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라는 소재는 이미 더이상 대중에게도 낯선 소재가 아니게 되었다.
특히 마블 유니버스 같은 SF액션류에서 멀티버스는 거의 빠질 수 없는 소재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호장룡으로 스타덤에 올라 꾸준히 다양한 영화에 얼굴을 비추며 헐리우드에서 연기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양자경이, 혼란스러운 멀티버스를 오가며 가족을 구하려고 애쓰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과연, 모든 것들이 모든 곳에서 한데 어우러진 이 곳에서, 어머니는 멀티버스를 넘어 무엇을 구하고 있는 것일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앤원스 줄거리
남편 웨이먼드 그리고 딸인 조이와 함께 코인세탁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중국계 이민자인 에블린 왕(양자경 분).
그녀는 출두해야 하는 세무조사,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자신의 여자친구를 할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딸, 답답할 정도로 사람 좋지만 이혼 생각을 하고 있는 남편, 저녁에 있을 파티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 세무조사를 받으러 국세청에 출두한 그녀에게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듯 진지한 얼굴의 남편이, 그녀가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위험에서 빠져나오려면 바로 조사관에게 가서 신발을 좌우 바꿔 신거나 청소도구함으로 직행해야 한다고 말해 준다.
그의 말을 반신반의하던 그녀는 시험삼아 신발을 좌우로 바꿔신고, 그 즉시 갑자기 청소도구실에서 남편의 얼굴을 한 누군가와 함께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남자는 자신이 다른 멀티버스의 웨이먼드라고 말하며, 조부 투바키라는 위험한 존재가 멀티버스를 넘어 그녀를 쫓고 있다고 말한다. 영문모를 소리에 혼란스러워 하던 그녀와 웨이먼드가 숨어있는 청소도구실을 조사관 얼굴을 한 '누군가'가 습격하고, 웨이먼드와 그녀는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다음 순간 꿈이라도 꾼듯 다시 조사관의 책상 앞에 앉아있는 그녀.
그녀는 조사를 받는둥 마는둥 하고 아버지를 모시고 건물을 나오려다 갑자기 다가오는 무서운 얼굴의 조사관을 가격하고, 이에 경찰들이 출동하지만 또다시 사람이 바뀐 웨이먼드가 엄청난 무술 실력으로 그들을 모두 제압한다.
(여전히 무슨 상황인지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멀티버스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 멀티버스에서 넘어온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능력이 있다는 것 자체는 믿을 수밖에 없게 된 상황. 결국 에블린은 웨이먼드와 함께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여정에 나서게 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결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결말 부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웨이먼드는 조부 투바키라는 존재가 나타나 모든 멀티버스를 파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모든 멀티버스의 근원인 알파버스에서 왔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알파버스의 알파 버전 에블린이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기술을 개발했고, 그 기술을 이용해 한 에이전트에게 지나치게 심한 실험을 가하다가 그 에이전트가 전지전능한 존재, 조부 투바키로 각성해 모든 유니버스를 넘나들며 모든 버전의 에블린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것.
에블린은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면서 조부의 수하들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다른 버전의 자신으로부터 기술과 능력을 끌어올 수 있는 버스 점프(verse jump) 기술을 터득하게 되고(이는 웨이먼드가 무술가 버전의 자신으로부터 기술을 빌려와 경찰들을 제압할 때 쓴 기술이기도 했다), 동시에 그 다른 버전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자신들의 삶을 볼 수 있게 된다.
현실에선 그저 국세청에 시달리고 영어조차 변변치 못한 이민자에 불과한 그녀였지만, 다른 버전의 우주에서 그녀는 최고의 무술 배우가 되거나, 최고의 가수가 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였다.
그런 또다른 자신들을 마주하며 그녀는 그 다른 버전의 자신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 다른 버전의 자신으로 그대로 남기를 원하지만, 다른 버전의 자신을 덮어씌우면 모든 우주에 대혼란이 발생한다는 알파 웨이먼드의 만류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로 돌아와 국세청 건물을 탈출하던 그녀는 조부 투바키가 다름 아닌 자신의 딸 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조이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면서 우주의 모든 진실, 즉 어떤 것도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진리를 깨닫게 만드는 '모든 것을 올린 베이글'을 만들어내게 되고, 이제 모든 버전의 '나'를 인식하게 된 에블린에게 자신과 함께 공허와 무의 세계로 들어가자고 재촉한다.
