나온 김에 더 말해보자면 애초에 디즈니플러스는 좋다 싫다의 평가 버튼이 없다. 아니면 열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상한 곳에 숨겨 뒀든가. 수천 개의 영상물을 제공하는 OTT인데 사용자의 취향 분석 알고리즘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체 나에게 뭘 추천해 주려고 하는 건지 의문이다.

(4) 아쉬운 검색기능. 영화 중 MCU만 추려내서 보고 싶어서 '마블'을 검색하면 MCU 영화 전체가 검색에 걸리지 않고 캡틴 마블 정도만 나온다.  심지어 웃기는 건 제목에 마블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은 <헬스트롬> 같은 영화는 검색에 걸린다. 

 

그럼에도 디즈니플러스를 봐야 한다면

이런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디즈니플러스를 봐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말했듯이 MCU의 이제까지의 콘텐츠는 물론 영화와 영화 사이를 이어줄 드라마들은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드라마를 안 보면 영화를 100% 즐기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 과연 제대로 된 전략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또한, 디즈니가 인수한 20세기폭스가 보유한 영화도 상당하기 때문에 향후 계속적으로 다양한 콘텐츠의 추가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영향력 있고 명망있는 두 대형영화사의 작품이 계속해서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급될 것이고, 아마도 해당 작품들은 다른 OTT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디즈니플러스 독점으로만 공급될 것이므로 분명 메리트는 있다. 

 

넷플릭스도 사실 한 번씩 터지고는 하는 오징어게임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을 때에는 볼 게 없다는 악평을 매일 같이 들어야만 했다. 결국은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디즈니플러스가 이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고쳐나갈 의지만 있다면 콘텐츠의 경쟁력에서 그렇게 열위에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