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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넷플릭스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 줄거리, 결말, 후기 : 씁쓸한 뒷맛의 코미디 전기 영화

by Doolim 2022. 9. 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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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 특유의 "약쟁이 사기꾼/양아치가 자신의 말빨/허세를 가지고 세상을 농락하다가 파멸에 이르지만, 보란듯이 다시 재기하는" 전기 영화를 무척 싫어한다. 

 

물론 그 영화의 감독들은 이런 범죄자들을 다같이 보고 배우자라는 목적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메시지가 그렇게 들린다.  영화에서 범죄자들(대개 주인공)이 비참한 최후를 맞고 몰락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 번 파멸했다가 주인공들이 다시 재기하는 영화들의 경우에는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당신이 매력적이고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 재기할 수 있으니 크게 한탕을 노려보자'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밖에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내 느낌상 이런 류의 영화 중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울프 오브 더 월스트리트>다.  공교롭게도 둘 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인공이다...)

 

물론, 관객이 '예술은 메시지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공산당도 아닌데 감독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영화가 얼마나 반사회적인지는 사실 영화의 완성도와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영화도 사회 속의 관객이 봐 줘야 성립하는 것이다. 감독만 혼자 보고 즐기는 영상물은 영화라고 칭하지 않는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출연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런데 그 영화 속에서 다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사기를 치고 자유롭게 풀려나 보자 따위의 메시지를 담거나, 혹은 원래의 의도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읽힌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콘텐츠일 수 없다는 것이 내 평소 생각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넷플릭스 영화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도 첫인상은 바로 그런 쓰레기 전기 영화로 보였다. 

마지막 순간까지는 말이다.

 

 

넷플릭스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 줄거리

 

 

하버드 출신의 더그 케니(윌 포테 분)는 친구 헨리(돔널 글리슨 분)와 함께 '유머 잡지'를 창간하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오로지 유머만을 전문으로 하는 잡지는 무척 생소한 개념이었고, 여러 곳에 딱지를 맞던 그들은 마침내 그들을 후원해줄 출판사를 찾게 된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더그와 조용하고 차분한 헨리는 함께 다양한 재능을 가진 작가들을 발굴해 성공적으로 그들이 만든 유머 잡지 National Lampoon을 전국적인 흥행물로 탈바꿈시킨다.  

 

그러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더그는 바람을 피다가 아내와 이혼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갑자기 행적을 감추고, 헨리는 그런 그를 대신해 몇 개월 동안 혼자 잡지사를 이끈다. 

넷플릭스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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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는 결국 다시 편집장의 자리로 돌아오고, 영화 <애니멀하우스>의 시나리오도 집필해 대박을 친다.

그러나 출판사와의 계약상 약속된 성과보수를 받은 헨리는 그를 혼자 두고 떠나고, 더그는 혼자 National Lampoon을 이끌며 또다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마약과 술, 여자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애니멀하우스>는 대흥행이었지만, 그 후 그가 집필한 영화 <캐디쉑>은 그 스스로도 졸작이라고 평할 정도로 수습할 수 없는 망작이 된다(그런데 아이러닉하게도 캐디쉑은 훗날 애니멀하우스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수작이 된다...). 

결국 그는 최고로 잘 나가는 편집장이나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서 스스로 설정한 기대치에 짓눌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겨우 그의 나이 34세 때의 일이었다.

즉, 영화는 마치 더그 케니가 현재 살아 있는 것처럼 서술트릭을 사용하지만(더그 케니의 현재 모습을 대표하는 듯한 인물이 내내 내레이션을 하는 형태로 영화가 전개된다), 사실 더그 케니는 이미 1980년대에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상태.  미국 관객이면 아마 대부분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한국 관객으로서는 낯선 인물인데다가 사실 그렇게까지 메이저한 유명인물은 아니어서 이 반전에 머리가 띵했을 수도 있겠다.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 후기

 

 

넷플릭스 영화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은 사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한 인물, 더그 케니에 관한 전기영화다.  더그 케니, 더글라스 케니는 한 시대를 풍미한 유머 잡지인 내셔널 램푼의 창간자이자 유머 라디오 드라마를 기획해 수많은 기라성같은 코미디 배우들을 데뷔시킨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로 영화에 따르면 초창기 그와 일하던 코미디언들 중에는 빌 머레이나 체비 체이스같은 전설적인 배우들도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인물에 대한 전기영화라면 흥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화 속에서의 화자(더그 케니의 노년의 모습)는 자신이 내셔널 램푼을 만들었고, 애니멀하우스를 만들었다며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는데 솔직히 그게 다 뭔지 알 길일 없는 한국 관객들로서는 '그게 뭔데 X덕아' 수준의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영화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은 (다행히도)마약을 빨고, 바람을 피워 수없이 여자를 갈아치우며, 내키는 대로 동업자를 버려두고 종적을 감춰 버리는 한 막장 인생을 변호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는 그저 더그 케니가 어떻게 내셔널 램푼을 창간했고,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올라갔으며,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스피디한 연출로 담담하게 다룰 뿐이다.  

 

그래서 만일 더그 케니라는 인물을 실제로 잘 알고, 그의 작품을 사랑했던 독자들이라면 이 영화는 그 이면에 숨어 있던 더그 케니라는 인간의 고독한 일면을 조망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더그가 맞이하게 되는 비극적 결말과 평소 그의 냉소적인 유머러스함과의 격차에서 오는 묘한 안타까움의 감정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온다.  그토록 유머러스했던 인물이 최악의 결말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인생의 허망함을 볼 수도 있겠고, 죽음에도 굴하지 않는 유쾌한 정신을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국 전기영화에서는 그 인물에 대한 이해도와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정비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영웅인 이순신의 전기를 다룬 드라마며 영화는 그 만듦새가 좀 떨어져도 한국인 입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쉬운 반면, 남아공에 사는 샤를리즈 씨는 <한산>을 보고 지나치게 비약적이며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더그 케니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그냥 한 모험적인 남자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성공한 남자가 약과 여자에 취해 몰락하는 흔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에 대한 내 평점은 ★★.  더그 케니를 잘 아는 관객이라면 좀더 흥미로울 수 있겠으나 일단 나는 아니었고, 짐작하건대 대부분의 한국 관객에게도 똑같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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