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야차> 줄거리, 결말, 평점, 야차 뜻 - 갖출 건 다 갖췄지만 왠지 재미없는 첩보물

 

꾸준히 느와르 및 형사물에서의 커리어를 쌓아온 설경구와 오징어게임의 '상우'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박해수가 만났다.  최근 충무로에서 핫한 조연 배우들도 함께다.  무려 국정원의 비밀 첩보팀이 스파이들의 암투가 벌어지는 중국을 배경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물론 처참하게 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첩보물과 수사물은 나름 우리나라에서 꾸준하게 흥행하는 장르 중 하나다.  <독전>, <베테랑>, <암살> 등 수많은 우리나라 영화계의 역대급 흥행작들이 첩보물과 수사물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톡톡히 재미를 본 넷플릭스가 힘을 빡 주고 밀어주는 영화라고 하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야차>는 첩보물로서 그리고 넷플릭스 제작 영화로서 지난 몇 년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을까?

 

 

넷플릭스 야차 줄거리

 

 

영화는 아마도 중국으로 보이는 한 장소에서 다짜고짜 한 거친 남자가 은밀한 뒷거래를 하는 듯한 한 남자를 덮치면서 시작한다.

거래를 하는 남자를 덮친 것은 바로 설경구.  그는 추격 끝에 남자를 붙잡아 머리에 총을 겨눈다.  남자는 아마도 어떤 조직의 배신자인 듯한데, 설경구는 그를 비난하면서 그를 쏴버리고 유유히 자리를 떠난다.

한편, 대한민국의 검사 한지훈(박해수 분)은 상인그룹이라는 대기업 총수를 횡령 혐의로 잡아 넣으려고 하지만 함정에 빠지게 되고, 동료들은 편법을 써서라도 총수를 구속하자고 하지만 한지훈은 딱 잘라서 정의는 정의롭게 실현해야 한다고 대답하곤 총수를 놓아준다. 그리고 그는 그 대가로 국정원 파견검사라는 한직으로 좌천된다.

처음엔 한가하게 늘어지는 삶에 적응을 하지 못하던 그는 이내 점차 권태감에 사로잡히면서 국정원에서의 느긋한 삶에 익숙해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국정원 4국장이라는 여자가 찾아오고, 현재 션양에 나가 있는 첩보팀 하나가 그동안 거짓보고를 해오고 있었다며 해당 팀을 특별감찰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 임무를 마치면 다시 검찰청으로 돌려보내주겠다는 말에 선뜻 나서는 한지훈.  그런 그에게 4국장은 첩보팀의 지부장은 야차라고 불리는 사람으로, 무서운 남자이니 믿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다.

션양에 도착해 그는 여행사로 위장하고 있는 첩보팀 본부로 찾아간다. 

그러나 정작 지부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그를 따돌리고 팀원들이 어디론가 출동하려 하자 그도 팀과 함께 출동을 하겠다며 억지를 써 그들과 동행한다.

그런데 도착한 곳에서 갑자기 북한의 요원들과 총격전이 벌어지고, 실제로 총격과 함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본 한지훈은 식겁하면서 당신들 대체 뭐하는 거냐며 실랑이를 벌인다.

그리고 그 곳에 나타난 지부장은, 다름 아닌 초반에 배신자로 보이는 남자를 쏴 죽인 바로 그 남자 지강인(설경구 분)이었다.

거친 첩보원의 세계에서 실제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동료를 잃기도 하며 험난하게 살아온 첩보팀의 요원들에게 한지훈은 세상 물정 모르는 샌님에 불과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팀원들과 마찰을 겪으면서, 한지훈은 마침내 그들이 추격하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그리고 션양에서 벌어지는 각국의 첩보전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점차 깨닫게 된다.

 

 

<야차> 결말

 

한지훈에게 지강인은 자신들의 당면 목표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바로 얼마 전 북한의 외화 자금 관리 담당자인 문병욱으로부터 망명요청을 받았으나, 그의 신병을 인계받으려는 순간 북한 요원들과 일본 첩보부 요원들의 사이에 총격전이 발생했고, 그 후로 그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것.

이에 한지훈은 왜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지만 지강인은 한시가 급한 임무에 어느 세월에 절차를 거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냐고 되묻고는 정의를 실현하려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  

지강인은 일본 첩보부가 문병욱을 데리고 있다고 확신하고, 첩보부의 사실상 수장인 오자와(히로유키 이케우치 분)를 만나 그의 주의를 끄는 사이 소속팀원들로 하여금 일본 첩보부의 본부를 습격하게 한다. 

