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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넷플릭스 <러브 인 더 빌라> 줄거리, 결말, 후기 : 또하나의 구태 로코

by Doolim 2022. 9. 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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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루서 역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톰 호퍼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러브 인 더 빌라>가 개봉되었다. 

 

러브 인더 빌라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를 배경으로, 숙소 중복 예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동거하게 된 두 남녀가 티격태격 다툼 끝에 연인으로 발전해 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솔직히 지난 번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맨틱 코미디 <로열 트리트먼트>가 너무 한심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최근의 <두 인생을 살아봐>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사실 이건 로코라기보다는 드라마에 가깝지만) 한 번만 더 넷플릭스를 믿어 보기로 하고(톰 호퍼를 좋아하기도 하고) 감상을 시작했다.

 

안전빵으로 갔지만 안전하지도 않은 구태 로맨스 - <로열 트리트먼트> 줄거리, 결말, 평점

어떤 영화들은 포스터와 짧은 시놉시스만 보고도 줄거리가 전부 읽히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어떤 영화들은 시놉시스에서 느낀 바와 전혀 다른 줄거리로 관객을 놀래키고는 한다. 로열 트리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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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러브 인 더 빌라 줄거리

넷플릭스 로코 러브 인 더 빌라는 주인공 줄리(캣 그래험 분)가 원래 함께 베로나로 휴가를 가기로 했던 남자친구 브랜든에게 차이면서 시작된다.

이에 줄리는 그대로 여행을 갈까 말까 주저하다가, '사랑은 스스로 길을 찾아 간다'라는 에어비앤비 숙소의 카피 문구를 보고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혼자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가는 길에 비행기는 연착되고, 짐은 사라지고, 설상가상으로 옷에 와인을 쏟아 공항 기념품 가게에서 못생긴 후드 티를 입는 등 각종 고난을 겪는다.

그렇게 22시간을 뜬눈으로 지샌 강행군 끝에 도착한 숙소 '빌라 로만티카'. 숙소는 줄리엣의 테라스를 재현한 관광지의 바로 맞은편에 있는 작은 빌라였다.

그러나 그 곳에서 줄리는 찰리(톰 호퍼 분)와 같은 숙소가 중복예약됐고, 시내에는 남은 숙소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생판처음 보는 남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넷플릭스 러브 인 더 빌라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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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중복예약되서 기분도 안 좋은데 살살 약을 올리는 찰리 때문에 서로 으르렁대는 두 사람.

이에 둘은 서로를 골탕먹이는데 혈안이 된다.

줄리는 찰리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고양이를 그의 침대에 풀어놓기도 하고, 찰리가 집을 나서자 숙소 열쇠구멍에 본드를 칠해 숙소에 들어오지 못하게 된 찰리가 창을 넘어 들어오려 하자 경찰에 불법 침입을 신고하기도 한다.

이에 질세라 찰리는 숙소에 배달되기로 한 줄리의 잃어버린 짐을 파기시켜 버리거나, 줄리의 일기를 대자보에 붙혀 공개해 버리거나, 식사를 대접하는 척하면서 말고기를 먹이는 등(하지만 사실 진짜 말고기는 아닌) 방법으로 복수한다.

그렇게 냉전을 이어가던 둘은 찰리의 제안으로 일단 화해를 하게 되고, 점차 서로에게 끌리게 된 두 사람은 베로나 시내를 함께 관광하고 와인 판매상인 찰리가 와인을 구매할 와인 장원을 함께 가는 등 친해지게 된다.

와인 장원은 현재 파산 위기에 몰려 있었고, 이에 찰리는 이를 약점잡아 질좋은 와인을 값싸게 살 기회를 노리고 있던 상황.  그런데 줄리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와인을 싸게 팔아야할지 고민하는 사장에게 자신의 마음을 따르라고 하며 사실상 찰리에게 와인을 덤핑으로 팔지 말라는 취지의 조언을 하고, 이에 사장은 결국 찰리와의 거래를 거부한다.  

장원에서의 일 이후 숙소로 돌아온 둘.  그런데 사실 찰리에겐 현재 잠시 시간을 갖기로 한 연인 캐시가 있었고, 캐시 그리고 줄리의 전 남친인 브랜든이 베로나로 오면서 둘은 서로에게 임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원해진다.

캐시 그리고 브랜든과 각각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결국 그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던 연인이 아님을 깨닫고 헤어지기로 한다.

둘은 다시 빌라 로만티카의 앞에서 재회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키스를 나눈다.

 

 

러브 인 더 빌라 후기, 평점

 

러브 인 더 빌라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외국에서 낭만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는 <로열 트리트먼트>의 소재와 비슷한 소재를 차용한다.  그리고 로맨틱함을 더하기 위해 그 만남의 장소를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베로나로 설정하고, 주인공 줄리(줄리는 줄리엣의 애칭이다)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 덕후로 설정한다.

