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넷플릭스를 위해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에반스, 아나 디 아르마스라는 당대 가장 섹시한 배우들과 무려 어벤저스 시리즈의 뛰어난 상업영화 감독 루소 형제가 뭉쳤다.
최근 괜찮은 배우들과 감독을 기용하면서도 영 시원찮은 성적밖에 거두고 있지 못해 제대로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특히 오히려 소규모 저예산의 키치한 영화들은 가끔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정작 힘을 빡 주고 제작하는 듯한 블록버스터들은 항상 변변찮은 평가와 실적밖에 달성하지 못해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평을 받는 넷플릭스로서는 조금씩 조바심이 나고 있을 법도 하다.
실제로 최근 리뷰한 작품들 중에서도 나름 1타 배우들을 기용해 A급 상업영화를 지향한 영화들은 뭔가 다 애매한 느낌이었던 반면,
아예 약빤 느낌으로 B급 정서를 지향하는 작품들은 오히려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의 넷플릭스를 있게 한 게 미국 8-90년대 팝컬처(결국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서브컬처인)를 모티프로 한 <기묘한 이야기>인 점을 상기해 보면, 오히려 이렇게 극단적인 장르물이 넷플릭스에 더 맞는 옷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다시 한 번 A급 감독과 A급 배우들을 기용해 관객들의 눈을 잡기 위해 시도한다.
넷플릭스 영화 <그레이맨>은 저명한 스릴러 소설가 마크 그리니의 소설 <그레이맨>을 원작으로 한다.
참고로 마크 그리니의 <그레이맨>은 국내에도 정발되어 있고, 시에라 식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 첩보액션물이다.
다만 아래에서 보듯 정작 연작 소설 중 <그레이맨>의 원작 줄거리를 보면 영화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아마도 영화는 시에라 식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 중 다른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게 아닌가 싶다...
그리니의 데뷔작인 《그레이맨》은 신화적인 킬러 코트 젠트리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동생의 암살에 분노한 나이지리아의 독재 폭군 아부바커 대통령은 피의 복수를 다짐하고, 나이지리아 천연가스 개발권을 거머쥐려는 로랑그룹은 다국적 암살팀을 긴급 소집해 그레이맨 제거 작전에 돌입한다. 수십 명에 달하는 프로페셔널 킬러들은 유럽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며 전설의 암살자 그레이맨을 표적으로 한 ‘암살 콘테스트’를 벌이게 되는데...
- 교보문고 <그레이맨> 내용 소개 중
넷플릭스 액션 그레이맨 줄거리
살인 혐의로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한 남자. 그에게 CIA의 한 요원이 접근해 온다.
그가 제시해 온 조건은 형을 감형해 줄테니 CIA의 비밀요원이 되라는 것. 그렇게 비밀요원이 되는 경우, 그는 완전히 불법이라는 어둠의 세계에 속하는 것도 아니고 태양빛 아래 정정당당하게 돌아다닐 수도 없는 회색 영역의 인간(Gray man)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CIA의 비밀 프로젝트인 '시에라'의 요원 '식스'(라이언 고슬링 분)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
그로부터 약 18년 후. 이미 최고의 요원이 된 식스는 CIA의 정식 요원 미란다(아나 디 아르마스 분)과 함께 한 남자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그러나 암살 장소에 아이가 있어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식스는 저격을 거부하고, 대신 암살 대상을 따라가 격투를 통해 그를 제압한다.
마지막 순간, 암살대상은 그 자신도 시에라 프로젝트의 요원으로, 시에라 포(four)였음을 밝힌다. 식스의 선배격이었던 그는, 현재 CIA의 핵심인물인 센터장 대니 카마이클(레지 장 페이지 분)이 사실은 매우 독선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라며, 대니가 그를 죽이고 회수하라고 했던 비밀 USB를 무슨 생각에서인지 식스에게 건넨다.
그가 죽고 현장을 떠난 식스에게 대니는 전화로 혹시 뭔가 발견하지 못했냐고 캐묻지만, 식스는 별다른 대답 없이 종적을 감춰 버린다.
이에 대니는 자신이 찾고 있던 USB를 그가 갖고 도망가고 있다고 확신하고 그를 찾으려고 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용병 로이드(크리스 에반스 분)를 고용해 식스의 뒤를 쫓게 한다.
그렇게 이리저리 도망다니며 USB의 내용을 알아보려고 하는 식스와, 그를 추격해 잡으려고 하는 로이드의 위험한 술래잡기가 온 유럽을 무대로 펼쳐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그레이맨 결말
CIA 센터장 대니의 부관 수잔은 로이드를 끌어들이려는 대니의 결정을 마뜩찮아 하지만, 회수 작전에 실패했다는 책임을 지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대니의 지시에 따라 로이드의 감시역으로 파견된다.
