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블랙팬서였던 배우 채드윅 보스먼의 비극적 죽음으로 인해 과연 프랜차이즈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었던 시리즈, 블랙팬서가 무사히 2편으로 돌아왔다.
블랙팬서 2편에서는 기존 블랙팬서 1편의 주요 배역들 중 티찰라(채드윅 보스먼 분)를 제외한 대부분이 복귀하기 때문에, 그 동안 다른 MCU 영화에서 간간히 모습을 비춰왔던 슈리와 오코예 등을 제외한 와칸다 왕국의 다른 인물들을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다. <블랙팬서> 1편의 팬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지점이다.
현재 이미 개봉 약 1주차만에 경쟁작으로 꼽혔던 <블랙아담>의 1개월치 흥행성과를 내면서 순항 중인 <블랙팬서 : 와칸다포에버>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확인해 본다.
블랙팬서 : 와칸다포에버 줄거리
티찰라는 (현실에서와 같이)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다.
블랙팬서 수트를 입기 위해 필요한 심장 모양 허브가 있었으면 티찰라를 살릴 수 있었으나, 1편에서 킬몽거가 다른 사람이 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전부 불태운 관계로 남은 허브가 없었고, 슈리는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려 했으나 실패해 결국 오빠를 떠나보내게 된다.
이에 티찰라가 사라진 와칸다의 부유한 자원을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노리기 시작하고, 노골적으로 제국주의적 야욕을 드러내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와 슈리의 어머니 라몬다는 강단을 발휘하여 타국의 간섭을 뿌리친다.
그러나 비브라늄을 손에 얻고자 하는 각국의 노력은 끊이지 않았고, 와칸다의 허락을 받지 못하자 이제는 바다에서 비브라늄을 탐색하던 미국의 함선이 갑작스런 공격을 받고 침몰한다.
그 후, 와칸다의 한 호수에서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자신을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분)라고 소개한 후, 라몬다와 슈리에게 미국이 비브라늄 탐색기를 개발해 자신의 수중 왕국을 침범하고 있다며 그 탐색기를 발명한 미국인을 잡아 처리해 달라고 반 요청 반 협박조로 요구한다.
이에 라몬다는 오코예와 함께 슈리를 미국으로 파견하고, 비브라늄 탐색기를 발명한 천재 과학자를 찾기 위해 오코예와 슈리는 미국 정보국의 감시 속에 위험한 여정을 시작한다.
블랙팬서2: 와칸다포에버 결말
스포 포함 결말!
오코예와 슈리는 일전 블랙팬서 1편의 사건 당시 도움을 줬던 CIA 요원 로스(마틴 프리먼 분)의 도움을 얻어 개발자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 개발자는 고작 16살 남짓의 어린 아이인 릴리 윌리엄스(도미니크 쏜 분)였고, 오코예와 슈리는 그녀를 데리고 와칸다로 복귀하던 도중 네이머의 부하들의 습격을 받는다.
오코예는 기절하고 슈리와 릴리만이 그들에게 납치되어 그들의 수중 왕국으로 안내된다.
수중 왕국에 당도한 슈리에게 네이머는, 자신은 예전 16세기경 스페인 정복자들을 피해 바다로 숨어든 아즈텍인들의 후예라고 말한다. 네이머는 비브라늄 기술의 원천을 갖고 있는 자신에게 지상의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과 힘을 합쳐 지상의 국가들과 싸워달라고 슈리에게 요청하나, 슈리는 번민에 빠진다.
그 후, 라몬다 여왕의 요청을 받고 수중 왕국에 숨어든 티찰라의 옛 애인이자 와칸다 왕국의 첩보원 나키아는 구출 과정에서 슈리의 시중을 들던 무고한 네이머 왕국의 여인들을 죽이게 되지만 무사히 슈리와 릴리를 구출한다.
이에 분노한 네이머는 압도적인 왕국의 군세를 몰아 단숨에 와칸다의 수도를 파괴하고, 그 와중 라몬다 여왕마저 살해당한다.
네이머는 항복하기까지 시간을 며칠 주기로 하고 물러나지만, 슈리는 항복하는 대신 피난민들을 와칸다 왕국의 유력 부족장인 자바리랜드의 음바쿠에게 위탁하고 결전을 준비한다.
그리고 슈리는 네이머가 선물로 준 고대 왕국의 팔찌에 심장 모양 허브와 같은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심장 모양 허브를 복원해 블랙팬서 수트를 입는다.
마지막 결전의 순간. 아이언맨과 유사한 강철 수트를 제작한 릴리와 새로운 갑주를 슈리로부터 받은 오코예 등이 분전하지만 워낙 수도 많고 기술력도 뛰어난 네이머 왕국의 병사들에게 와칸다 군대는 열세에 몰린다.