 

그러나 사실 극중 찰리가 말하듯이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당연히 허구의 이야기고 셰익스피어는 베로나에 온 적도 없다.  이렇듯 베로나는 낭만적인 허구와 단단한 현실이 충돌하는 장소면서, 현실주의자인 찰리와 계획적이지만 이상주의자인 줄리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얼핏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남녀 주인공, 로맨틱한 장소, 숙소의 중복 예약으로 어쩔 수 없이 동거하게 된 신세 등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서 흥미로운 소재를 다수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소재가 로코에 적합하다고 반드시 수작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 괜찮은 소재를 가지고 망작이 나오는 경우가 더 흔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망작에 가깝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로맨틱 코미디는 어떤 장르보다 주인공에 대한 이입이 중요한 장르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외부적인 사건보다는 인물의 내면 감정선에 따라 사건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영화에서 줄리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줄리와 찰리가 처음 서로 동거를 시작하면서 으르렁대며 서로에게 했던 '장난'들을 떠올려 보자.  사실 찰리의 경우에는 줄리에 대한 장난이 그야말로 장난 수준이었다.  그러나 줄리는 찰리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면서 고양이를 고의로 들여보낸다든가(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항원과 근접할 경우 죽을 수도 있다. 결코 귀여운 장난이 될 수가 없다), 아슬아슬하게 테라스에 매달린 찰리를 비웃으며 찰리를 '경찰에 신고'까지 한다.  이미 경찰에 신고한 시점에서 예비 연인들끼리의 투닥거림 정도가 아니라 선을 넘은 악의적인 공격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일 때문에 찰리는 직장에서 잘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줄리가 이렇게 악의적으로 찰리를 괴롭히는 이유도, 애초에 찰리가 뭔가를 심각하게 잘못했다기보다는 그냥 너무 빈정거려서 꼴 보기 싫다는 것.  빈정거리고 고깝게 말한다고 사람을 물리적/사회적으로 죽이려고 하는 사람을 우리는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영화는 줄리의 찰리에 대한 공격들을 귀여운 장난 정도로 포장하려고 애쓰지만, 이런 행동은 귀엽지도 않고 무책임하며 졸렬하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갈등들은 갑자기 그냥 해소된다.  그것도 거의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찰리가 줄리의 악의적인 말썽으로 회사에 잘릴 위기에 놓이게 되자, 우린 더이상 이런 짓을 그만해야 한다면서 숙이고 들어온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교훈은, 빈정대고 냉소적인 현실주의자 남친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를 죽을 만큼 괴롭혀야 한다 뭐 이런 건가?  

 

남녀 주인공이 다툴 수는 있다. 어쩌면 그 과정은 로맨틱 코미디의 당연한 전주이기도 하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가 성공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환 포인트는, 이렇게 티격태격하던 남녀 주인공이 어떤 경위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를 설득력있게 그려내는데 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위에서도 언급했듯 이미 줄리의 행동이 완전히 선을 넘은 악행인데도 길길히 화를 내며 날뛰어야 할 찰리는 왜 침착하게 '싸움을 그만두자'고 선언하는 건가? 쫄았나? 그러나 여주인공의 패악질에 쫄아서 수긍하는 것은 결코 설득력 있는 로맨스의 발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잼민이도 알 수 있을 사실이다. 

 

넷플릭스가 로코랍시고 만든 이 러브인더빌라는, 로맨틱 코미디가 감정적인 장르니까 서사에는 논리적인 개연성 따윈 필요 없고 주인공들의 감정만 중요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때로 감정 때문에 완전히 말도 안되는 불합리한 전개가 이어지는 것은 현실 세계의 이야기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서사물이고 서사물에는 개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감정의 변화라고 해서 개연성의 틀을 마음대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로맨틱 코미디같이 인물들의 감정선이 중요한 영화에서 멋대로 개연성의 틀을 들어내고 인물들이 그때그때 감정대로만 행동한다면 그건 그냥 사이코 드라마일 뿐이다.

 

3. 결과적으로 영화에는 이입을 할 만한 인물들이 아무데도 없다.  줄리와 찰리는 물론, 그들의 전남친/전여친인 브랜든과 캐시도 전형적인 꼴보기 싫은 ex 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들에게도 이입할 수 없다.  그렇게 영화는 시청자는 이입할 기회를 주지 않고 저 멀리 내버려 둔채 혼자 흥분하고 덜컹대며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결말이 뻔한 것은 로코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쳐도 그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이 둘이 왜 사랑에 빠지는지 위와 같은 이유로 전혀 설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영화에는 설득력이 없다.  로코랍시고 관객 앞에 들이민 이 작품을 보면 대체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도 애매하다.   고양이 알레르기로 목숨을 잃을 뻔한 찰리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기적거리며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웃으라고 주문한다면, 감독이 사이코패스는 아닌지 다시 한 번 되묻고 싶다.  

 

넷플릭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 <러브 인 더 빌라>에 대한 내 평점은 ★.  넷플릭스가 또 한번 사람들의 인생에서 2시간을 완전히 날려 버릴 놀라운 발명품을 들고 왔다.  그 발명품이 넷플릭스에 아직 수백 개는 더 있다는 사실은 안 비밀이다.

 

 

p.s 어떻게 이런 소시오패스 드라마같은 영화가 나올 수가 있나 해서 감독을 봤더니, 무려 슈퍼히어로물계의 씻을 수 없는 3대 치욕이라고 불리는 <고스트라이더>, <데어데블> 그리고 <그린 랜턴> 중 무려 2개를 감독(그린랜턴 외 2개)하고 각본을 쓴 인물이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만드는 족족 올해의 쓰레기 영화로 꼽힐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이 아직도 영화판에 붙어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러브 인 더 빌라>는 실제 베로나 로케로 촬영해서 사실 로코물치고는 제작비도 상당히 들었을 것 같은데...할리우드가 돌아가는 방식은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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