한편, 로이드는 과거 식스를 처음 시에라 프로젝트에 끌어들인 피츠를 인질로 삼아 식스의 행방을 추적하려 한다. 피츠는 완강히 저항하지만, 로이드는 피츠의 하나뿐인 가족인 손녀 클레어를 인질로 삼아 그를 협박하고, 피츠는 결국 식스의 행방을 털어놓게 된다.
처음 식스는 피츠가 그의 위치를 누설하고 심지어 그를 죽이려 했다는데 분노하고 당황하지만, 클레어가 인질로 잡혀 있다는 소식에 피츠 역시 어쩔 도리가 없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식스는 약 2년 전 클레어를 잠시 경호한 적이 있었기에 클레어 역시 식스에게는 보호해야 할 대상이었던 것.
피츠의 도움 없이 도망다니기 위해 위조여권상을 찾아간 식스. 그러나 위조여권상 역시 로이드가 내건 현상금에 매수되어 되려 그를 함정에 빠트린다.
식스가 함정에 빠졌다는 제보를 듣고 로이드와 일당들이 나타나고, 식스를 궁지에 몰지만 이번엔 식스와 함께 처음 시에라 포를 암살하는 작전에 참여했던 현장요원 미란다가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
대니는 미란다 역시 작전 실패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고, 그녀가 식스와 내통했다는 누명을 씌우려 했다. 이에 미란다는 가만히 앉아 당하지 않고 차라리 식스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듣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식스를 찾아 달려온 것이었다.
식스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듣게 된 미란다. 둘은 USB에 뭔가 대니가 숨기고자 하는 진실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USB의 정보를 해독하려 전 CIA 요원이었던 마가렛을 찾아간다.
마가렛은 손쉽게 USB의 정보를 해독하고, 그 안의 내용을 알려준다. 안에 들어있는 파일들은 모두 대니 카마이클의 비리에 관한 것으로서, 그가 로이드와 함께 벌였던 수많은 불법 작전들의 증거들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들을 습격해 온 로이드의 일당들. 프라하 시내를 전부 다 박살내는 추격전 끝에 식스와 미란다는 간신히 그들을 따돌리고 로이드와의 마지막 결전을 준비한다.
미란다는 노획한 적의 RPG를 이용해 다짜고짜 로이드의 아지트에 폭격을 퍼부으며 결전을 개시하고, 그녀의 공격에 로이드와 부하들이 정신이 팔린 사이 식스는 피츠와 클레어의 구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뒤쫓아온 로이드는 클레어를 납치해 미로 속으로 사라지고, 미로의 한가운데서 그를 발견한 식스는 그와 최후의 1:1 대결을 벌인다.
그가 격투 끝에 로이드를 제압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수잔이 총을 쏴 로이드를 살해한 후, 이 모든 소동을 로이드와 식스에게 뒤집어씌우기로 한다.
결국 마지막 결투의 부상으로 인해 병원에 사실상 갇히게 된 식스와 가택구금 상태에 놓인 클레어.
그러나 마지막 순간 식스는 병원에서 탈출하고, 클레어를 구출하기 위해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난다.
한편, 그레이맨에 쿠키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 에필로그 형식으로 식스와 클레어의 후일담이 펼쳐지지만,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도 별도로 쿠키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의 내용과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대니의 정체와 그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이 있기에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넷플릭스 그레이맨 평가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첩보액션.
지난 몇 년간 많은 첩보물과 액션물이 나왔지만, (1) 지나치게 PC에 경도되어 정작 액션물로서의 본질을 망각했거나, (2) 액션이 시원찮거나, (3) 지나치게 스토리를 꼬아 놨다는 등 각종 이유로 관객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런 와중에 그레이맨은 선남선녀가 도시를 박살내며 악당을 혼내준다는 액션물의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남녀 배역의 비중을 나름 골고루 챙긴 액션영화다. 역시 원작 작가 마크 그리니가 전설적인 첩보 액션물의 대가 톰 클랜시와 공동으로 작업해 온 경험으로 쌓아 올린 시리즈여서 그런지 주인공 식스의 캐릭터성도 지나치게 과하지 않고 적당히 재치 있으면서 노련하다.