그러나 에블린은 그녀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공허의 문으로 들어가려는 조이를 붙잡아 안아준다.
그 순간 조부 투바키는 다시 그녀의 딸 조이가 되고, 에블린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에도 쿠키가 있는지 찾고 있는 관객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영화엔 쿠키 같은 건 없다...아니 전부터 말하지만 쿠키 같은건 마블 DC 영화에나 있는 거고 일반적인 영화에는 쿠키같은건 대개 없습니다 여러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후기, 평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계속해서 바뀌는 시점, 시간대, 장소는 1초만 한눈을 팔아도 무슨 상황인지 따라가기 어렵게 한다. 심지어 상영시간 역시 결코 짧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 이 화려하고 수없이 많은 버전의 '에블린'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결코 주인공 에블린이 다양한 멀티버스의 자신들의 힘을 빌려 슈퍼히어로로 태어나는 영화가 아니다. 물론 슈퍼히어로 같은 순간도 분명 있지만, 이 영화는 전형적인 소위 영웅의 탄생-시련-고뇌와 각성-악의 극복을 향해 나아가는 신화적 서사를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그 수많은 버전의 에블린은 결국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영화는 계속해서 정신없이 화면을 바꿔가며 에블린의 다양한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 버전의 에블린은 실패 그리고 거부만이 중첩적으로 쌓인 결과물, 즉 어쩌면 수많은 버전의 에블린 중에서도 가장 실패한 버전의 에블린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그녀에게 전지전능한 조부 투바키는 손을 내민다. 자기 자신과 함께 하자고. 조부와 함께라면 에블린은 모든 시간대에 존재하며 모든 것이자 모든 것이 아닌 존재가 될 수 있다. 적어도 이 순간 지리멸렬하고 너저분한 지금 버전의 '나'는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에블린은 결국 조부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무능하고 한심하다고만 여겨왔던 남편이, 사실은 누구보다 치밀하게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알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내내 순박하고 장난스러운 남편을 바보같다고 생각하면서 무시하지만, 마지막 순간 남편이 여기저기 붙히기 좋아하던 인형 눈을 이마에 붙히고 진정한 자신으로 각성하면서 그와 진정으로 화해한다. 일견 무력해 보이고 착한 바보처럼만 보이는 '현재 이 순간' 그녀의 남편을 긍정하는 것은, 결국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녀를 부정하고 현재의 자신 스스로의 화해하는 첫 단계인 것이다.
그녀는 현재의 남편을 긍정함으로써 현재의 자신을 긍정하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 모든 것이자 아무 것도 아닌 그 어떤 지고한 존재가 되려는 딸의 손목을 붙잡는다. 자신이 어떤 세상에서 어떤 존재가 되든, 조이가 자신의 딸 조이가 아닌 무언가가 되어버리는 것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염세적이고 때로는 거친 딸이지만,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이기를 포기할 수 없다. 무한히 빛날 수 있는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부정해서라도 말이다.
영화는 무척 혼란스럽지만, 후반부의 화해 시퀀스를 보면 어째서 '모든 것(everything)'과 '모든 곳(everywhere)'을 정신없이 '한 번에(at once)' 보여줬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모든 곳에 존재하는 모든 에블린은 다양한 가능성의 결과물이다. 반면 현재의 에블린은 그러한 가능성들이 모두 부정당한 초라하고 힘없는 외국인 이민자일 뿐이다. 그러한 대비를 통해 에블린의 결심이 얼마나 숭고하고 어려운 결정이었는지 영화는 환기시켜 준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다소 길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복잡한 설정을 계속해서 인물들의 대화로 전달하려다 보니 비슷한 내용의 대화를 끊임없이 주지시키기 위해 조금씩 반복한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 속 멀티버스에 워낙 다양한 버전의 양자경이 등장하다 보니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한 번에 보는 느낌을 준다는 평이 많지만, 솔직히 각 멀티버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결국 메인 유니버스의 에블린의 연장선상이다 보니 코믹 액션이라는 메인 장르의 틀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에 대한 평점은 ★★★☆. 관객을 러닝타임 내내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마지막에 관객의 속으로부터 뜨거운 것을 한 번에 치밀어오르게 하는 엔딩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관람 전 알아두면 좋은 흥미로운 여담, 비하인드는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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