그러나 슈리는 네이머와의 1:1 대결에서 그를 간신히 압도한다. 그 후 복수심에 불타 그를 죽이려던 슈리는 복수심만으로는 진정한 블랙팬서로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놓아준 뒤 그의 왕국과 와칸다 왕국의 동맹을 선포한다.
블랙팬서 2 : 와칸다 포에버는 쿠키가 1개 있다. 사실 향후 MCU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티찰라 - 채드윅 보스먼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는 충분히 선물이 될 만한 내용이다.
블랙팬서2: 와칸다포에버 후기, 평점
사실 블랙팬서2를 보기 전 걱정을 많이 했었다. 블랙팬서 1편이 내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고, 또 아무래도 최근의 MCU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먼저 접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결론부터 이야기해 보자면, 블랙팬서 2편은 독립적인 영화로 떼어놓고 보자면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슈리가 2대 블랙팬서로서 단순히 기술자 또는 복수자가 아닌 영웅으로 각성하는 서사, 매력적인 빌런, 다른 MCU 드라마나 영화를 섭렵하지 않고도 블랙팬서 1편만 봤으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전개 등은 액션영화로서의 마블 프랜차이즈가 보여줬어야 함에도 최근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들이다.
물론, 아이언하트나 오코예의 서사를 굳이 집어넣어서 쓸데없이 러닝타임이 무슨 대하 서사 영화처럼 되어 버린 점이나(블랙팬서 2의 러닝타임은 2시간 40분에 육박한다. 거의 <듄> 1편에 가까운 시간이다...), 전작에서도 여러 번 지적 받았음에도 중요한 장면이나 액션씬을 자꾸 어두운 곳이나 깜깜한 밤 중 진행시켜 가시성을 떨어트리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비브라늄 탐색기'의 발명가가 누구인지는 영화에서 분명 중요한 요소지만, 사실 영화 속에서 릴리가 그냥 발명가로서의 역할만 유지하고 굳이 아이언하트 수트를 입지 않아도 영화의 전개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녀가 아이언하트 수트를 입은 상태에서 딱히 유의미한 터닝포인트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무 수트도 비밀병기도 없는 나키아의 비중이 훨씬 크고, 아이언하트는 쓸데없이 화려한 수트를 뽐내기만 하면서 전황과 이야기 전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로봇 큐빅스를 연상시키는 조금 유치한 수트 디자인 자체도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특히 극중 인물의 입을 빌어 아이언맨 수트와 비슷하다라는 평까지 받아 이제 아이언하트는 아이언맨의 후계자가 될 것이 분명해졌는데, 우리는 이 인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채 그녀의 히어로로서 아이언맨을 계승하는 순간을 구경해야 한다. 정작 아이언맨의 진정한 정신적 후계자라고 할 만한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의 후계자가 되지 못했는데 말이다. 아이언하트의 생뚱맞은 등장은, 앞으로 아이언하트 프랜차이즈를 만들고는 싶은데 독립 영화로 시도할 용기는 없었던 마블 스튜디오의 비겁한 끼워팔기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영웅의 최초 각성을 다루는 영화로 나쁘지는 않다. 군데군데 남겨둔 1편에 대한 오마주나 채드윅 보스먼에 대해 표하는 경의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프랜차이즈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페이즈 4에서는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식으로 분위기를 일신했어야 할 MCU가 계속해서 페이즈4 이전의 과거를 끊임없이 돌아보며 결국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들이 자그마치 10년 넘게 이어진 거대하고 오래된 시리즈의 연장선이라고 되뇌이고 있다는 점이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페이즈 4부터는 아예 완전히 새로운 시리즈처럼 다뤄졌어야겠지만, 오히려 MCU는 디즈니플러스의 수많은 드라마들까지 보고 올 것을 사실상 강요함으로써 점점 진입장벽을 높히고만 있다. 이 영화 역시 그렇다. 다른 페이즈4의 영화처럼 온갖 드라마며 영화를 다 보고 오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한참 전에 이미 완결적 이야기로 다뤄진 블랙팬서를 보지 않으면 사실상 뭔 상황인지 대체 이 사람들은 다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대강 여러 편의 영화를 훑어보고 오라는 상황보다 요구되는 이해도가 더 높은 편이다.
뭐, 물론 그래도 라이벌인 DC의 영화들이 죽 쑤는 수준에 비해서는 계속해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으니 그다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나의 블랙팬서2에 대한 평점은 ★★.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끊임없이 액션과 서스펜스로 볼거리를 선사하지만, 굳이 전세계적 비호감인 배우를 시리즈의 주역으로 발탁했다는 점이나, '아이언맨의 후계자'라는 무게감을 갖는 아이언하트의 데뷔전을 이런 식으로 대충 끼워 판 점은 용서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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