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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Shows

마이 네임 - 애매한 느와르에 대한 리뷰

by Doolim 2021. 11. 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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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 넷플릭스

마이 네임, 그리고 느와르

최근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을 이어 차세대 흥행주자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마이 네임>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마약 판매 조직과 마약수사대 사이에 끼어 졸지에 아버지를 잃은 소녀가 마약조직의 일원이 되었다가, 아버지의 원수를 알아내기 위해 마약수사대에 잠입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조직과 경찰. 언더커버. 누군가의 원수. 복수. 길러내진 킬러. 고식적인 느와르라면 한 두개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차용하는 소재들이고, 마이 네임 역시 그렇다. 느와르라는 장르는 결국 파멸이 뻔하게 예정된 인물들이 얼마나 절절하고 비장하게 최후를 향해 달려가는지를 씁쓸하게 그려내는 장르이다. 따라서 중간중간의 액션 시퀀스나 스릴러 시퀀스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각 인물들에게 이입할 수 있느냐이다.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

반동인물로서 주동인물인 송지우와 함께 가장 설득력 있는 인물이어야 할 최무진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 인물로 거듭난다. ⓒ 넷플릭스

이 영화에서 대립점에 서게 되는 것은 주인공 송지우를 맡은 한소희와, 송지우의 아버지의 친구이자 조직의 보스인 최무진 역을 맡은 박희순이다. 따라서 이 느와르의 성공은 결국 두 인물에게 얼마나 이입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얼마나 각 인물들의 당위성이 잘 설명되는지에 있을 것이다. 느와르에서는 주동 인물 뿐만 아니라 반동 인물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무간도>에서 양조위와 유덕화의 대결에서 끝까지 둘 모두에게 이입할 수 있는 것은 둘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자신의 당위성을 드러내 보여줬기 때문이다. 주동인물에게만 이입하게 되면 그것은 이미 히어로물이지 언더커버를 소재로 하는 느와르가 아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중후반부터 이미 반동 인물인 최무진에게 이입할 여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다. 초중반만 해도 미스테리하면서도 알 수 없는 중후한 반동인물이었던 최무진은, 후반으로 갈수록 동력을 상실하고 그냥 평범한 악의 조직 보스 A가 되어 버린다. 심지어 마지막화가 끝나는 순간에도, 가장 핵심적인 물음인 "왜 최무진은 자기가 아버지를 살해해 놓고도 그 딸을 길러내 원수를 갚게 해 줬는가?"에 대한 대답이 이뤄지지 않는다. 마지막 격투씬에서 최무진이 뭔가 변명처럼 궁시렁궁시렁 너는 나를 닮았다느니 괴물이 되어라느니 하는 소리를 주워섬기지만 그 전에 그에 관한 아무런 단서나 복선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왜 최무진은 자기 자신이 죽어가면서까지 그녀를 괴물로 만드려고 한 것인가? 드라마는 속시원한 대답을 해 주지 않고, 그 최후의 결투 끝에 모든 갈등이 해결되었다는 듯 훌훌 떠나는 송지우를 비추며 끝이 난다.

 

액션씬은 괜찮지만

마이네임은 매 화마다 이어지는 액션씬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고, 실제로 홍보 내용도 상당 부분 얼마나 한소희가 액션씬을 잘 소화해냈는가에 관한 내용인 것으로 보아 액션씬을 최대의 셀링포인트로 삼은 듯하다.

분명 마이네임의 액션씬은 매화 상당 분량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딱히 어색함이 보이지 않는다. 초반 한소희의 마약판매상 습격씬 같이 좁은 복도와 외길에서 이뤄지는 특이한 액션 씬도 흥미롭다. 

다만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뛰어난 액션씬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완전히 이입되기 힘든 것은, 이 드라마가 본질적으로 액션 드라마가 아니라 느와르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분노의 질주나 007처럼 명백히 정의의 사자인 주동인물과 명백한 악당 간의 선형적인 대립구도를 취하는 액션물이 아니다. 우리가 오래도록 <대부>나 <무간도> 등 느와르를 곱씹으면서 서슴치 않고 명작이라고 추켜세워올려주는 이유는 그것들이 뛰어난 액션씬으로 무장하고 있어서는 아니지 않은가.  액션도 물론 좋지만, 이 드라마는 대립되는 인물들의 당위성과 드라마에 좀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총평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흥미롭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액션씬도 잘 만들어져있고, 이해는 가지 않는 캐릭터이지만 박희순이라는 워낙 매력적인 배우가 빚어낸 최무진이라는 캐릭터도 훌륭하다. 그러나 과연 8화 총 8시간 가량을 투입해서 볼 만한 작품인가? 라는 대답에는 긍정적으로 답변하기 힘들다. 그 시간이면 훨씬 뛰어난 다른 느와르 영화를 4편은 볼 수 있기 때문이고, 이 드라마가 과연 그 영화들의 값어치를 상회할 만한 어떤 뛰어난 특장점이 있는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일반관객 대상 추천지수는 ★★

박희순 배우의 광팬 대상 추천지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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