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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넷플릭스 <엔드 오브 더 로드> 줄거리, 결말, 후기, 평점 - 갈길 잃은 스릴러

by Doolim 2022. 9.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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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나는 모름지기 스릴러라는 장르는 '쪼는 맛'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릴러를 액션이나 드라마와 구분짓는 가장 큰 경계선은 결국 얼마나 쪼는 맛(불안감과 긴박감), 그러니까 서스펜스를 적시적소에 잘 구현해냈는지에 있다. 

 

물론 액션이나 드라마 장르에도 어느 정도는 서스펜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스릴러는 단지 어느 한 장면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전력을 기울여 관객을 끊임없이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전력으로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힘'은 단순히 몇 가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물리적인 장면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비행기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고 해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스릴러라고 하지는 않는다.  스릴러에서 오는 긴박감은, 결국 주인공을 괴롭히는 모종의 힘을 극복할 수 없거나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온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의 스턴트를 보면서도 사람들이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는 것은, 톰 크루즈가 결국은 고층 빌딩을 넘고 비행기에 올라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상대방과 맞서 싸워 상대방을 이기고 굴복시킬 수 있는지(주인공의 심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에 따라 액션과 스릴러가 갈리는 것이다.  만약 어쨌든 주인공이 적대적인 세력을 쉽게 굴복시키고 파괴할 수 있다면, 그 크기와 실체를 알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오는 긴박감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스릴러는 잘못되었다.

 

 

넷플릭스 엔드 오브 더 로드 줄거리

 

최근 남편과 사별한 브렌다.  남편의 병간호 비용 때문에 하나뿐인 집에서조차 쫓겨나게 된 브렌다와 그녀의 남동생 레지, 그리고 브렌다의 아들딸인 켈리와 캐머런은 결국 텍사스 휴스턴에 사는 브렌다의 어머니의 집에 얹혀살기 위해 짐을 정리해 길에 오른다.

그런데 그들이 묵게 된 모텔 옆집에서 간밤에 싸움 소리와 총소리가 들려온다.  브렌다는 응급실 간호사로서 부상자를 방치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레지를 데리고 옆방에 찾아가는데, 총에 맞은 듯한 남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경찰 진술을 하고 떠나는 브렌다의 가족.  그런데 알지 못하는 누군가로부터 브렌다에게 전화가 온다. 변조된 목소리는 내 물건을 내놓으라며 다짜고짜 그녀를 위협하고, 영문을 알 수 없던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러나 그녀는 곧 그녀의 철없는 동생 레지가 사건 현장에 있던 현금 가방을 들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군지 알 수 없는 '미스터 크로스'라는 사람은 줄곧 전화로 당장 가방을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고, 브렌다는 철부지인 레지와 함께 자신의 자녀들을 지켜내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넷플릭스 엔드 오브 더 로드 결말

 

이하에는 엔드 오브 더 로드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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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이 미스터 크로스에 의해 납치되고, 브렌다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가방을 숨겨둔 모텔로 돌아가 가방을 찾지만 웬 히피 여자가 가방을 훔쳐 도망가는 것을 발견한다.

그녀를 추적해 그녀의 본거지까지 따라간 브렌다.  그러나 그 곳에서는 한 무리의 백인 건달들이 모여있었고 그녀는 기습 당해 정신을 잃는다.

한편, 브렌다와 캐머런을 기다리던 레지와 켈리에게 보안관이 접근한다. 보안관은 미스터 크로스가 무서운 갱단 보스라고 알려주며 그들을 자신의 목장에 숨겨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목장에 도착하자 그는 트렁크에서 묶여 있던 캐머런을 보여준다.  그가 바로 미스터 크로스였던 것이다.

 

백인들에게 붙잡혀 있던 브렌다는 용기를 발휘해 그 곳에 있던 남자들을 제압하고 유유히 가방을 다시 빼앗아 남은 가족들에게 향한다.

 

레지와 켈리, 캐머런은 지하실에 갇혀있다가 힘을 합해 보안관과 그의 공범인 부인을 제압하고 그의 목장에서 빠져나오다가 브렌다를 만난다.  가족들은 현금 가방을 던져 놓고 함께 도망가기 시작한다.

이내 정신을 차린 보안관 부부가 그들을 다시 추격하지만, 차량 추격전 끝에 브렌다와 가족들은 보안관 부부를 물리친다.

간신히 사건이 수습되고 다음 날 아침을 먹으려는 가족.  갑자기 레지가 자신이 이미 돈을 다 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주섬주섬 현금다발을 꺼낸다.  보안관 부부에게 현금 가방을 돌려주면서 일부를 빼놨던 것이다.  당장 돌려줘야 한다고 소리치던 브렌다도 누구에게 돌려줘야 하냐는 아이들의 말에 백기를 들고, 그들은 그렇게 새출발을 위한 돈을 얻는다.

 

 

넷플릭스 엔드 오브 더 로드 후기, 평점

 

 

이 영화는 굉장히 이상하다. 분명 스릴러로 분류가 되어 있는데, 영화에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앞서 스릴러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대 세력이 쉽게 제거되거나 극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만일 스릴러의 주인공이 장애물을 총과 칼로 쉽게 박살낼 수 있다면 긴장과 불안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명작 스릴러 영화는 일부러 신체적으로 남자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여리여리한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삼곤 한다(호러 영화의 주인공이 젊은 여자인 경우가 많은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브렌다는 그런 여리여리한 젊은 여성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초반부에는 아예 군인인 아버지로부터 총을 쏘고 싸우는 법을 배웠다고 대놓고 복선을 깔기까지 한다.  그래서 영화 내내 서스펜스가 자리잡아야 할 타이밍에는 엉뚱하게도 계속해서 액션이 나온다.  납치자의 뒤에서 숨죽여 몰래 도망치기보다는 정면에서 싸워 그들을 박살내거나, 스릴러의 문법대로라면 주저하거나 총 쏘는 법을 몰라 덜덜 떨고 있어야 할 상황에서(물론 이렇게 대놓고 주인공을 머저리 취급하는 연출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겨버리는 식이다.  이래서야 스릴러의 금과옥조인 '지속적인 서스펜스 창출'이 가능할 수가 없다.

 

보통 그래서 스릴러의 마지막에 주인공은 치명적으로 상처를 입거나 혹은 적대세력과 함께 최후를 맞게 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굉장히 산뜻한 엔딩을 보여준다.  영화가 애초부터 스릴러로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차라리 로드무비나 카체이스 액션 등에 더 가깝다(실제로 카체이스 시퀀스가 2번이나 나온다.  그리고 당연히도 이 영화보다 카체이스는 낫다).  

 

문제는, 영화가 대놓고 액션물을 노리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스릴러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일단 영화의 소개말 자체도 그렇고, 흑인인 가족들을 둘러싼 미국 남부 특유의 배타적인 분위기, 나름의 반전이 포함된 미스터 크로스의 정체, 외딴 목장 같은 배경 등을 보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스릴러라는 프레임을 짜놓고는 안의 내용물을 유사 액션물로 채운 것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면 쪼는 맛은 없으면서 액션도 시원하지 않은 기묘한 느낌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엔드 오브 더 로드에 대한 내 평점은 ★☆.  무슨 느낌을 구현하고 싶었는지는 알겠는데 잘 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겟아웃>에서와 같이 배타적인 인종차별 그 자체에서 오는 스릴을 주고 싶었던 듯한데, 일단 주인공들이 너무 강하다;). 액션물로도, 스릴러물로도 애매한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러닝타임이 89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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