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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야기

블루아카이브와 등급 재분류: 게관위는 아무 때나 등급분류를 다시 할 수 있는 것인가? - 등급분류제도의 이해 편

by Doolim 2022. 10. 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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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블루아카이브 민원 사태의 경위는 여기로:

 

블루아카이브와 등급 재분류 :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아무 때나 등급 분류를 다시 할 수 있는 것인

말딸(우마무스메)의 환불 소송 사태가 아직도 현재 진행중인데 이번에는 또 하나의 서브컬처 메이저 게임인 <블루아카이브>에서 사고가 터졌다.  블루아카이브 관련 게임물관리위원회 민원 사

doolimreview.com

 

 

블루아카이브의 등급재분류 결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미 메이저 언론들까지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이다.  

 

‘블루아카이브’ 청불 ‘후폭풍’…게임위 민원 ‘폭주’

넥슨(대표 이정헌)이 서비스하는 모바일게임 ‘블루아카이브’의 연령 등급 상향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블루아카이브’ 이용자들을 비롯한 게이머들이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제기한

game.mk.co.kr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블루아카이브와 같은 서브컬처 게임의 이용자들 사이에서 '다음은 우리다'라는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되서라는 관측이 있다.  실제로, 위 기사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재 들어오는 민원도 처리 못하면서 다른 게임에 대해서도 등급 재분류를 고려 중이라는 정신 나간 소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먼저 이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행위를 촌평하기 전에,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그 등급분류제도의 실상에 대해서 알아보자.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역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설립되는 위원회이다.  문체부에 소속된 기타 공공기관이고, 그래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 받으며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  

2022년도 공공기관 지정 보도자료(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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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물관리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대부분의 내용이 게임물의 등급 분류 및 청소년 보호에 관한 업무에 중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게임산업진흥법 제16조 제2항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등급분류 제도

 

국내에서 게임물을 유통하거나 제작,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또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보통 구글, 애플 및 소니, 카카오게임즈, 원스토어 등 모바일 및 콘솔/PC에서의 플랫폼 사업자가 이에 해당한다)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즉, 원칙적으로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부터 등급분류를 받았다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분류를 또 받을 필요는 없다. 

 

문제가 된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인 원스토어에서 등급분류를 받은 기록이 있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등급분류한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분류를 한 것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효력이 있다. 

 

다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여전히 자체등급분류를 마친 게임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등급을 재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의 제21조 제2항 제4호와 제22조 제2항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즉, 다음 사유가 있으면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이미 등급분류를 한 게임이라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직권으로 등급재분류를 할 수 있다.

1.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에 해당하는 경우
2. 다른 법률의 규정 또는 이 법에 의하여 규제 또는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기기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 정당한 권원을 갖추지 아니하였거나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 또는 사행성게임물에 해당되는 게임물이어서 등급 거부 사유가 되는 경우(주: 소위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도박물 같은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현재 상황상 추정되기로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블루아카이브가 자체등급분류를 받아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게임산업진흥법 제21조 제2항 제4호에 따른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로 판단되어 직권재분류 결정을 했다"라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시정권고'와 '등급분류결정'의 차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일부 민원에 답한 내용의 녹취에 따르면, 사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넥슨게임즈에게 한 조치는 확정적인 등급재분류결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시정권고에 가깝다고 보일 여지도 있다.  즉, '15세 이용가의 취지에 걸맞도록 내용물을 수정하라'라는 시정권고와, '그러지 않으면 등급을 재분류하겠다'라는 택일적 권고로도 보이는데, 일단은 1차적으로 내용을 수정할 것을 전제로 하므로 시정권고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시정권고와 등급분류결정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깊게 파고들면 복잡하고, 간단하게 말하면 '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시정권고 같은 것은 보통 '행정지도'라고 불리는데 행정지도는 그 자체로는 단지 행정절차의 안내에 불과해서 아무런 법적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므로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소송의 대상이 되려면 처분 받은 자의 법적 지위에 영향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등급분류결정은 직접적으로 게임물의 서비스 범위를 변경시켜 게임사업자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주므로 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등급분류결정을 아예 취소하는 결정에 대해서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판례가 다수 발견되지만 등급'재분류'결정 자체에 대해 다툰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등급재분류결정 역시 기존에 허용되었던 게임물의 판매범위를 제한하는 결정에 해당하므로, 마땅히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자신들은 시정권고를 한 것이고 따라서 이는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다툴 것도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정권고라고 해서 모두 처분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정권고의 처분성은 케바케로 다뤄지기 때문에, 시정권고의 형식에 따라 취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남녀차별개선위원회가 내린 남녀차별 결정 및 시정조치 권고의 경우, 남녀차별개선위원회의 시정조치가 내려지면 대상자는 이를 시정하고 시정 경과를 보고할 구체적인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처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가 있고(서울고등법원 2005. 5. 26., 선고, 2004누4286, 판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권고 역시 구체적인 조치의무를 부과하기 때문에 처분이라고 본 사례가 있다(서울고등법원 2012. 5. 3. 선고 2010누9428 판결).  따라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내린 것이 단순한 시정권고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시정권고에 대해 사업자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직접 부담한다면 이 역시 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통지 내용과 형태에 따라 시정권고는 얼마든지 처분이 될 수 있다.   

특히,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시정권고는 다음 사유가 발생했을 때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시정권고가 이뤄지면 사업자는 7일 내에 조치경과를 보고해야 하므로(게임산업진흥법 제38조 제7항, 9항) 단순한 행정지도보다는 처분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1.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급분류를 받은 것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
1의2. 시험용 게임물로서 제21조제1항제3호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상ㆍ기준과 절차 등을 위반한 게임물
2. 사행성게임물에 해당되어 등급분류가 거부된 게임물
2의2. 제2조제6호다목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종류 및 방법 등을 위반하여 제공된 게임물
3. 제25조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을 하지 아니한 자가 영리의 목적으로 제작하거나 배급한 게임물
4. 제34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배포ㆍ게시한 광고ㆍ선전물
5. 게임물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하게 하기 위하여 제작된 기기ㆍ장치 및 프로그램

=> 만일 15세이용가를 받았는데 서비스 내용이 청소년이용불가 이상의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제1호의 사유를 들어 시정권고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처분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처분의 대상자, 즉 이 경우엔 넥슨게임즈가 이를 다퉈야 하지만 제3자의 경우에도 그 처분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법적 지위에 영향이 간다면 취소소송으로 이를 다툴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경우 단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결국 넥슨게임즈가 이를 직접 다투지 않는 이상 소송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시정권고 내지 등급재분류결정을 제3자가 다툴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이야기하다 보니 너무 복잡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결국 사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지 못한 것 같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제도 자체의 문제점과, 소비자 입장에서 이를 다툴 만한 방법을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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