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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더 배트맨> 줄거리, 리뷰, 쿠키 - 명징한 메시지 그러나 지루한 수사물

by Doolim 2022. 3. 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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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의 새로운 슈퍼히어로 영화인 <더 배트맨>이 어제(2022. 3. 1.) 국내 개봉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후로 오랫동안 숨을 고르고 있던 DC의 차기작인데다가, DC에서 명실공히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인 '배트맨'의 실사화 리부트 시리즈인 만큼 <더 배트맨>에 대한 DC 팬들의 기대는 압도적이었다.

(다만, <더 배트맨>은 기존의 <저스티스 리그>, <수어사이드 스쿼드>, <샤잠>, <아쿠아맨> 등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과연, 맷 리브스와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역작인 다크 나이트 3부작과 팀 버튼의 고전 명작 <배트맨> 시리즈를 뛰어넘는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영화 기본정보

감독: 맷 리브스

출연: 로버트 패틴슨, 조 크라비츠, 제프리 라이트, 폴 다노, 콜린 파렐, 앤디 서키스 등

개봉시기: 2022. 3. 1. (국내 기준)

러닝타임: 175분(약 3시간)

 

 

더 배트맨 줄거리

 

시장 선거를 앞둔 4선 역임의 시장이 어느 날 자택에서 살해당한다.  

살해 현장에는 <TO THE BATMAN>이라고 쓰여진 쪽지가 발견되었고, 암호문이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이에 제임스 고든 형사(제프리 라이트 분)는 그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배트맨(로버트 패틴슨 분)을 불러 혹시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있냐고 묻지만, 배트맨 역시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인다.

배트맨은 사실 어린 시절 부모를 괴한에게 살해 당한 고담시의 거부, 웨인 가의 후계자인 브루스 웨인이었다.

그는 영국 정보부 출신인 집사 알프레드(앤디 서키스 분)와 함께 암호문을 해독하고, 살인자가 일전 죽은 시장의 마로니 패밀리 마피아 소탕작전 당시 내부고발자를 이용해 마로니 패밀리를 소탕하는 척 하고는 도시의 마약거래를 그대로 방치한 부패 정치인과 검사를 살해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추리해 낸다.

그리고 그 사건에 휘말린 친구를 구하기 위해 손을 빌려 달라고 하는 셀리나 카일(캣우먼, 조 크라비츠 분)을 만나게 되는 배트맨. 

사라진 친구의 행방을 찾기 위해 배트맨과 셀리나는 마로니 패밀리와 적대관계인 팔코네 패밀리의 아지트 아이스버그 라운지를 찾아가 지배인인 펭귄(콜린 파렐 분)을 만나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치면서 배트맨은 팔코네 패밀리, 죽은 시장, 도시의 지방검사는 물론 자신의 아버지까지 연루된 거대한 엘리트 집단의 비리에 접근해 가게 되고, 악에 대한 '복수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그 사명에 대해 고뇌하게 된다.

 

참고로, 영화가 끝나고 크레디트가 전부 올라가면 쿠키가 1개 있기는 한데, 별 내용도 없고 크레디트도 7분이나 되서 이미 3시간을 버텨낸 관객이라면 굳이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더 배트맨 리뷰

 

여러 평론가들이 일찍이 이야기했듯 더 배트맨은 확실히 이제까지의 히어로 영화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제까지의 슈퍼히어로 영화들과 아예 범주를 달리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 평가는 호평일 수도 있고 혹평일 수도 있는데, 이 영화가 기존의 히어로물과 다른 지점 중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이하에는 영화 줄거리에 대한 일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은 긍정적인 지점을 먼저 살펴보자.

 

이제까지의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들은, 비록 그 장르나 연출 방식은 달리했어도 영웅의 탄생 - 숙적의 등장 - 영웅의 고난 - 사건의 해결이라는 매우 정석적인 액션물의 플롯을 이용해 왔었고, 영웅은 처음에는 어설프거나(<샤잠>) 자신의 사명을 깨닫지 못하고 방황할지언정(<아쿠아맨>) 숙적의 존재를 이내 깨닫고, 숙적과 운명을 건 대결에 나아가게 된다. 

 

그러나 <더 배트맨>은, 누군가의 표현을 빌자면 액션물이라기보다는 수사물에 더 가깝다.  영화 속의 배트맨은 단순히 적들을 때려부수면서 사건을 해결해 간다기보다는 어설프지만 꼼꼼하게 증거를 모으고 단서를 추적해 나간다.

