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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20세기 소녀> 줄거리, 결말(스포포함), 후기 및 평점 - 소재와 함께 옛날로 돌아가 버린 연출

by Doolim 2022. 11. 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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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근 나의 한국산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대한 평가는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 2년간 나온 영화들 중 기억에 그다지 남지 않는 작품들이 많지 않았음은 물론, 나쁜 의미로 강하게 뇌리에 남은 작품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오징어게임>같은 걸출한 수작도 나왔지만, 왠지 모르게 시리즈물에 비해 영화 중에는 어떻게 이런 영화가 2022년에 나올 수 있나 싶은 졸작이 더 많았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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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오랜만에 정통 로맨스 영화가 개봉했다. <20세기 소녀>라는, 20세기 소녀시절을 보냈던 한 소녀의 사랑 이야기다.

 

사실 한국 영화 카테고리가 아니라 로맨스 장르로 범위를 넓혀 보더라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맨스 영화의 타율 역시 썩 괜찮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두 인생을 살아봐>나 <메리 미>같이 간간히 평타를 쳐온 장르이긴 하다.  그래서 오늘도 기대반(홈런은 안 나오지만 간간히 평타는 쳐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맨스 카테고리) 걱정반(높은 확률로 망작인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카테고리)의 마음으로 새로 개봉한 <20세기 소녀>를 재생해 보았다.

 

 

넷플릭스 20세기 소녀 줄거리

어른이 되어 성우로 일하고 있는 보라(한효주 분)는 어느 날  고향의 아버지로부터 소포를 받는다. 

아버지 앞으로 수신자가 보라인 소포가 왔다는 것이다.  그 소포는 어렸을 적 추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 하나와 어떤 미디어아트전의 초청장이었다.

그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보라는 고등학교 시절 풋풋한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어린 보라(김유정 분)는 연두(노윤서 분)와 절친 사이이다.  연두는 심장수술을 위해 잠시 미국으로 떠나면서, 얼마 전 우연히 만나 첫 눈에 반한 백현진이라는 남학생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보라에게 부탁한다.

보라는 백현진(박정우 분)에 대해 조사하다가 엉겁결에 백현진 그리고 백현진의 친구인 풍운호(변우석 분)가 속한 방송반에 들어가게 되고, 백현진은 보라에게 점점 관심을 보이지만 보라는 친구인 연두의 첫사랑을 빼앗고 싶지 않아 그를 계속해서 밀쳐낸다.

그러던 와중 보라는 풍운호와 오히려 가까워지게 되고,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그런데 그 후 절친인 연두가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한 가지 오해가 밝혀지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20세기 소녀> 결말

 

이하에는 20세기 소녀의 결말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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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연두가 짝사랑하던 대상은 사실 백현진이 아니라 풍운호였다.  풍운호는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잠깐 백현진의 교복 자켓을 입었었고, 그 때 연두를 마주치는 바람에 연두는 이제까지 풍운호가 백현진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연두는 그 오해를 깨닫고 재미있어 하지만, 이미 풍운호에게 호감을 갖게 된 연두는 망연자실하게 된다.

그 후 남의 속도 모르고 연두는 풍운호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겠다고 하지만, 풍운호는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결국 백현진으로부터 풍운호와 보라가 사실 서로를 좋아하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된 연두. 

연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똑같이 좋아하게 된 보라에게 실망한 것이 아니라, 사실대로 이야기했으면 자신도 그녀를 잃고 싶지 않으니 사실을 받아들였을 것인데도 이를 계속 숨기려고만 했던 보라에게 실망했다고 터놓는다.

그 후 풍운호는 가족이 있는 뉴질랜드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운호는 이를 알려주기 위해 보라의 가게와 집으로 찾아가지만, 하필 그 날 보라의 동생이 아파 급하게 병원에 실려가는 바람에 보라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연두는 풍운호가 떠난다는 사실을 보라에게 알려주며, 빨리 역으로 가서 그를 만나고 오라고 한다.

기차역에서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한 둘은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그러나 뉴질랜드에 가서도 계속해서 이메일로 연락하던 풍운호는 21세기에 막 접어든 2000년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고, 그렇게 보라는 풍운호를 잊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그런 보라에게 갑자기 온 전시회의 초대장.  알고 보니 이는 풍운호의 동생이 풍운호가 생전 남겼던 비디오 기록들을 모은 미디어아트 전시회였다.  즉, 연락이 끊긴 시점에 풍운호는 이미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영상 속의 풍운호는 밝게 웃으며, "21세기의 네가 보고 싶어"라고 고백하지만, 이미 이뤄질 수 없는 마음에 보라는 오열한다.

 

 

<20세기 소녀> 후기, 평점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화면의 질감부터 이야기해 보자.  20세기 소녀는 주인공 보라가 과거를 회고하는 부분 내내(사실상 영화의 90% 이상) 렌즈플레어를 이용해 뽀얀 화면 질감을 보여준다. 

 

이는 보라의 추억 속 아지랑이처럼 아련하고 풋풋했던 첫사랑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영화 속 소품들의 색감이 다 뿌얘져서 색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 자주 눈에 띈다.  회상 씬에 렌즈플레어를 쓰는 것 자체는 정석적인 연출이지만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이런 질감의 화면을 보여주는 게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는 있지만 액자의 프레임에 해당하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영화의 첫 부분과 결말 부분에만 나온다.  중간을 차지하고 있는 보라의 어린 시절 사랑 이야기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된 소재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을 <20세기 소녀>로 지은 이유를 설명해 주듯, 영화는 1990년대의 어느 날을 살아가는 소녀 보라를 조명하기 위해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다.

