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상 버디 액션물은 보통 못해도 평타는 친다는 편견 같은게 있다. <러시 아워> 시리즈가 그랬고, <상하이 눈>, <나쁜 녀석들>, <고담>의 초반 시즌 심지어 <투캅스> 시리즈도 그랬다.
버디물은 자칫 주인공의 캐릭터가 단조로우면 떨어질 수 있는 긴장감을 주인공과 어느 정도 대척점에 있는 '콤비'를 등장시킴으로써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 콤비는 분명 기본적으로는 빌런은 아닌 것 같지만 주인공과 끊임없이 대립하면서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 씬에서도 계속해서 긴장 상태를 조성한다. 그렇게 대립하던 둘은, 결국 클라이막스에 가서 진정한 콤비로 거듭나면서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낸다. 그렇게 관객은 버디물의 모든 장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코믹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두 배우, 케빈 하트와 우디 해럴슨을 기용한 신작 맨 프롬 토론토도 서로 다른 두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일종의 버디물이다. 현직 킬러와 실패한 영업사원이라는 특이한 조합은 <센트럴 인텔리전트>에서 케빈 하트와 드웨인 존슨이 보여줬던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설정인데, 과연 영화는 그 설정을 100% 활용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코미디 맨 프롬 토론토 줄거리
그럼 이제 맨 프롬 토론토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헬스장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매일같이 팔리지도 않는 엉망진창 아이디어만 내놓는 테디(케빈 하트 분).
그는 오늘도 헬스장 관장에게 '비접촉 복싱'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러 가지만, 오히려 관장은 지난 번 전단지에 연락처도 주소도 적지 않아 돈만 날렸다며 화를 내고 그를 해고한다.
한편, 또다른 주인공인 토론토 사나이(Man from Toronto, 우디 해럴슨 분). 그는 위협만 해도 협박을 당한 사람이 술술 불 정도로 무시무시한 악명을 가진 킬러이다.
테디는 아내 로리(재스민 매튜스 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버지니아의 오두막 숙소를 예약하고, 우연히 맨 프롬 토론토 의 상관인 핸들러 역시 다음 의뢰를 위한 접선자를 만나기 위한 장소로 인근 오두막을 지정해 그를 파견한다.
그러나 하필 집의 프린터 토너가 부족해 제대로 인쇄가 되지 않았고, 테디는 주소를 착각해 그가 예약한 곳이 아닌 맨 프롬 토론토가 접선자를 만나기로 한 오두막으로 걸어들어간다.
처음 접선자를 만난 테디는 그가 오두막 관리인인 줄 오해하지만, 지하실로 따라 내려가 고문 받고 있는 한 남자를 보게 된 테디. 완전히 혼란에 빠진 그를 사람들은 맨 프롬 토론토라고 부르며 남자로부터 정보를 끌어내라고 한다.
혼란과 공포에 질린 와중에도 위협 말빨만으로 남자로부터 정보를 얻어낸 테디.
그 장소를 FBI가 습격하고, 뒤늦게 도착한 맨 프롬 토론토는 누군가가 자신의 일을 채갔다는 걸 깨닫는다.
FBI는 테디가 맨 프롬 토론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사실 그가 만난 '오두막 관리인'은 미국 대통령에 대한 테러를 노리는 중남미 군벌 '마린'의 부하였고, 이제 마린의 패거리는 오두막 관리인의 잘못된 보고로 인해 테디가 맨 프롬 토론토인지 알고 있는 상황.
FBI는 이에 테디에게 맨 프롬 토론토인 척해서 마린 중령 일당들의 음모를 막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맨 프롬 토론토 역시 누군가 자신의 일감을 가로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은밀히 테디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두 '맨 프롬 토론토'의 운명이 이렇게 교차되기 시작한다.
맨 프롬 토론토 결말
테디는 맨 프롬 토론토인 척 하고 마린의 아내를 만나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마린 중령 본인을 만날 수는 없었다.
대신 마린 부인은 그가 마린 중령을 만나기 위해서는 마린 중령이 원하는 정보를 쥐고 있는 다른 인물들을 데려오거나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하며, 그를 푸에르토리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실어 버린다.
그러나 그 비행기 안으로 진짜 맨 프롬 토론토 역시 숨어든다. 처음 그는 자신이 진짜라며 그들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이미 그들은 테디가 맨 프롬 토론토라고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상황.
어쩔 수 없이 맨 프롬 토론토는 마린 일당들을 날려 버리고 일단 테디를 데리고 푸에르토리코로 향한다. 이미 마린의 부하들이 모두 테디가 진짜 맨 프롬 토론토라고 아는 상황이었기에, 푸에르토리코에서의 접선 역시 테디가 대신 진행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얻어내야 할 것이 미스터 그린이라는 암호명을 가진 남자의 '지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들. 이에 맨 프롬 토론토는 주저없이 그의 손가락만을 잘라 가져가기로 한다.