실제로 배트맨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최종 숙적인 리들러에게 한 발 한 발 끈질기게 나아가고, 마침내 그를 사로잡지만 다른 슈퍼히어로물처럼 눈이 휘둥그레해지는 화려한 액션과 절묘한 기믹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집 앞의 카페에서 날 잡아 잡수 하는 듯한 리들러를 '체포'할 뿐이다(심지어 체포도 배트맨이 안 하고 고든이 지휘하는 경찰들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더 배트맨>은 액션물을 기반으로 하는 종래의 슈퍼히어로물들과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그냥 얼굴만 달리하는 슈퍼히어로들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기존 영화들에 흥미를 잃었다면, <더 배트맨>은 분명 슈퍼히어로라는 캐릭터를 이용한 참신한 장르적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영화 속에서 악당 '리들러'를 다루는 방식도 재미있다. 

 

영화 속에서 메인빌런인 리들러는 여러 면에서 배트맨의 안티테제로 묘사된다.

그들은 둘 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활동하며, 악인을 처단하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가면을 쓴다.

그러나 법의 테두리 밖에서 행동하지만 최소한 법을 존중하려고 하는 배트맨과는 달리 리들러는 연쇄살인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정의를 실천하며, 마지막 체포의 순간에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쏟아지는 관심을 즐기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즉, 이 영화에서 리들러는 오히려 그 동안 배트맨의 최고의 숙적으로 여겨졌던 조커보다도 오히려 더 배트맨의 안티테제에 가까운 모습으로서 상당히 흥미로운 캐릭터로 기능한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 다뤄졌던 조커는 그 자체로는 매우 흥미로운 캐릭터임이 분명하지만, 그 자신이 배트맨의 대척점에 있어서라기보다는 워낙 캐릭터가 주는 강렬한 인상 때문에 최고의 빌런으로 꼽힌 것이 컸다. 

 

반면 <더 배트맨>의 리들러는 그동안 코믹스에서 다뤄졌던 대로 그냥 수수께끼에 미친 정신병자라기보다는 나름의 뒤틀린 정의관념을 가진 악당으로 설정되면서, 배트맨이 행하는 자경단 활동이 잘못 흘러가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시사해 주는 캐릭터가 된다. 

이제까지 2류 빌런으로 여겨졌던 리들러의 재해석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흥미로운 시도다.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배트맨의 캐릭터도 눈길을 끈다.  

<더 배트맨>의 배트맨은 <저스티스 리그>의 늙고 지쳤으나 노회한 배트맨도,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노련한 배트맨도 아닌 초짜 배트맨이다.  

그는 계속해서 실수를 범하고, 그로 인해 위기에 처하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등 아마추어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노련한 배트맨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영상화된 매체에서 다루지 않았던 배트맨이기에 오히려 흥미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매우 명징하게 보여준다.

 

영화 초중반까지 배트맨은 입버릇처럼 '나는 복수다(I'm vengence)'라는 말을 되뇌인다.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된 계기는 사회정의 실천을 위해서도,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도 아니고, 범죄에 의해 양친을 잃은 소년의 복수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복수자'로서의 배트맨의 정체성은, 주위 사람들마저 그를 '복수자'라고 부름으로써(셀리나는 계속해서 그를 미스터 벤전스라고 부른다) 끊임없이 환기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저그런 소악당인 리들러의 잔당들의 정체를 캐물을 때 잔당들은 충격적인 대답을 한다.  그들은 키득거리면서 "I'm vengence"라고 배트맨과 똑같이 자신을 정의한다(물론 그들의 '복수'의 대상은 썩어빠진 엘리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복수의 대상은 다르다).  이에 배트맨은 스스로가 이런 소악당들과 동일한 범주에 들어가 버린다는 데 충격을 받고, 다음 순간 더이상 복수가 아닌 절망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자 달려든다.   

 

이렇듯 영화는 초중반까지의 '복수자' 배트맨과, 도시의 희망으로 각성한 배트맨의 모습을 명징하게 대비시키면서 단순히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시작한 배트맨이 도시의 희망이라는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주제를 매끄럽게 전달해 낸다.  

 

요약하자면, <더 배트맨>의 강점은 다음과 같다.

 

1.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사용했지만, 단순한 액션물이 아닌 수사물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대범함

2. 흥미로운 빌런 설정

3. 명확한 메시지 전달

 


다음은 <더 배트맨>의 단점을 살펴보자.

 

더 배트맨이라는 영화를 지루하게 만드는 지점들은, 어떻게 보면 정확하게 장점들로부터 비롯된다. 

 

첫째, 영화는 기본적으로 수사물을 표방하지만, 수사물에서 줄 수 있는 대부분의 재미가 거세된 상태이다.