다만, 원작에도 있는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클레어의 구출 그리고 CIA 내부의 알력에 방점이 찍힌 탓에 악당과 주인공의 대결에 뭔가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마지막 악당의 최후 부분도 그렇다. 주인공의 목표가 어떤 거대한 악의 타도라기보다는 납치범과의 대결처럼 보이는 탓에 유럽의 온갖 지역을 돌아다니며 펼치는 액션의 스케일은 크지만 주인공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기보다는 CIA의 내부 정치싸움에 어쩌다가 휘말린 주인공이 고생하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영화 전반을 이끌어 가는 액션과 볼거리는 풍성한 편이며, 가장 핫한 30대 남자 배우들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언 고슬링과 크리스 에반스의 대결도 볼만하다. 그 결과 평론가들은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서는 가장 높은 팝콘지수를 기록 중이다.
나의 <그레이맨>에 대한 평점은 ★★★. 중간중간 CIA의 내부 정치에 대한 주절주절 설명 때문에 이유없이 늘어지는 부분은 있는데, (아마도 시리즈로 제작될)다음 연작을 위한 설정 쌓기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만일 연작이 아니면 정말 불필요한 부분인 거고...
넷플릭스 그레이맨 관련 TMI
1. 그레이맨은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다. 그레이맨의 제작비는 미화 2억 달러, 한화로 약 2,600억원 수준. 2021년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는 갤 가돗과 라이언 레이놀즈, 드웨인 존슨이 주연을 맡은 <레드 노티스>로 역시 2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 전 기록은 <6언더그라운드>로 1억 5000만 달러 수준.
2. 원래 크리스 에반스는 주인공 역으로 캐스팅될 예정이었으나, 크리스 에반스는 악역을 맡기 위해 주인공 역을 고사했다.
3. 영화의 약 1시간 13분 정도 지점에, 로이드 한센(크리스 에반스)는 "저 켄 인형(바비 인형의 남자친구)의 머리에 총알을 제일 먼저 박아 넣는 사람에게 10,000,000달러!"라는 대사를 한다. 라이언 고슬링은 최근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바비>의 촬영을 마쳤는데, 그 영화에서 주인공 바비의 남자친구 켄 역을 맡았다(...)
4. 라이언 고슬링과 태그 호이어(Tag Heuer)의 파트너십 때문에 영화 속 모든 인물은 태그호이어 시계를 차고 있다.
5. 영화 중반 클레어는 식스의 문신에 어떤 의미냐고 묻고, 식스는 그것이 시지푸스(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벌을 받아 영원히 정상을 향해 돌을 굴려야 하는 신화 속 인물. 정상에 다다를 때 쯤이면 돌이 다시 굴러떨어지고, 그는 그렇게 끝나지 않는 벌을 반복해야 한다)라는 이름이라고 말해 준다. 이는 끝없이 사람을 죽이고 임무를 수행해도 결국은 끝나지 않는 식스의 일에 대한 비유라고도 볼 수 있다.
6. 영화 속 젠틀한 킬러로 나오는 인도 배우 다누쉬(Dhanush)는 인도 영화 Asuran에서의 연기를 통해 영화 촬영 중 인도의 오스카 상이라고 할 수 있는 National Award for Best Actor 상을 받았다.
7. 여주인공 아나 디 아르마스는 크리스 에반스 및 라이언 고슬링 모두와 함께 협업한 적이 있다. 라이언 고슬링과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함께 출연했고, 크리스 에반스와는 <나이브스 아웃>에서 함께 출연했다.
8. 영화 속 바쿠(크로아티아)라고 표시된 장소들은 사실 모두 체코, 프라하 등지에서 촬영되었다.
9. 영화 속에서는 의도적으로 똑같은 대사를 여러 장면에서 변주함으로써 코믹함 또는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대표적인 장면은 다음과 같다:
(이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 로이드가 피츠를 고문하며 마음에 안 드는 대답을 할 때마다 'boring!'이라고 외치고, 피츠 역시 그와 대면하는 마지막 순간 "boring!"이라고 외친다.
- 식스가 처음 클레어를 만날 때 클레어는 집안에서 껌을 씹으면 안된다고 하고, 식스가 다시 클레어를 구출하기 위해 집으로 돌입했을 때 껌을 씹어도 되냐고 묻는다.
- 클레어의 집에 침입한 암살자를 잡을 때 LP가 돌아가고 있었고, 마지막에 식스가 갇혀 있는 클레어의 집에 돌입할 때도 LP를 틀어두라고 한다.
- 식스는 미란다에게 장전된 상태로 총을 던지면 안 된다고 훈계하고, 마지막 결투 때 로이드에게 총을 던질 때도 장전된 총은 던지는거 아니라고 강조한다.
- 대니가 처음 미란다를 위협할 때 미란다는 '부담스러우니 좀 떨어지라'고 말하고, 마지막에 미란다가 대니에게 위협할 때 대니도 똑같은 말로 응수한다.
- 영화 속에서 적의 장비와 옷을 탈취할 때마다 식스는 무슨 사이즈의 옷을 입냐고 먼저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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