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넷플릭스에 <노바디>가 공개되었다. '아무도 아닌 사람', 일반적으로는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갑남을녀를 지칭할 때 쓰고는 하는 말이다.
한국 관객에게는 <베터 콜 사울>과 <브레이킹 배드>로 이름을 알린 밥 오덴커크 아저씨가 주연을 맡은 액션물로, 존윅의 각본가와 <하드코어 헨리>라는 국내 관객에게는 낯설지만 무려 1인칭 액션 영화를 시도했던 액션 전문 감독인 일리야 나이슐러가 만난 영화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삶과 일상을 보내며 그야말로 '노바디'로 살아가는 허치(밥 오덴커크 분)는, 어느 날 한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의 무기력한 모습을 버리고 과거 자신의 모습을 점차 되찾아가게 된다.
과거의 모습을 거부하고 있었던 그가 과연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가족의 품에 돌아갈 수 있을까?
영화 기본정보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
주연: 밥 오덴커크, 알렉세이 세레브랴코프, 코니 닐슨 등
개봉시기: 2021. 3월
상영시간: 92분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노바디 줄거리
영화는 온 몸에 피를 묻힌 채 어디선가 두드려 맞은 듯한 지친 얼굴의 남자가 취조실에 앉아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태연하게 담배를 피워 물고, 품 안의 고양이에게 참치 캔을 따주는 남자.
그의 맞은편에 앉은 형사들은 기가 막혀 하며 대체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다.
이야기는 며칠 전으로 돌아간다.
매일같이 재미없고 반복되는 보람 없는 일상을 이어가는 허치.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집에 도둑이 든다.
아들이 용감하게 강도 한 명을 덮치고, 허치도 골프채를 들어 나머지 한 패를 내려치려던 찰나 무언가를 포기한 것처럼 아들에게 강도를 놔 주라고 하고, 그들을 그렇게 놓쳐 보낸다.
경찰이 찾아와 한심하다는 듯 자기 가족이라면 자기는 맞서 싸웠을 것이라고 은근히 허치를 힐난한다. 허치는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대꾸하지 않는다.
다음 날, 장인의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처남 찰리가 찾아와 전날 그가 벌인 한심한 일을 들었다면서 총을 건네주고 앞으로는 자기 누나를 잘 지켜주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나 허치는 총을 잘 간직하는 대신 사무실의 냉동실에 처박아 둘 뿐이다.
그렇지만 허치 역시 분함을 잊지는 못했는지, 근무시간 내내 힐끗 본 강도의 손목에 그려져 있던 문신을 반복해서 그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강도 사건이 기분나빴지만 넘어가려고 했던 허치는, 애지중지하는 둘째 딸이 자신의 고양이 악세서리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듣는다.
아마도 도둑들이 닥치는 대로 물건을 집어가면서 휩쓸려 갔을 거라고 판단한 허치는, 분연히 일어나 도둑들의 집을 찾기 위해 똑같은 문신을 한 사람을 찾아 거리를 헤매면서 예상치 못한 거대한 사건에 점차 휘말리게 된다.
노바디 결말
허치는 온 동네의 문신 시술소를 다 찾아다닌 끝에 도둑이 하고 있던 문신과 정확히 일치하는 문신을 한 남자를 찾아낸다.
그렇게 동네를 헤집고 다니면서 일전 특수요원으로 일하던 시절의 피끓는 감정이 다시 한 번 조용히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는 허치.
그는 도둑들을 찾아내면 시원하게 흠씬 두드려 패거나 심지어 죽일 생각으로 그들의 집을 습격하지만, 그들은 그저 찢어지는 가난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갓난아기 딸린 아마추어들에 불과했다.
이미 폭력에의 욕구에 눈을 떴지만 차마 그들을 죽일 수 없어 그들의 집에서 힘없이 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허치에게 갑자기 시비를 거는 불량배 일당들이 나타난다. 허치는 경찰에 신고를 하는 대신 그들을 전부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놓고 버스에서 내린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중 한 명은 악랄한 러시아 마피아인 율리안의 동생이었고, 율리안은 허치를 찾아내 복수하려고 마음먹는다.
허치는 일단 아내와 아이들을 지하의 안전 벙커로 피신시킨 뒤, 급습해 온 율리안의 일당들을 거의 다 처치하지만, 전기충격기를 맞고 잠시 기절해 그들에게 납치당하고 만다.
그러나 납치당해 트렁크 안에 갇혀있던 와중에도 허치는 기지를 발휘해 탈출에 성공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 후 이제 율리안과의 결전을 준비한다.
한편, 요양원에 살고 있는 허치의 아버지에게도 괴한들이 급습해 오지만, 허치의 아버지 역시 과거 FBI 요원이었던 실력자였기에 그들을 손쉽게 제압해 버린다.
이제 예전 특수요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자금을 모아 장인의 회사 공장을 사들인 후, 그곳을 아지트삼아 율리안의 수하들과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는 허치.
