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영화를 잘 모른다. 비판적으로 영화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솔직히 평론가들이 미장센 조명 연출 구도 뭐 이런 얘기 하기 시작하면 우와아 할 뿐 내가 보면서 그걸 느끼거나 찾지는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쓴 영화 리뷰들은 사실 리뷰의 탈을 쓴 줄거리 요약일 때가 많다. 비평 포인트를 잘 못찾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 본 영화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이 대부분 쓰레기수준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쓰레기는 왜 쓰레기라고 조목조목 따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깊이 반성한다.
반성을 하다 보니 반성에 그칠 게 아니라 앞으로 리뷰를 할 때 뭔가 기준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보통 리뷰를 쓸 때 그냥 떠오르는 장면과 서사에 집착하면서 그것만 열심히 쓰고 나머지 디테일들을 많이 놓치는 편이다. 뭔가 영화별로 기준이 있으면, 탈고를 하기 전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래는 떠오르는 대로 적어본, 이제까지 내가 영화를 평가할 때 활용했던 요소들이다. 물론 지금 기억 안나는 게 있을 수도 있어서 일단 적어놔 보고 생각날 때마다 추가해 보려고 한다.
0. 공통
(1) 개연성
- 영화의 인물들이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말이 되는가?
(2) 액션신
- 액션신이 자연스러운가?
(3) 인물(캐릭터 및 연기)
- 인물의 구성이 설득력이 있고 자연스러운가?
- 인물(특히 빌런)이 입체적인가?
- 연기가 어색하거나 발음이 어눌하지는 않은가?
(4) CG, 특수효과
- CG, 특수효과가 자연스러운가?
(5) 주제의식
- 공감할 만한 주제인가?
- 주제의식의 전달이 명료한가? 명료하다면, 지나치게 명백해서 촌스럽지는 않은가?
- 영화 내 인물의 구성(특히, 인물의 외관 등 인상이 남는 요소), 줄거리, 주요 장면에서의 미장센이 그러한 주제의식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가?
1. 액션영화
(1) 개연성
- 영화의 인물들이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최소한으로)말은 되는가?
- 개연성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촘촘할 필요는 없음
(2) 액션신
- 액션신이 독창적인가?
(3) 인물(캐릭터 및 연기)
- (가점 요소)인물(특히 빌런)이 입체적인가?
2. 로맨스 영화
(1) 개연성
- 영화의 인물들이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말은 되는가? 특히, 남녀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잘 묘사되어 있는가? 그 과정이 억지스럽거나 생략되어있지는 않은가?
(2) (로코일 경우)유머 포인트
- 유머 포인트가 적절한가?(차별적 요소를 포함하거나, 지저분한 화장실 유머가 나오지는 않는가?)
3. SF/판타지 영화
(1) 개연성
- 영화의 인물들이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말은 되는가?
- 영화 속 사건이나 인물들의 행동이 세계관 설정에 부합하는가?
- (가점 요소)영화속 설정들이 실제 과학적 사실에도 부합하는가?
4. 스릴러 영화
(1) 개연성
- 영화의 인물들이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말은 되는가? 특히, 인물들이 불필요하게 멍청하게 행동하지는 않는가?
(2) 서스펜스
- 영화의 분위기, 음향, 조명, 배우의 연기 등이 스릴러에 부합하게 구성되어 있는가?
(물론 스릴러라고 해서 모두 곡성처럼 축축할 필요는 없고, <미드소마>처럼 쨍한 색감의 스릴러/호러 영화도 있듯이 그 영화의 설정에 부합하기만 하면 됨)
5. 드라마*
공통 평가요소에 대부분 포함됨
* (나의 기준에)드라마 장르는 각 장르의 복합물일 수도 있고,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이야기 더미일 수도 있다. 예컨대 <두 인생을 살아봐>는 로맨스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의 주제의식이나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이 로맨스가 중심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로 분류한다.
여담인데, 국내에는 이런 영화 비평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만한 전문서가 너무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찾아본 바로는 문학관에서 나온 <영화분석입문> 정도가 있는데, 이 책 자체는 뛰어난 개요서이긴 한데 번역상태가 대학생 조별과제 수준도 못되는 엉망진창 아마추어 수준이라 읽는데 심히 괴로움이 따른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비문이 1개씩 있고, 어떤 문장은 무슨 말인지 이해도 안 될 정도이며, 특히 책에서 언급하는 영화 제목들은 국내명이 엄연히 있는데도 원문 그대로 옮겨놔서 무슨 영화인지 다 일일히 찾아봐야 할 정도.
또 하나는 한나래 출판사에서 나온 영화분석 입문인데, 이 책은 아직 보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겠다. 조만간 한번 봐 볼 예정.
어쨌든 영화 분석의 입문서라고 해봐야 정말 이 2권이 다다. 이미 거의 학문의 경지에 오른 분야인데도 왜 관련 책이 이정도밖에 없는지 의문스럽다.
물론 윤종욱 교수님의 <영화 분석의 기초 개념>이라는 책도 있기는 한데...커뮤니케이션북스 시리즈라서 일단 판형 자체가 작은데도 페이지 수가 위 영화 분석 입문서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그야말로 그냥 아 이게 영화 분석이구나 하고 느낄 때쯤이면 책이 끝나는 수준이다.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이지만 사실 제대로 된 감상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이제는 좀더 영화를 분석적으로 평가해 보려고 한다.
그러고보니 이 브런치북도 내용이 괜찮은 것 같다. 위 책들을 다 읽고 나면 언제 시간 내서 따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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