그러나 거기서 팀원들이 구출한 것은 문병욱이 아니라 한 여자였고, 지강인은 그녀를 고문해서라도 정보를 얻어내려고 하지만 한지훈이 다시 한 번 강력하게 반발하며 그녀를 탈출시키지만 그조차 그녀를 놓치게 된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문병욱의 딸인 문주연이었다. 지강인은 문병욱이 망명하려고 했던 이유를 그녀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그녀를 쫓지만 이미 그녀는 오자와의 손에 들어간 뒤였다.  오자와 역시 그녀를 고문하면서 정보를 캐내려고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고문을 버텨낸다.

그 와중에 오자와는 손을 써서 한국 첩보팀의 본부까지 공안이 압수수색하게 만들고, 본거지가 전부 털린 한국 첩보팀은 결국 민가에서 신세를 지면서 현재 일본 영사관에 구류 중이라고 의심되는 문주연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짠다.

그리고 작전이 성공해서 한지훈은 문주연을 데리고 나오는데 성공하지만 다른 팀원들과 길이 엇갈리게 되고, 그 와중에 작전이 어디선가 새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지강인은 팀원 중 한 명인 홍 과장(양동근 분)과 국정원 4국장 모두가 이미 오자와에게 넘어간 배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지강인은 홍 과장과 4국장을 차례로 제압한 후, 문주연이 갖고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한지훈을 찾기 시작한다.

한지훈은 문주연과 대화를 통해 그녀가 갖고 있는 정보가 바로 오자와가 전세계에 심어 놓은 스파이 명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래서 오자와가 혈안이 되어 그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지훈은 지강인과 다시 만나려 하지만 오자와가 한 발 빨리 그와 문주연을 찾아내 그들을 구금하고, 오자와는 한지훈을 협박해 지강인을 죽이고 오라고 명령하는 한편 문주연을 협박해 스파이 명단 데이터베이스를 찾아 삭제하라고 강요한다.

 문주연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한 그 때, 이번에는 오자와의 본거지로 팀원들이 침투해 들어온다.  중간에 한지훈에게 총을 맞아 죽은 줄 알았던 지강인까지 함께였다.  알고 보니 한지훈은 지강인을 만나기 전에 지강인이 방탄조끼를 입고 오도록 합을 맞춰둔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게 격투 끝에 한지훈과 지강인은 오자와를 제압하고, 한지훈은 국정원 4국장 등 매국행위를 한 자들을 전부 체포하면서 덤으로 일본 첩보조직에 뇌물을 바쳐온 상인그룹의 회장까지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걸려온 의문의 전화.

그는 오자와의 본거지에서의 탈출 당시 홀연히 사라졌던 야차, 지강인이었다. 

지강인은 곧 다시 거대한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 암시하며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야차 평점

 

 

모름지기 훌륭한 첩보물에는 은신과 잠입에서 오는 서스펜스와, 감각적인 액션이 있어야 한다.  물론 당연히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첩보물의 스토리라는 것이 웬만해서는 뻔할 수밖에 없다는 것(첩보원이 비밀임무를 띠고 어딘가에 잠입 또는 돌격해서, 정보를 얻거나 요인을 구출한다)을 고려해 볼 때 아무래도 사람들이 첩보물에서 굉장한 서사적 재미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떨까? 일단 이 영화는 은신, 잠입이라는 걸 할 생각이 없다.  말하자면 '쪼는 맛'이 없다는 것이다.  팀원들이 워낙에 강력하기 때문에 애초에 어딘가에 몰래 잠입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 화학공장 전투씬을 보면 그곳은 분명이 일본 첩보부의 근거지인데 한국 첩보 팀원들은 마치 본인들의 앞마당을 쓸듯이 유유자적하게 수십 명의 일본 첩보부 요원들을 사살한다.  

 

액션은 어떨까? 이 영화의 액션은 분명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쓸데없는 데 분량을 늘리기 위한 액션이 들어가는데 그 불필요한 액션을 걷어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지막 오자와와의 결투씬을 보면, 단지 액션 분량을 늘리기 위해 개연성을 포기하고 되는 대로 서사를 짰다는 생각이 든다. 