그러나 맨 프롬 토론토의 상관인 핸들러는 이미 테디를 죽이지 않고 데리고 다니는 그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 대신 임무를 수행할 맨 프롬 마이애미를 파견한다. 마이애미의 습격을 받은 그들은 간신히 그를 따돌리고 손가락을 지킨 채 마린 중령을 실제로 만나게 될 워싱턴으로 다시 돌아온다.
마침 FBI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로리, 그리고 로리의 친구 앤(칼리 쿠오코 분) 역시 워싱턴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었고, 이에 접선을 하러 가기 전 잠시 파티에 들르기로 한 테디와 맨 프롬 토론토. 그 곳에서 맨 프롬 토론토는 자신의 취미와 인생관을 이해하는 앤에게 이끌림을 느낀다.
그러나 달콤한 순간도 잠시, 어느새 뒤를 쫓아온 맨 프롬 마이애미의 기습에 손가락을 탈취당한다. 이에 둘은 손가락을 다시 되찾기 위해 맨 프롬 마이애미와 핸들러가 향한 마린 중령의 아지트로 향한다.
그곳에서 테디는 특유의 입담으로 그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설상가상으로 마린 중령 패거리는 테디가 맨 프롬 토론토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 그렇게 모두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FBI가 적시에 난입하고, 마린 중령 패거리는 모두 체포당하지만 맨 프롬 마이애미와 핸들러 그리고 맨 프롬 토론토는 모두 도주해 사라진다. 심지어 맨 프롬 토론토는 이 일의 대가로 핸들러가 받기로 한 마린의 대금까지 챙겨서 사라진다.
그렇게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듯 보였지만 만족하지 못한 사람이 둘 있었다.
하나는 테디였다. 테디는 자신의 프레젠테이션이 성공해 큰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었지만, 작전이 끝나고 사실은 일하던 헬스장에서도 해고된 상태라는 걸 들키고 말았다. 이에 실망해서 아내 로리는 집을 나가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의뢰인도 잃고 돈도 잃은 핸들러였다. 핸들러는 맨 프롬 토론토에게 가져간 돈을 내놓으라며 으르렁대지만 맨 프롬 토론토는 콧방귀를 뀔 뿐이었고, 이에 핸들러는 그를 끌어내기 위해 다른 암살자들로 하여금 '친구'인 테디를 죽이게 하겠다며 경고한다.
이제 친정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역에 있다는 로리의 마지막 문자에 그녀를 마지막으로 붙잡기 위해 집을 나선 테디. 그러나 그런 테디를 암살자들이 습격하고, 원래는 테디를 죽이든 말든 내 알바 아니라던 맨 프롬 토론토는 테디의 위치를 알기 위해 그의 핸드폰까지 해킹해 가며 그의 위치를 찾아 그를 구해준다.
암살자들과의 한판 승부 끝에 그들은 물론 핸들러까지 모두 제거한 둘.
이제 테디는 역으로 달려가 로리에게 사과하며 자신의 곁에 남아달라고 그녀를 설득한다.
1년 후, 맨 프롬 토론토는 은퇴하고 원래의 꿈이었던 레스토랑을 차리며, 테디와 로리 그리고 앤은 그런 그를 축하해 주기 위해 모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맨 프롬 토론토 평가
물론, 코미디 영화로 작품성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좀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차라리 초반에 언급했던 유사한 작품이자 역시 케빈 하트의 버디물인 <센트럴 인텔리전트>는 완전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명의 주인공이 어떻게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닮아가는지, 그리고 과연 드웨인 존슨의 진짜 목적과 정체는 무엇인지에 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면서 괜찮은 버디물을 만들어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그 영화의 열화판이다.
1. 너무 친한 콤비(?)
이런 버디물에서는 버디가 되는 두 주인공의 차이점이 두드러져야 한다. 둘이 대척점에 있을 필요는 없지만, 서로의 다름에서 오는 적당한 긴장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발전하게 되는 관계성의 발전을 지켜보는 것이 버디물의 알파와 오메가인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속 맨 프롬 토론토와 테디는 처음 만남부터 케미가 너무 좋다(...) 테디는 말이 많지만, 맨 프롬 토론토도 딱히 과묵한 편은 아니다. 맨 프롬 토론토는 킬러이고 테디는 평범한 영업사원이지만, 맨 프롬 토론토는 특별한 캐릭터에 대한 설명 없이 왠지 모르게 테디에게 나름 친절한 편이다. 사실 테디의 존재로 인해 맨 프롬 토론토의 일이 심각하게 방해 받은 짜증스러운 상황인데도 말이다.
