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주원이 주연을 맡은 영화 <카터>가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다.
기억을 잃은 요원 '카터'는 귀에 심어진 장치를 통해 전달되는 지령을 따라 CIA와 국정원 등을 따돌리고, 소위 DMZ 바이러스라는 좀비 바이러스의 항체를 가지고 있는 소녀 정하나를 북한 신의주의 연구소로 데려가야 한다.
기억을 잃고 헤매는 카터는 좌충우돌하면서도 하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그를 둘러싼 국정원-북한 국가보위부-CIA의 요원들이 각자의 노림수에 따라 숨가쁘게 움직인다.
첩보 액션 <카터>는 카터가 발가벗은 채 한 영등포의 모텔에서 눈을 뜨며 시작한다.
넷플릭스 영화 카터 줄거리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DMZ 바이러스의 권위자인 정병호 박사와 바이러스 해독제를 만들기 위한 항체 연구에 중요한 실험체인 정병호 박사의 딸 모두가 실종된 상황.
그리고 발가벗은 채 모텔에서 깨어난 카터(주원 분). 뒤통수에는 무언가 수술을 했는지 상처가 만져지고, 바닥은 온통 피투성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리둥절한 그에게 갑자기 미국의 요원들이 들이닥친다. 그들은 정병호 박사를 어디로 빼돌렸냐고 묻고, 기억을 잃은 카터는 어리둥절한 채 그게 누구냐고 되묻는다.
잠시 후 모텔의 옷장에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카터가 핸드폰을 받아들자, 핸드폰 너머의 여성은 이제부터 자신의 지령을 잘 들으라고 하면서 그 요원들은 카터의 적이니 당장 모텔에서 탈출하라고 한다.
카터는 폭발하는 모텔에서부터 간신히 건너편의 야쿠자 소굴로 건너가지만, 갑자기 본거지를 습격당한 것으로 오해한 야쿠자들이 습격해 오면서 그들과 일대 혈투를 벌인 후 간신히 그 곳을 빠져나간다.
거기에서 그를 픽업한 것은 다름아닌 국정원 요원들이었다. 그들의 설명에 의하면, 카터의 귀에서 그에게 지령을 내리는 것은 북한의 국가보위부 요원 '정희(정소리 분)'이고, 자신들은 그녀와 협력해 정병호 박사의 딸이자 DMZ 바이러스의 항체가 있는 정하나를 북한 신의주 연구소로 보내 질병 박멸을 위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이 알려준 카터의 정체는 놀랍게도, 원래 CIA 요원이었으나 북한에 위장침투한 후 각종 전과를 세워 인민영웅이 된 인물이었다. 그런 카터가 왜 기억을 잃었는지는 그들도 알 수 없으나, 카터는 북한에서의 첩보활동 중 북한의 군부가 일부러 접근시킨 북한 보위부의 요원과 사랑에 빠져 그녀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고, 그들의 딸 역시 현재 DMZ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신의주 연구소에서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문제는 CIA가 이미 바이러스 백신의 키인 정병호 박사의 딸 정하나를 납치해 가둬두고 있는 상황.
카터는 스스로 기억도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하나를 구출해 그 날 이내에 하나를 신의주의 비밀 연구소로 데려가야 한다.
넷플릭스 카터 결말
카터는 가까스로 CIA가 잡아두고 있는 하나를 구출해 낸다.
그 과정에서 CIA의 요원은 카터가 사실 마이클 베인이라는 CIA 요원이고, 얼굴까지 바꿔가며 북한에 침투해 놓고는 변절한 것이냐며 그를 비난한다. 그러나 기억을 잃은 카터로서는 전혀 모르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카터는 하나를 구출해 나오는 길에 추격하는 CIA들을 따돌리고 간신히 신의주로 가기 위해 국정원과 북한 보위부에서 준비한 전용기에 올라탄다.
그 전용기에는 국정원, 보위부의 요원들이 함께 탑승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도는 기내. 그러던 중 기장과 부기장이 누군가에 의해 독살당하고, 요원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런 일을 꾸민 것은 보위부의 요원이자 CIA와 몰래 내통 중인 리철주라는 인물로, 리철주는 정하나를 다시 납치하려고 하지만 카터는 공중에서의 난투극 끝에 그를 물리치고 하나와 함께 북한 땅에 무사히 발을 디딘다.
북한 땅에 가득찬 감염자들에게 쫓기던 카터를 마침내 나타난 보위부의 정희가 구출해 주고, 그 자리에서 정희는 카터의 기억을 돌려주려고 하지만 북한군 간부 김종혁(이성재 분)이 그녀를 방해한다.
알고 보니 김종혁은 북한 내에서 CIA와 내통해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세력에 속해 있었고, 김종혁은 뛰어난 요원인 카터를 구슬리기 위해 그의 아내이자 보위부 요원인 정희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이에 카터는 간신히 처형장에서 탈출해 김종혁이 숨어 있는 신의주의 비밀연구소를 습격하고, 감금되어 있던 감염자들이 풀려나와 아수라장이 된 와중에 카터와 정희, 정병호 박사와 하나 그리고 카터의 딸 윤희 일행은 단둥으로 가는 중국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김종혁의 악에 받힌 추격을 따돌리고 안심하는 것도 잠시, 그들이 탄 열차의 앞 다리가 폭파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넷플릭스 영화 카터 평점
카터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에서 나오기 힘든 영화다.