 

'야차'는 그 전까지는 필요하면 생각하기 전에 방아쇠부터 당기는 철두철미한 실무가였다면, 그 장면부터는 갑자기 애초에 살려둘 생각도 없는 적을 앞에 두고 일장연설을 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대신 발길질을 하는 아마추어적인 공무원 아저씨가 된다.  이 장면은 그렇게 영화 내내 냉혹한 실무가로서의 캐릭터를 구축해 오던 야차의 인물상을 10분만에 산산조각내버린다.  그렇다고 이 장면의 액션이 그런 캐릭터 붕괴를 갚아줄만큼 뛰어난 무언가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분명 소총을 들고 오자와를 제압하고 있다가 공장이 폭발하면서 총을 빼앗겨 놓고, 나타난 한지훈에게 쏘라고 소리치는 지강인.  아니 애초에 니가 쐈으면 됐잖아;

이 장면에서는 한지훈이 멀리서 부상을 입고 쓰러진 지강인에게 다가오는 오자와를 보고, 소총을 집어들어서는

그대로 오자와를 쏘는 게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해 지강인에게 소총을 밀어준다(????). 그리고 그 소총이 적어도 3초는 되는 시간동안 지강인에게 밀어질 때까지 오자와는 친절하게 기다려 주다가 소총을 집어든 지강인에게 총을 맞고 쓰러진다(????)

 

그리고 영화는 내내 정의 실현은 정의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한지훈과 정의는 어떻게든 실현되어야 한다는 지강인의 대립각을 조명하지만, 결국 한지훈이 점차 왜 점점 지강인에 닮은 인물이 되어가는지 설득력 있는 설명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지강인은 마지막 문주연 구출 작전 당시까지도 이건 국제법 위반이고 범죄다 운운하며 첩보팀원들을 비난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팀원들에게 협조적이 되어 순순히 문주연 구출까지 도와주게 되는 이유에 대해 영화는 그다지 설득력있게 그리지 않는다. 

 

또 하나, 이렇게 대립되는 두 인물, 그러나 히어로와 빌런은 아닌 두 인물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버디물의 경우 보통은 두 인물이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일단 한지훈은 지강인스러운 인간이 되어 가지만 지강인은 한지훈에게 별로 물들지 않는다.  영화 제목이 <야차>인 점에 비추어 봐도, 영화는 한지훈과 지강인을 동등한 관계라기보다는 한지훈이 지강인에게 감화되는 과정을 좀더 집중적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 속에서 지강인이 보고 배울 만한 인물이라기에는 이상한 부분에서 불필요하게 감정적이고 자신이 곧 정의라는 흔해빠진 개똥철학을 가진 인물 정도로밖에 묘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나름 '정의 실현에는 적법한 절차를 지키는 게 중요하냐 아니면 일단 실현하는 게 중요하냐'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지강인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객관적인 '정의'라고 하기에는 지강인은 영화의 중반이 넘어서는 시점까지 사실 문병욱과 문주연이 갖고 있는 정보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사실 부패한 북한 당국자의 검은 돈인지, 비리 스캔들인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정보이긴 한 건지도 모르는 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시점에서부터 지강인이 말하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논지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참고로, 야차란 불교에서 불법의 수호자로 여겨지지만 힌두교 신화에서는 도깨비같이 사람을 괴롭히는 가상의 괴물인 '야차'를 이른다.  전형적인 불한당이지만 그래도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활동한다는 지강인의 양면성을 나타낸 별명이라고 할 수 있다.

 

로튼토마토에서의 평은 그래도 나쁘지 않다.  다만, 아직 평가자 수가 너무 적어서 사실 유의미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나 <아르고> 같이 쪼는 맛이 강렬한 첩보물을 원한다면 ★★.  이건 첩보부가 나올 뿐이지 첩보물이 아니라 액션물이다.  그런 쪼는 맛과 서스펜스를 기대한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런 맛을 단 5분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적당히 영화 내내 총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터지고 나쁜 일본인을 잡아 죽이는 영화를 원한다면 ★★★☆.  어쨌든 영화는 나름 끊임없는 액션을 보여주기는 한다.  그 액션이 <윈터솔저>나 <악녀>, 하다못해 <존윅>과 <노바디>에서 보여준 절로 감탄사를 내게 하는 신박한 액션은 아니라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