원래도 딱히 나쁜 관계는 아니었으니, 관계의 발전이 눈에 띌 리 없다.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 둘의 모습이나 처음 만났을 때의 둘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딱히 달라진 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서 오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원래 버디물에서 콤비는 서로를 타산지석 삼아 서로를 이해하고 배워가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 테디는 사실 아무 것도 배운 것도 성장한 것도 없다. 맨 프롬 토론토는 테디에게 겁이 많다고 하지만, 사실 테디는 처음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주저없이 실행할 정도로 용감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에필로그에서 테디가 대체 어떻게 잘 나가게 되었는지 아무런 설명도 주어지지 않고 그냥 갑자기 모두가 잘 살게 되었다 식으로 끝나 버리는 것이다.
2. 이상한 개연성
영화는 왠지 모르게 두 주인공을 버지니아에서 푸에르토리코로 보냈다가 워싱턴으로 보냈다가 하면서 고생을 시키는데, 굳이 그런 장소의 이동에 왜 필요한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모든 장면은 사실 한 도시에서 진행되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후반부에 가면 정체불명의 추격자가 따라붙고 의뢰인을 만나 빨리 사건을 해결해야 되는 시점인데 둘은 한가하게도 유유자적 와이프의 생일 파티에 간다. 빨리 일을 처리하고 마음 편하게 생일 파티에 돌아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아니, 애초에 냉혹한 킬러인 맨 프롬 토론토는 왜 그런 자리를 허락해 주는 걸까?
3. 이제 배설물 개그는 제발 그만 좀...
미국 코미디 영화는 구토, 배설물, 게이 개그에 정신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다. 수많은 영화의 클리셰들이 파괴되고, 전통이 바뀌고 있음에도 몇십년째 코미디라고 하면 모름지기 구토물과 배설물 개그가 나와야 한다는 이 이상한 신념 때문에 많은 코미디영화들이 고작 몇십 초짜리 씬으로 쓰레기로 전락한다.
심지어 이런 류의 개그에는 대개 아무런 맥락도 없고 왜 웃긴지도 몇백 편의 영화를 본 나도 여전히 이해를 못하겠다. 앞으로 코미디 영화에 배설물 개그 넣자고 하는 감독들은 전부 감옥에 보내야 이 빌어먹을 전통이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이런 코미디 영화들의 영화 평을 보면 평론가는 물론 딱히 관객도 이런 장면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감독과 배우의 자아실현을 위한 건가? 영화에 반드시 배설물 개그를 넣지 않으면 맨 프롬 토론토가 나타나 총알을 이마에 박아넣겠다고 위협이라도 하는 중인건가?
역시 이 누구도 좋아하지 않고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 영화는 평론가와 관객 모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어차피 상업영화니까 평론가 점수를 높게 받는 거야 그렇다고 쳐도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겠답시고 만든건데 팝콘지수가 이렇게 산산히 박살나는 영화들을 찍어내는 넷플릭스는 대체 뭔 생각인 걸까. 하나만 터져라? 하나만 터지면 되긴 하는데 그것도 최소한 기본기는 해야 터지는거지 기본도 안 된 작품들을 그냥 유명한 배우들만 기용해 찍으면 터질 거라는 믿음은 로또 번호 추천 사이트에서 번호 받아 로또 찍으면서 자신은 과학적인 선택을 하는 거라고 믿는 미신이나 다를 바가 없다.
이 영화가 더 안타까운 건 영화가 괜찮을 수 있는 순간이 꽤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의 롱테이크 액션씬도 나름 흥미로운 씬이었고, '맨 프롬 ~~~'라는 설정도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구토물이나 쏟고 케빈 하트의 원맨쇼에나 방만하게 기대면서 개연성과 버디물의 재미를 전부 팔아먹어 버렸다. 앞으로 코미디 영화에 화장실 개그 치자고 하는 감독은 정말로 20년동안 촬영금지령이라도 내려야 할 판이다.
이 영화에 대한 내 평점은 ★★. 우디 해럴슨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좀비랜드>를, 케빈 하트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쥬만지>나 <센트럴 인텔리전트>를 보기 바란다. 중간에 잠깐 나온 칼리 쿠오코는 반가웠는데 역시 그녀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빅뱅이론>이나 복습하는 게 낫다.
...한 때는 넷플릭스 주간순위에도 이름을 올렸던 영화인데 신작빨이 다하고 나면 넷플릭스 주간순위에서는 보기 어려울 듯하다.
맨 프롬 토론토 관련 트리비아
1. 우디 해럴슨의 아버지, 찰스 해럴슨은 정말로 프로 킬러였다...! 그는 1979년경 연방 판사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 우디 해럴슨의 역은 원래 제이슨 스타뎀에게 가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3. 칼리 쿠오코와 케빈 하트는 <웨딩 링어>라는 작품에서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4. 영화가 얼마나 재미없었으면 트리비아 중 영화와 관련 없는 1번 트리비아가 제일 흥미로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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