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다는 자신이 만든 웨스트뷰의 행복한 세상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자신의 망상으로부터 깨우려고 했던 것은 다름아닌 아가사 하크니스(=아그네스)였다.
아가사는 그녀의 강력한 힘의 근원을 알고 싶었지만, 스스로 만든 망상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짐짓 그녀의 비위를 맞추면서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리게끔' 비전에게 의혹의 씨앗을 심어온 것이다.
그리고 아가사가 유도한 과거로의 여정 끝에 다시 모든 것을 떠올린 완다. 아가사는 그런 그녀의 아이들을 인질 삼아 완다에게 그 힘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리고 헥스 밖의 S.W.O.R.D 는, 아마도 비전의 진짜 유해에서 만들어진 듯한 비전의 복제품을 만들어 내어 헥스로 들여보내려고 한다.
완다비전의 마지막회. 드라마는 어떻게 대미를 장식하게 될까?
완다비전 9화의 줄거리
완다와 아가사가 대립하고 있던 그 때, 모니카는 가짜 피에트로에게 사로잡혀 그의 집에 감금되어 있다. 가짜 피에트로는 아가사가 정신지배로 부리고 있는 하수인이었다.
스피드스터의 능력을 갖고 있는 피에트로를 제압하지 못해 탈출에 실패하던 모니카는, 가까스로 그를 무술로 제압한다. 그 과정에서 모니카는 그가 '랄프 보너'라는 전혀 다른 사람이며, 그도 역시 세뇌된 일반인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다.
한편, 완다를 죽이기 위해 날아들어온 복제 비전을 비전이 맡아 대립하는 사이, 아가사는 웨스트뷰의 주민들에게 가해지고 있던 정신지배를 풀어 완다를 혼란에 빠트린다.
다가오면서 자신들을 해방시켜 달라고, 아니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하는 주민들의 모습. 완다는 슬픔과 당황 속에 그렇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하고, 정신지배를 풀기 위해 헥스를 거두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헥스는 정신지배의 영역이기도 했지만 완다의 현실 구현의 영역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드라마를 통해 밝혀진 '헥스'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헥스 내의 살아있는 인간들을 완다가 원하는 모습대로 정신지배한다.
(2) 헥스 내의 '사물들'을 완다가 원하는 형태로 구현한다.
그런데 비전 그리고 완다의 아이들은, 실제로 살아있는 인간들이 아니다. 지난 8화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비전은 완다가 웨스트뷰에 처음 왔을 때 자신의 안에 있는 마인드스톤의 힘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사념체이며, 사념체인 비전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날 리가 없으니 완다의 아이들도 당연히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사념체에 불과했다.
사념체이고, 사물인 그들은 헥스의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결국 헥스가 거둬지고 시작하자 완다의 눈앞에서 비전과 아이들은 점차 조각나 분해되기 시작한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결국 헥스를 거두다 말고 눈물을 삼키며 다시 헥스를 전개하는 완다.
한편, 헥스가 잠시 열렸을 때의 균열을 이용해 헥스로 돌입한 소드의 요원들과 헤이워드. 헤이워드는 완다의 아이들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총알을 박으려고 한다.
그런 그를 발견한 모니카는 달려들어 아이들의 앞을 막아서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총알이 그녀의 몸을 마치 액체 속을 지나가는 것처럼 관통하다가, 땅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이제까지는 암시만 되었었지만, 모니카에게도 확실히 모종의 초능력이 생긴 것이다!
그 후 빌리와 토미는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해 요원들을 무장해제시키고, 도망가려던 헤이워드는 차에 올라탔다가 어느새 나타난 달시 박사가 몰고 온 서커스 버스에 받혀 꼼짝달싹 못하게 된다. 이렇게 메인 빌런 한 명은 아웃.
이 쪽에서는 비전 vs 복제 비전과 아가사 vs 완다의 싸움이 한창이다.
비전은 복제 비전과 싸우다가 복제 비전 역시 '프로그래밍된 인격'임을 알아채고, "나는 비전을 죽이기 위해 프로그래밍되었다"라고 말하는 복제 비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단순히 사념체로서 만들어진 자신과 비전의 유해로 만들어진 너 둘 중 누가 더 비전에 가깝겠는가?
복제 비전은 혼란에 빠지고, 비전은 그에게 비전으로서의 모든 기억을 전송해 준다. 복제 비전은 무언가 눈빛이 변하더니, 내가 바로 비전이라며 깨달은 듯 중얼거리며 더이상 비전과의 싸움을 포기한 채 날아가 버린다.
아가사가 완다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던 것은 그녀가 다른 사람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완다는 룬 문자를 이용해 그녀의 마법을 봉쇄하고, 아예 그녀의 능력처럼 그녀로부터 마력을 역흡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완다는 마침내 예언 속의 스칼렛 위치로 다시 태어나며, 아가사를 손쉽게 제압한 후 정신지배를 걸어 버린다. 이렇게 남은 빌런도 아웃.
이렇게 사태는 일단락되고, 완다와 비전은 아이들을 재운 후 서로의 마음을 재확인한다.
그리고 완다는 헥스를 해제한다.
이제는 다시 그녀밖에 남지 않았다.
완다는 웨스트뷰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잠시나마 행복한 추억이 있었던 곳을 돌아보고, 그렇게 9화가 마무리된다.
완다비전 9화 쿠키
9화에도 영상 끝에 2개의 쿠키가 있다.
하나는 모니카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멀리 떠난 완다에 관한 것이다.