먼저 영화를 시작하자마자 쏟아지는 피비린내 나는 액션은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일본의 하드보일드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느낌을 준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몸에 착 달라붙는 삼각팬티만 입고 야쿠자를 도륙하는 주원의 모습은 멋지다기보다는 기괴한 위화감을 주며, 롱테이크에 대한 광적인 집착 역시 짧게 끊어치는 편집으로 액션씬을 제작하는 근래 한국 액션영화들의 액션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이 영화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롱테이크로 구성되어 있다. 즉, 영화의 러닝타임인 2시간 14분은 그대로 주인공 카터가 2시간 14분 동안 겪은 일이 된다. 다른 영화처럼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을 통해 실제 시간을 건너 뛰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적 편집을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이 쉽지 10분짜리 롱테이크가 나와도 놀라운 액션 연출이라고 찬사를 받는 판에 영화는 암전 등 일부 순간을 제외하면 거의 30분 이상 분량의 롱테이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러한 롱테이크를 활용한 초반 야쿠자 집단 난투극이나, 납치 상황에서 3개의 차량을 번갈아 오가며 이뤄지는 액션씬은 그야말로 액션 연출의 정수라 할 만하다.
이렇게 액션 연출에 진심인 영화를 보다 보니 영화 <악녀>가 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악녀 역시 초반 1인칭 롱테이크 액션과 오토바이 주행 액션 등을 통해 세계 액션 영화 감독들을 매료시킨 바 있고, <존윅>의 감독 역시 3편에서의 오토바이 액션이 악녀의 오토바이 액션 씬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카터>의 감독이 이제보니 바로 <악녀>의 그 감독, 정병길 감독이었다(...). 뿐만 아니라 '액션씬만은 기가 막힌다'라는 평을 받은 <내가 살인범이다> 등 전반적으로 스토리와 연출은 기이한데 액션씬만 떼놓고 보면 매우 참신하고 독특한 시도라고 평할 수밖에 없는 영화들은 모두 정병길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액션은 액션이고 영화는 영화다. <카터>에도 액션 영화 팬이라면 반드시 보고 넘어가야 할 주옥같은 액션씬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영화는 액션 모음집이 아니고 서사의 흐름이다. 영화감독들이 롱테이크만으로 영화를 찍지 않는 것은 그 방식이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형태의 컷 편집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영화가 괜히 함축의 미학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롱테이크로만 이뤄진 액션 영화라고 하면 분명 액션 영화의 전당에는 박수갈채를 받으며 입장할 수 있겠지만 일반 영화와 함께 놓고 보면 괴작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카터>는 초반에는 <본 아이덴티티>처럼 기억을 잃은 첩보요원의 액션물로 시작했다가, <아저씨> 같은 액션 드라마가 되었다가, 후반에 가서는 좀비 재난물이 되었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첩보 액션물의 형태로 돌아온다. 영화는 마치 핫한 액션 장르는 모두 섭렵해 보겠다는 듯이 기억을 잃은 첩보요원-첩보전-좀비 바이러스의 창궐과 치료-납치된 히로인의 구출 등 거의 모든 액션 영화의 플롯을 다 조금씩 차용한다. 결과가 굉장히 두서없고 서로 접합이 잘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아마도 롱테이크라는 편집 방식에 대한 광적인 집착만 아니었으면 같은 영화인지도 모르겠을 정도로 각 장면마다 느껴지는 분위기가 모두 사뭇 다르다.
그리고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발성과 연기가 모두 엄청나게 경직되어 있다. 이미 굿닥터와 각시탈 등으로 액션연기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는 주원은, 이상하게도 이 영화에서는 영화 내내 마치 한국 영화에 잘못 출연한 미국 배우처럼 굉장히 어색하고 딱딱한 억양으로 '후까시'를 잡는 대사를 친다. 다른 배우들의 대사들도 전부 지나치게 연극적이다. CIA나 미국 기자로 등장하는 영어권 배우들이나 아역의 연기가 어색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또 하나, 무리해서 롱테이크를 찍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CG 수준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오토바이 추격전 당시의 오토바이 폭파씬은 그렇다 쳐도 후반의 공중 난투씬에서 이어지는 낙하 장면은 CG가 너무나 어설퍼서 일본 특촬물이 더 나아보이는 지경이다. 심지어는 놀랍게도 공중 격투씬 자체는 CG가 아니라고 하는데, 마치 CG를 보는 것 같은 이상한 위화감을 준다. 해당 씬의 길이도 거의 5분 이상이어서 고개를 돌릴 수도 없다.
결국 요컨대 <카터>라는 액션 영화가 한국은 물론이고 전세계 단위에서 보더라도 나오기 힘든 매우 독특한 액션 영화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는 액션씬의 나열이 아니라 서사물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산으로 가다 못해 우주로 튀어 나갈 수준이고, 연기와 발성은 마치 전부 다 재미 한국교포 배우를 데려다 쓴 것처럼 어색하며, CG 기술 수준은 너무나 열악하다. 영화를 그냥 단순히 폭파와 전투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모를까 스토리를 따라가기도 힘들게 꼬아놓고는 액션씬만 그득한 이 영화를 수작이라고 평가할 사람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아마도 정병길 감독은 전작 <악녀>에서 그랬던 것처럼 완성된 영화 한 편으로 평가 받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액션 씬만으로 평가를 받고 싶은 듯한데, 그렇다면 2시간 14분짜리 장편이 아니라 10분짜리 단편을 여러 편 만들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 영화에 대한 내 평점은 ★★. 참신하고 뛰어난 액션씬만 보고 싶다면 굳이 이 영화를 다 볼 게 아니라 11:40~15:00의 야쿠자 난투 씬, 50:30~57:00의 도로 추격전 구간만 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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