먼저 보라네 집은 동네 비디오 가게이다.  20세기, 아니 사실 21세기 초반까지도 성행하던 이 사업은 인터넷 방송과 OTT의 흥행으로 우리 주위에서는 이미 모습을 감춘지 오래다(흥미롭게도 이와 관련해 미국내 최대의 비디오/DVD 대여 프랜차이즈였던 '블록버스터'의 마지막 지점을 사수하기 위한 직원들의 노력을 그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미디 시리즈 <블록버스터 살리기>가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 시점에서 이미 비디오 가게는 망해서 폐업 수순을 밟는 중이다.  

영화 속 보라와 풍운호를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소품은 '비디오'다.  풍운호가 처음 보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둘이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 계기도 비디오이며, 보라가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한 이유도 어느 날 갑자기 배달된 비디오 때문이다.  보라의 회상 속 비디오가게는 활기 넘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이지만,  현재의 보라를 둘러싼 비디오 가게라는 공간은 이미 아무도 찾지 않는 낡고 고립된 공간일 뿐이다. 

 

이렇듯 비디오 가게는 따스하면서도 격정적이었던 보라의 어린 시절과, 운호와의 연락이 끊어진 후 무채색의 일상이 되어 버린 보라의 현재를 의미한다.

영화는 이렇게 비디오와 영상이라는 소재 그리고 20세기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각종 소품들('다음'의 초창기 이메일 페이지, Y2K에 관한 작중 언급, 공중전화 등)을 이용해 현재 이 영화를 보고 있을 30대의 누군가에게 어린 시절의 달콤하면서도 씁쓸했던 사랑을 회고해 보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잘 먹혀들지 않는 이유는, 일단 이 영화의 모든 씬들이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 이하에는 20세기 소녀의 결말에 관한 일정 스포가 포함되어 있음!

이별을 통보 받을 때에는 비가 내리는 거리,

"널 잃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라며 오열하는 것으로 모든 갈등 요소가 한 번에 해결되는 안이한 전개,

떠나가는 상대방을 잡으러 '역'(왜 공항이 아닌지는 조금 의문이긴 하다)으로 달려가는 주인공,

굉장히 편의적으로 아무 복선도 없이 갑자기 아프거나 죽어나가는 인물들.

 

마치 20세기에 정립된 모든 클리셰를 이 영화에서 재현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영화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이 장면 어디서 봤는데 싶은 기분을 떠오르게 해준다.

 

그렇게 조각조각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을 헐겁게 짜깁기하며 결말까지 달려가는 영화는 결말 부분에서 나름 충격적인 반전을 준비한다.

그런데 이 반전이라는 것이 사실 아무 복선 없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사실 반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해당한다.  영화는 이렇게 계속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으로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했는지 막판에 가서 갑자기 인상적이기는 한 대사와 함께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들이미는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했다는 것은 놀라운 복선이 주는 놀라움이 아니라 그야말로 서사적 당위성이 하나도 없어서 깜짝 놀라는 불쾌한 당황에 더 가깝다. 

어떤 느낌이냐 하면, 마치 마지막 영상 속 풍운호의 대사 한 마디를 남기기 위해 이 영화 전체를 구성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 대사는 분명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결말의 당위성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그 대사만 기억에 남을 뿐 영화의 다른 부분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게 된다.

 

풍운호는 왜 죽어야만 했는가? 불치병에 걸리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주인공이 죽는 건 정말 너무한 클리셰라고 생각했는지 영화는 풍운호가 죽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아예 침묵해 버린다.  그러나 사망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클리셰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로맨스 영화에서의 클리셰는 갑작스럽게 남여주인공이 사망한다는 것 그 자체이지 차에 받힌다거나 불치병을 죽는다거나 하는 죽음의 '이유'에 관한 것이 아니다.  

 

감독은 그렇게 사망의 이유를 밝히지 않는 것이 좀더 여운도 남기고 클리셰도 피할 수 있는 묘안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냥 클리셰의 반복인 데다가 심지어 그런 사망을 설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매우 게으른 연출이 되어버린다. 

 

사망의 이유를 불치병으로 설정하고 아픈 주인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건 고루한 연출이지만 적어도 사망에 대한 복선은 제공한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무례한 연출은 아니다(물론 여전히 게을러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노력을 들이는 대신, 그당시 유행하던 하두리 뽀샤시 필터같은 것으로 영화를 포장해 생글생글 웃다가 갑자기 망치를 들어 관객의 뒤통수를 깨버린다.  이 영화를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제일 먼저 '풍운호 죽음'이 따라붙어 버리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뒤통수를 얻어 맞은 관객이 얼얼한 뒤통수를 감싸안고 '설마 진짜 이렇게 죽었다고? 갑자기???' 라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치열한 활동의 결과가 바로 그 연관검색어다.  만일 그 연관검색어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감독은 절대 앞으로도 관객에 대한 예의라는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영화에서 김유정의 발랄한 연기는 여전히 안정적이지만 이를 받춰줘야 할 나머지 배우들, 특히 두 남자주인공의 연기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표정은 어색하고, 표정과 톤이 어색하다 보니 이 장면에서는 이 대사를 하기로 되어 있어서 이 대사를 할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나의 <20세기 소녀>에 대한 평점은 ★☆.  영화의 소재 뿐만 아니라 연출 수준까지 20세기 이전의 한국 영화를 보는 듯한 열악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영화에서 보여주는 레트로함은 추억보다는 촌스러움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시청자들은 이런 종류의 레트로한 배경을 두고 펼쳐지는 로맨스 수작들을 이미 최근 너무 자주 봐왔기에(<응답하라> 시리즈) 별로 신선한 시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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