그를 도발하기 위해 율리안이 운영하는 마피아 자금 창고를 전부 불태워 버린 허치는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은퇴하라고 율리안을 조롱하지만, 율리안은 제안을 (당연히?)받아들이지 않고 남은 부하들을 모아 허치를 추격한다.
결국 수많은 부비트랩으로 요새화된 공장에서 허치, 허치의 아버지 및 허치의 과거 특수요원 시절 동료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율리안 및 그 수하들과의 일대 결전이 벌어진다.
허치는 치열한 전투 끝에 목숨을 건 자폭 돌격으로 율리안까지 죽이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건물을 나서는 그에게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그 학살의 현장을 목격한 경찰들은 허치를 심문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과거 비밀 특수요원이었던 전적때문인지 허치는 결국 경찰로부터 풀려나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안전한 곳으로 이사한다.
그렇게 이사할 곳을 찾는 허치와 아내. 그런 허치에게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고, 아내와 허치는 천연덕스럽게 부동산 중개인에게 묻는다.
"이 집에 지하실이 있나요?"
<노바디> 평점
노바디는 역시 존윅의 각본가가 만든 각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윅과 많은 면을 공유하는 영화다.
1. 힘을 숨긴 특수요원
2.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하다가 가족에 대한 위협이 닥치자 과거의 힘을 되찾는 주인공
3. 택틱컬한 전투
4. 허치 외에도 '힘을 숨기고 숨어 사는' 특수요원들의 조직이 있다는, 비밀의 조직이 존재하는 세계관
원래 힘숨찐이 과거의 숨겨진 능력으로 절대악을 쳐부수는 영화는 쓸데없는 이상한 철학을 강요하거나 불필요하게 복잡한 플롯을 이어가거나 정작 중요한 액션이 허섭하지 않는 이상 나쁜 평을 받기 힘들다. 영화의 본질이 그냥 끊임없는 폭력과 액션을 보여주는 데 있는 이상 메시지가 진지하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평론가는 모든 영화를 예술영화로 만들려고 갑분싸를 만드는 찐따 소리를 면하기 어렵다.
노바디는 그런 면에서 매우 간단한 플롯으로 영화 초반을 제외한 거의 매 10분마다 치열한 전투를 보여준다. 존 어덴커크의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아크로바틱한 액션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존윅의 절도있는 그것과는 또 다른 거친 액션 스타일이 존윅과는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존윅이 <아저씨>와 닮았다면, 노바디는 <올드보이>의 액션과 닮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영화는 상업영화로서는 상당히 드물게도 로튼토마토에서 매우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관객과 평론가 평가를 합한 overall 수치로는 존윅 1편보다도 높은 점수이다(물론 평가자 수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영화에서 아직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떡밥(허치와 허치의 동료 외에 또다른 비밀 특수요원들의 커뮤니티가 있는 것인가? 새 삶을 살려는 허치에게 다시 다가오는 위협의 정체는 무엇인가?)도 있고, 영화 후반에서 대놓고 후속편을 예고하고 있기에 후속편도 기대되는 영화이다.
반면 왓챠피디아에서의 평점은 평타 수준이다.
<존윅>, <테이큰>을 재미있게 봤다면 ★★★★. 액션의 결은 조금 다르지만, 힘을 숨긴 찐따인 주인공이 점차 각성하면서 휘몰아치는 유혈 액션의 쾌감은 그 둘에 못지 않다. 주연인 존 오덴커크가 다른 두 배우들과 달리 평소에 액션을 그다지 하지 않던 배우여서 그 간극에서 오는 쾌감도 더 크다.
<노바디> 관련 TMI
1. 영화의 기초 구상은 밥 오덴커크가 실제로 겪은 실화에서 비롯되었다. 밥 오덴커크는 실제로 집에 침입해 온 괴한을 함정에 빠트려 자신의 집 지하실에 구금한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한 정부기관의 대응에 실망한 나머지 만약 그가 진짜 '악당'이었다면 어떻게 이 일을 처리했을까를 상상했다고 한다.
2. 밥 오덴커크는 대부분의 액션씬을 스스로 소화했고, 특히 그가 더블(=스턴트)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격투씬을 대부분 롱테이크로 처리했다.
3. 밥 오덴커크는 이렇게 실제로 액션씬을 수행하기 위해 촬영 전 2년에 걸쳐 트레이닝을 받았다.
4. 허치의 손목이 드러날 때 보이는 문신에는 스페이드 7과 다이아 2가 새겨져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 텍사스 홀뎀 포커 게임에서 최악의 패로 꼽힌다. 왜냐하면 두 카드는 스트레이트를 만들 수가 없고, 그림 패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이 두 카드를 손에 들고 시작한다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즉시 그 라운드에서는 폴드하는 게 좋다. 또한, 타롯 해석에서는 스페이드는 불운, 죽음, 폭력을 의미하고 다이아몬드는 돈을 의미한다. 즉, 이 문신은 폭력 그리고 돈과 연관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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