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이브의 등급 재분류 사태의 경위,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일반적 역할과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로: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등급분류제도의 본질적 문제점
일단 게이머들이 가장 크게 문제를 삼고 있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살펴 보자.
일단 대충 살펴봐도 게임 관련 커리어를 거친 사람 자체가 거의 없다.
상식적으로 게임등급을 분류하는데 도대체 연극협회 사무총장이나 일간스포츠 경제 팀장이 왜 들어가 있는 건가??
이게 게임물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찾은 명단이 아니라 그냥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3시간 동안 아무나 9명 찍어서 만든 명단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애초에 현 게관위원장인 김규철 위원장 빼고, 경력사항에 게임의 '게'자가 들어간 경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혹시, 아주 혹시, 게임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을 불러모으느라 그런 것일까? 다른 유사 위원회도 이 모양으로 구성이 되는 것일까?
그래서 마찬가지로 종합예술이라고 할 만한 영화 등급을 결정하는 영상등급분류위원회의 면면을 살펴 보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도 뭐 전부 다 영화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가장 핵심인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물론 비상임위원들 중에도 3인 이상이 영화계 출신이거나 한국영상자료원, 또는 적어도 방송국 시청자위원 등 관련 직종을 거쳐온 인물들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 똑같이 등급분류를 심사하는 위원들인데,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경우 절반 이상이 영상물 전문가인 반면 게임물관리위원회에는 정말 게임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1도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수두룩빡빡이다. 도대체 애초에 이런 인물들이 어떻게 '게임물'관리위원으로 위촉이 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고 이런 인물들이 왜 이런 감투를 받고 고사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게임 전문가는 커녕 살면서 게임이란 걸 고스톱 말고 해본 적은 있었을까 싶은 인물들이 대한민국의 게임 등급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등급은 단순히 이용가를 분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등급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게임물 판매를 금지하는 효과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생각보다 게임물에 대한 굉장히 강력한 제한이다)
어떤 콘텐츠의 등급을 분류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냥 보고 인상비평으로 이건 15세쯤 줘야겠다 이건 청소년이용불가 줘야겠다 하면서 원님재판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콘텐츠의 실제 주 소비층, 해당 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어떤 이용범위로 서비스되고 있는지 등 해당 콘텐츠의 시장과 업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들어왔는지 상상조차도 안 되는 게임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인사들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위원직을 전부 꿰차고 있으니, 아무리 규정이 잘 되어 있어도(심지어는 일반적인 심사규정의 한계상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 규정이 아주 정치하고 치밀한 규정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제대로 심사가 이뤄질 리 만무한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재분류 또는 시정권고에 대해 다투는 방법
이전 포스트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결국 등급재분류가 됐든 시정권고가 됐든 그것은 소비자가 아닌 처분의 직접 상대방 넥슨게임즈가 다퉈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로서는 그러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처분에 직접 다툴 방법이 마땅치 않다.
(물론, 아주 예외적으로 처분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닌데, 그야말로 극히 이례적인 경우이고 이런 등급분류결정의 효력에 대해서 제3자가 다툰 사례는 국내에서는 아예 없다)
결국 소비자로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직접 업무를 요청하고, 그러한 업무 요청에 따른 대응이 부적법하거나 부적절할 경우 그러한 대응 자체에 대해서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1. 감사원에 대한 민원 제기
감사원은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관으로서 그 임원의 전부 또는 일부가 국가나 지자체에 의해 임명되는 조직의 직무 적정성을 감찰할 수 있다(감사원법 제24조 제1항).
게임물관리위원회는 (1)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으로, (2) 그 위원을 문체부장관이 위촉하므로, 당연히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된다.
다만,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직권으로 등급을 재분류하거나 시정권고를 하는 것은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당연한 권한이므로, 원칙적으로 그 행위 자체는 감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만일 법에서 따른 처분절차를 지키지 않았거나(보통 서면 통지를 누락하거나, 사전 청문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 등이 많이 문제가 된다), 어설픈 게관위 규정조차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감사원의 시정명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원 처리에 관한 일반법인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상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실을 설치하거나, 민원실을 설치하지 않을 것 같으면 적어도 민원인의 민원 처리의 편의를 돕기 위한 민원 편람, 처리기준과 절차 등을 관련 부서에 비치하고 이를 인터넷으로도 제공해야 한다(민원처리법 제13조).
따라서 만일 민원처리에 관한 이런 일반적인 지원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민원처리법에 위반하여 민원사무를 처리한 것이므로 부적법한 직무 수행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다수의 민원인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1) 확정적으로 등급재분류 결정을 내린 것인지 단순 시정권고를 한 것인지 스스로도 정확히 무슨 처분을 한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2) 일부 민원 답변 과정에서 '다른 나라에서 15세라고 우리 나라도 15세라고 할 수는 없으며 우리나라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답변한 바 있는데, 이는 스스로 정한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규정 제2조의 '국제적 보편성' 기준에도 위반하는 등급분류 태도인 것으로 보이는 점,
(3) 일부 민원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어디서 오더를 받은 것이냐' 또는 '이러시면 업무방해(사실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방해행위는 업무방해는 성립할 수 없고 오로지 공무집행방해만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 2009. 11. 9. 선고 2009도4166 판결)에 해당할 수 있다' 등 민원인을 위협하는 언사를 한 것으로도 보이는데, 이는 민원 처리와는 별개로 민원인에 대한 협박을 구성할 수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참고로 공무집행방해는 협박이나 폭행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민원을 넣으면서 해당 공무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위협을 느끼게 하는 언사를 하지 않았다면 단지 민원 폭탄을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집행방해가 될 리도 없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제대로 소명되기만 한다면 실제 감사원 감사가 들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등급분류결정이 어떻게 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게임물관리위원회에 그냥 되는 대로 아무나 꽂아 놓고 민원 몇 개 들어오면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얼치기 행정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은 결국 게관위가 스스로 만든 규정도 똑바로 지키지 않고, 민원이 들어오면 다짜고짜 '오더' 운운하며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하며(자기들이 뭐라고 정치적 공격까지 받는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주제에 민원실을 닫아 걸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심각한 수준의 도덕적 타락과 무능함이라고 본다.
이 근원점이 시정되지 않는 이상, 이런 사태는 끝없이 반복될 것이며 국내 게임산업은 점점 위축되고 말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금의 상황은 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리 차지하면서 게임이라는 중차대한 콘텐츠산업을 좌우할 수 있는 게관위라는 조직의 불필요한 무소불위한 권한을 박탈하거나 또는 그 정도의 위협이 가해지지 않으면 개선될 수 없으로라고 생각한다.
게관위의 사전심의 권한 박탈에 관한 청원이 진행 중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자.
(꼭 이런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아도, 무능하고 부패한 복지부동의 철밥통들에게 똑바로 하지 않으면 게관위라는 기관 자세가 나가리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 의미만으로도 이미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onGoing/E1F0379DA6573803E054B49691C198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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