 

누가 죽였는가? 이미 초반부터 영화는 범인을 제시하고 시작한다.  따라서 전형적인 후더닛(whodunnit)류의 수사물(에르큘 포와로 시리즈 같은)에서 주는 쾌감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왜 죽였는가? 영화는 범인의 동기를 '부패 엘리트들에 대한 분노'로 묘사한다.  그러나 '누가 죽였는가'라는 물음과 마찬가지로, 이미 영화는 초반부터 고위 공직자들이 죽어나가는 모습들을 조명하면서 사실상 답을 제시하고 있다.  차라리 개인적인 원한이라면 관객은 그런 개인적인 서사를 되짚어가면서 동기를 추측하는 재미라도 느낄 수 있는데, 애초에 동기 자체가 굉장히 추상적인 데다가 히어로영화의 빌런으로서는 딱히 새로운 타입의 동기도 아니어서 동기를 알고 나서도 '아 역시 그랬구나' 정도의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죽였는가? 살해 방법이 기발한 것도 아니어서 이 부분을 추측하는 재미도 없다.

 

누가 죽는가? 영화에서 유일하게 관객의 추론의 여지를 남겨 준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여기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죽어 나가는 것은 딱히 주인공의 친구도 아니고, 그냥 어느 랜덤한 고위공직자들일 뿐이다.  물론 브루스 웨인 본인도 생명의 위협을 겪게 되지만, 이는 결국 미수에 그친다.  

리들러는 자신의 의사와 다음에 습격할 인물을 암호문으로 남기지만, 애초에 관객이 풀어낼 수 있는 형태의 암호문으로 제시되지도 않기 때문에 관객은 그냥 등장인물이 컴퓨터와 자신의 언어학적 지식을 이용해 메시지를 푸는 것을 벙쪄서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애초에 관객을 추론과 수사의 과정에 끼워주지를 않는데 반전이 있을 리가 없다. 

 

둘째, 리들러는 흥미롭지만 리들러를 극복하는 과정은 그렇지 않다.

 

히어로는 빌런을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신체적인 우위에 의한 것이든, 지능적인 우위에 의한 것이든, 히어로는 빌런을 극복하고 그를 굴복시켜야 한다.  그것은 히어로물의 금과옥조다.  

 

그러나 영화 내내 배트맨은 리들러를 굴복시키지 못한다.  마지막에 그가 굴복시키는 것은 시시껍절한 리들러의 잔당들 뿐이다.  이해가 가지 않게도, 영화는 배트맨이 최후의 순간 대면하는 것을 메인 빌런 그 자체가 아니라 메인빌런에게 감화된 잔당들(얼굴조차 나오지 않는)로 설정했다. 

말하자면 <어벤저스>에서 타노스를 퇴치하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타노스는 생각보다 쉽게 잡고 남은 러닝타임 30분동안 타노스의 졸개들을 처치하면서 비로소 어벤저스들이 영웅으로서 자각하면서 끝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뭐...그러면 안 될 건 없는데...기승전결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고, '메인' 빌런이라는 역할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영화는 자신이 슈퍼히어로물의 관행을 깨부순다는 데 지나치게 희열을 느낀 나머지 슈퍼히어로물의 관행이 아니라 영화의 관행들까지도 가차없이 깨부수고 있는데, 문제는 '영화의 관행'이라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100년도 넘는 세월 동안 쌓여온 것이라는 점이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메인빌런의 체포과정을 쉽게 보여줘 놓고는 그 조무래기들과 싸우느라 30분 이상의 러닝타임을 쓰는 것은 그냥 감독이 '봐라, 이런 신박한 히어로물은 처음 보지?'라고 하는 듯한 자기과시의 결과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영화에서 가장 스릴 넘쳐야 할 최후의 전투 부분이 나는 그래서 무척이나 지루했다.

 

셋째, 이 영화는 생략과 편집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누군가가 말했듯 영화는 생략의 미학이다.  만일 'A가 B에게 USB를 건네주기 위해 집을 나선다'라는 시퀀스가 있다고 하자.  영화는

(1) A가 USB를 서랍에서 찾아 꺼내 들고, 주머니에 넣은 후,

(2) 집의 문을 열고, 1층으로 가기 위해 1분 정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3) 엘리베이터에 타서 1층에 내리고,

(4) 1층에서 내려 버스정류장까지 쭉 걸어가는 길을 비춘 후

(5) 버스정류장에서 10분 정도 버스를 기다리는 장면을 계속 비추다가,

(6) 그가 카드를 꺼내 찍은 후 자리에 앉아 이동하는 시간 10분을 더 비추고는

(7) 마침내 버스에서 내려 B를 만나는 순간을 계속 보여줄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시퀀스에서 중요한 것은 A가 B에게 USB를 건네준다는 내용이므로, 영화는 (1) A가 USB를 꺼내 주머니에 넣은 씬을 보여준 후 바로 다음 장면에서 (7) B에게 USB를 넘겨주는 씬을 보여줄 것이다.  이렇듯 영화는 실제 이야기의 적당한 생략과 편집을 통해 무엇이 이야기에서 강조되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생략과 편집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일단 쓸데없는 장면이 너무나도 많다.  위 예를 다시 들어보자면, 물론 위와 같이 구체적으로 모든 장면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1) ~ (7)까지의 과정 중에서 대충 (2), (4), (6) 정도만 생략하고 아무 이유도 없이 나머지 장면을 모두 살려놓는 식이다.   