다만, 둘 모두 사실 뭔가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 역시 후속편에 대한 떡밥 정도일 것 같은데, 아직 후속편의 내용들(더 마블스, 닥터 스트레인지2)이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이어질지는 귀추가 주목된다.
9화를 마치며
완다비전 드라마가 끝났다. 아마도 뒤의 이야기는 캡틴 스트레인지의 다음 편에서 이어지게 될 듯하다.
아래는 전체 드라마에 대한 몇 가지 (부정적인)감상.
의미 없는 시트콤 분량
완다비전에서 6화까지는 시트콤 분량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시트콤은 단순히 완다비전 메인스토리에 대한 떡밥을 제공하는 기능에 그칠 뿐, 시트콤으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과연 1950년대 스타일의 시트콤에 딱 그 연대 스타일의 유머를 보고 공감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완다비전 1화는 특히 195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시트콤 딕 반 다이크 쇼를 오마주한 것인데, 일단 미국 시청자가 아니면 전혀 알 수가 없는 레퍼런스인 데다가 솔직히 미국 시청자들도 이걸 실제로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완다비전의 시트콤 분량들은 기본적으로 시트콤의 탈을 쓰고 있지만 웃기지는 않다. 그저 '장치'로서만 시트콤 시퀀스를 활용할 생각이었다면 시트콤 분량이 이렇게 많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대강 설명되는 복선들과 캐릭터
완다비전은 사실상 최초로 MCU 영화들과의 스토리 연계성을 강조한 오리지널 드라마이다(그 이전에 존재했던 마블 드라마들 - 데어데빌,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에이전트 오브 실드 등은 세계관을 공유하기는 했지만 안 봐도 MCU의 이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라면 적당히 눙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설정들이지만, 9화라는 분량의 드라마였다면 좀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설명됐어야 할 복선들이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다. 대표적으로 가짜 피에트로의 설정인데, 가짜 피에트로 역으로 <엑스맨> 시리즈의 퀵실버 역의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재미있는 이스터에그지만 가짜 피에트로를 아가사가 정신지배한 것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그냥 일반인에 불과한 그가 스피드스터의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아무런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 <엑스맨>에 묘사된 바를 봐도 그렇고, 옆 동네 DC의 플래시를 봐도 그렇고 스피드스터의 능력은 잘 사용하면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궁극적인 능력 중의 하나이다. 그런 능력이 갑자기 일반인에게 생겼는데 이 점에 대해서 드라마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완다비전은 기본적으로 완다의 슬픔과 그녀의 심리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빌런들의 동기가 9화라는 분량에 비해서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특히, 아가사 캐릭터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문제는 '사실 아가사가 딱히 뭘 잘못했냐?' 라는 점에 있다. 아가사가 스칼렛 위치의 힘을 손에 얻으려고 완다를 괴롭힌 건 맞지만, 사실 애초에 완다 스스로도 인정했듯 웨스트뷰 최악의 빌런은 완다이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정신지배하고, 그들을 풀어줄 듯하다가 자신의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자 다시 헥스를 재기동하는 등 완다는 도저히 히어로로서는 보일 수 없는 행보를 9화 내내 보여준다. 그에 반해 아가사는 누군가를 직접 위험에 처하게 한 적도 없고, 그저 순수하게 힘에 대한 탐구심을 보여줬을 뿐이며, 딱히 그 힘을 통해 무언가 어마어마하게 사악한 일을 벌이겠다는 의도도 암시한 적이 없다. 그래서 마지막에 아가사의 최후는 통쾌하다기보다는 그냥 힘이 더 센 완다가 패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으로까지 보인다.
'디즈니플러스 독점'이라는 점
사실 이건 드라마 외적인 문제이고, <로키>나 <팔콘과 윈터솔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문제이기는 하다.
일전에도 잠깐 언급했는데, 이 드라마가 앞으로의 MCU를 이해하기 위해 사실상 반드시 봐야 하는 드라마라는 점은 물론 디즈니플러스 구독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겠지만 솔직히 사람들을 상당히 아니꼽게 한다. 나는 MCU에는 관심이 있지만 디즈니플러스가 제공하는 나머지 콘텐츠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 싶은 시청자도 울며 겨자먹기로 이 드라마는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같이 디즈니플러스 앱 자체의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평가가 빗발치고 있고, 이 어이없는 완성도에 디즈니플러스가 개선의 약속을 하거나 사과를 한 적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MCU를 인질로 삼아 디즈니플러스라는 결함품을 팔아먹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총평
물론, 앞서 말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완다비전은 흥미로운 드라마이긴 하다. 시트콤과 드라마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시도도 참신하고, 이제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완다라를 캐릭터를 완성하는 서사도 훌륭했다. 물론 앞서 말한 아가사 캐릭터의 문제와 결합하여 완다라는 캐릭터가 사실상 반성 없는 제멋대로인 히어로가 되어 버렸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앞으로도 MCU를 보게 될 MCU의 팬에 대한 추천 지수는 ★★★★. MCU 페이즈4를 이끌어갈 배역 중 하나가 된 완다가 엔드게임 이후 어떤 일을 겪었는지, 갑자기 왜 스칼렛 위치가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면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을 수는 없다.
미국 시트콤의 팬에 대한 추천 지수는 ★★★. 195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전설적인 시트콤들에 대한 오마주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일반 시청자에 대한 추천 지수는 ★★. MCU의 팬도 아니고, 딱히 시트콤의 열성적인 팬도 아니라면 이 드라마를 반드시 챙겨봐야 할 이유는 딱히 없다. 이미 다른 OTT에도 이 정도 되는 SF물 또는 시트콤은 널리고 널렸고, 심지어 시즌도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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