 

한 장면을 예로 들자면, 마지막 순간 캣우먼과 배트맨은 각자의 길로 헤어지는데, 영화는 굳이 둘이 오토바이를 나란히 타고 달리는 장면을 거의 1분동안 계속 비추다가 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헤어져 다른 길로 달리는 장면을 30초 정도 비춘다.  그런데 문제는 거의 모든 장면이 이런 식이라는 것이다.  불필요한 침묵의 순간들과, 왜 이걸 보여주는지 알 수 없는 낭비 씬들이 너무나도 많다.  

영화가 줄이고 줄여서 3시간이 되었다기보다는 애초에 그냥 3시간짜리 영화를 만들려고 되지도 않는 씬을 전부다 갖다 박은 느낌이다.  

영화가 예술영화여서 모든 장면장면마다 심오한 의미가 있다면 모르겠는데,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영화의 메시지 자체도 심오한 척하지만 결국 영웅은 개인적인 동기에서 시작할지라도 대의를 위해 일어선다는 흔해빠진 내용이라 도대체 무슨 메시지를 그렇게 꽉꽉 채워넣고 싶었길래 3시간이나 되는 러닝타임을 가져갔는지 의문이다.  

 

결국 사실 내가 보기엔 이 영화의 단점이 모든 장점을 상쇄한다.  영화는 3시간짜리 자기과시적인 감독의 PR에 가깝고, 영화는 토드 필립스의 <조커>같이 예술성 있는 히어로물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조커>에서 보여줬던 충격적인 반전과 누구나 고민해 볼만한 주제의식은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은 자아도취적이고, 불필요하게 장엄하며, 정작 카타르시스를 줘야 할 장면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 버리고 감독이 그냥 왠지 모르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끝도 없이 늘어진다.  

 

 

더 배트맨 평점

 

배트맨을 잘 알고, 배트맨을 사랑하는 관객 대상 평점은 ★★☆. 영화는 배트맨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제까지의 영상물에서 잘 다루지 않는 시기의 배트맨을 다루고 있고, 조커 다음으로 인기 많은 빌런인 펭귄과 리들러를 모두 새롭게 해석해 보여준다.  물론 이게 반드시 배트맨의 팬들의 마음에 들지는 미지수지만.

 

배트맨 시리즈나 DC에 대해 잘 모르는 관객 대상 평점은 ★★. 캐릭터에 대한 팬심조차 없이 3시간을 붙잡고 있기에는 버거운 영화다.

 

슈퍼히어로물 매니아 대상 평점은 ★★.  이 영화는 일단 당신이 알고 있는 슈퍼히어로물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뛰어난 수사물이냐면, 솔직한 감상으로는 그렇지도 않다.  이 영화의 개연성이 말도 안되는 수준이라거나 흥미로운 지점이 단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일 이 영화가 최소한의 편집의 미학을 발휘했으면, 최소한 러닝타임을 2시간 이내로 줄여놨다면 이것보다는 후한 점수를 줬겠지만 아무리 봐도 3시간이나 앉아 볼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지는 않다. 

참고로 러닝타임 내내 각종 슈퍼히어로들이 전투를 벌이고 10년간 벌여놓은 떡밥을 회수해내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러닝타임이 181분이고, 세기의 명작으로 칭송받는 <대부>가 175분이다.  이 영화가 175분이고.  이 러닝타임은 최소한 <어벤저스: 엔드게임> 급의 재미 또는 <대부>급의 작품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웬만하면 용서받기 힘들다는 말이다.  

 

 

참고로 로튼 토마토의 더 배트맨 평점은, 왠지 모르겠지만(하지만 한편으론 예상했던 대로) 나쁘지 않다. 관객점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왓챠피디아의 더 배트맨 평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전반적인 코멘트상 DC의 부활을 염원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많은 점에 비추어 볼 때, DC 팬들의 입장에서는 <저스티스 리그> 조스 웨던 버전이나 <배트맨 대 슈퍼맨> 같은 개망작이 아니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가 위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망작은 아닌데, 그렇다고 이 점수에 어울리는 작품이냐면 솔직히 나는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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