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박싱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던 <봉제인형 우화>의 플레이 후기다.
국내에는 서먼게임즈가 최근 와디즈 펀딩을 통해 한국어 번역본을 발매했지만, 아직 정식 출시는 하지 않았기에 플레이하려면 영어판을 사야 한다(...) 다만, 서먼게임즈는 보통 한국어판을 펀딩으로 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중에도 한국어판을 파는 경향이 있어서 아마 1-2년 안에는 정식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보드게임 기본정보
플레이 인원: 2인 ~ 4인
장르: 협력/롤플레잉/스토리텔링
난이도: 중
플레이 타임: 자유(단, 엔딩까지 한 번에 보겠다면 최소 5-6시간 예상)
봉제인형 우화 플레이 장르
8-90년대생이라면 어렸을 때 소위 '게임북'이라는 책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다가 특정한 분기가 나타나면 그 분기를 독자가 선택해 해당 페이지로 이동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형태의 책을 게임북이라고 한다. 기초적인 게임북은 위 그림과 같이 단지 행동만을 선택해 페이지를 넘기면 되지만, 좀 더 진화한 형의 게임북들은 각 페이지에서 일정한 미션을 수행하는 형태(주사위를 굴려 판정을 한다든지)로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봉제인형 우화>는 일종의 복잡화된 게임북이라고 보면 된다. 이 게임에서는 단지 줄줄 읽으면서 분기만 선택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각 분기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특정한 미션에 성공해야 한다. 떠나는 기차를 잡고 싶다면 기차가 떠나기 전 기차에 올라타든지, 기차가 떠났다면 다른 대안을 빨리 찾아 다음 장소로 향하든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봉제인형 우화의 모든 페이지는 고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매번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매번 전투 상황, 운(주로 주사위 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아이템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게임은 소위 TRPG라고 하는 롤플레잉 게임의 방식과도 맞닿아 있으며, TRPG 게임의 플레이어들은 모두 자신의 캐릭터 능력치를 따로 설정하고 레벨업하는 형태로 성장도 할 수 있음에 반해 봉제인형 우화의 캐릭터들(봉제인형들)은 따로 능력치라는 게 없고 각자의 특수 능력 정도만 갖고 있을 뿐이어서 이런 종류의 게임을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들도 조금만 지나면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즉, 플레이어 입장에서 챙길 게 많아질수록 이런 종류의 RPG게임의 난이도는 올라가는데, 봉제인형 우화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매 턴 주사위 뽑기 - 솜뭉치 보충 - 위협 주사위 놓기 - 이동 - 보관 - 전투 - 주사위 버리기 정도의 액션만 수행하면 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아컴 호러, 글룸헤이븐 등 유사 게임과의 차이
인물들을 선택하고, 같이 협력해서 적과 싸워나간다는 점에서는 <아컴 호러> 같은 게임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아컴 호러의 경우 스토리라는 게 따로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분기가 있지도 않다.
봉제인형 우화와 가장 유사한 시중 게임은 <글룸헤이븐> 같은 시리즈일 것이다.
실제로 글룸헤이븐은 봉제인형 우화와 같이 시나리오북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각 시나리오별로 일정한 전투와 선택을 거쳐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물론 글룸헤이븐의 캐릭터 시트와 전투 구조가 훨씬 복잡하며, 분량 자체는 봉제인형 우화가 더 길지만 그래서 플레이타임도 별 차이가 없다.
봉제인형 우화 플레이 방법
1. 먼저 각 플레이어가 사용할 게임 캐릭터를 선택한다. 처음에는 크앙이와 꿀꿀이는 사용할 수 없다(나중에 스토리 진행에 따라 추가되는 동료들이기 때문). 탱킹에 특화된 뭉실이,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촐랑이, 서포트에 특화된 똑똑이 그리고 일반적인 능력치를 가진 곰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2. 주사위와 물품 카드, 잠 카드, 미로아 카드 등을 세팅한다.
3. 이야기책을 중간에 두고, '책 지킴이'가 될 참가자를 선택한다. 해당 참가자는 해당 스테이지의 게임 마스터라고 할 수 있으며, 판정에 의문이 생길 경우 판정을 하는 역할을 한다.
참가자별 행동 순서
게임에서 각 참가자들은 자신의 턴에 다음과 같은 순서로 게임을 진행한다.
1. 주사위 뽑기
2. 솜뭉치 보충
3. 위협 주사위 놓기
4. 행동 수행
- 이동
- 보관
- 격려
- 기술 테스트
- 단체 임무
- 공격
- 탐색
5. 주사위 버리기
6. 탐색
이렇게 보면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저 행동들을 매 턴마다 매번 모두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사실 할래야 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아래와 같이 지침 카드를 보며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예제
플레이어 나잘해와 김못해가 각각 촐랑이와 똑똑이를 선택해 게임을 시작한다. 일단 이번 스테이지에서는 나잘해가 책 지킴이를 맡기로 한다.
나잘해는 자신의 턴을 시작한다.
1. 주사위 뽑기
주사위 주머니에서 매 턴 5개의 주사위를 뽑는다.
나잘해는 위와 같이 5개의 주사위를 뽑았다. 각각의 용도는 위 지침 카드에서도 나오듯, 노란색 - 탐색, 검은색 - 위협 확인, 하얀색 - 솜뭉치 보충용, 초록색 - 원거리 공격용, 보라색(핑크색) - 다른 주사위 대체용이다.
먼저 하얀색 주사위가 있으므로 2. 솜뭉치 보충 페이즈를 진행한다. 만일 뽑은 주사위 중 하얀색 주사위가 없으면 이 페이즈는 건너뛰게 된다.
2. 솜뭉치 보충
하얀색 주사위를 굴려서 그 눈의 숫자가 자신의 현재 솜뭉치(=체력) 숫자보다 크거나 같다면, 솜뭉치를 1개 보충한다. 이 페이즈가 중요한 이유는, 물론 평소에 체력을 보충할 때도 중요하지만 체력이 다해 쓰러졌을 때 유일하게 진행할 수 있는 페이즈이기 때문이다.
만일 자신의 캐릭터(봉제인형)의 체력이 다 닳으면 '쓰러짐' 상태가 되고, 자신의 턴에 이 솜뭉치 보충 페이즈만 진행할 수 있다. 쓰러진 봉제인형은 솜뭉치 보충 페이즈에서 솜뭉치를 얻거나(사실 쓰러진 봉제인형의 현재 솜뭉치 갯수=0이므로, 흰색 주사위를 뽑기만 하면 즉시 일어날 수 있다), 동료의 '격려'로 솜뭉치를 받지 않는 이상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
현재 나잘해가 조종하는 촐랑이의 솜뭉치 갯수는 5인데, 주사위 눈이 4가 나왔다. 이 경우엔 솜뭉치를 얻지 못하고 다음 페이즈인 위협 놓기로 진행한다.
3. 위협 놓기
뽑은 주사위 중 모든 검은색 주사위를 위와 같이 보조판 위에 올려둔다. 여기서의 검은색 주사위는 결국, 우리의 봉제인형들을 둘러싸고 있는 치명적인 위협의 수준을 나타낸다. 그 위협의 수준이 올라가면 결국 일정한 부정적인 이벤트가 발생한다.
즉, 만일 놓여있는 위협 주사위의 갯수가 현재 플레이 중인 봉제인형 갯수와 같거나 커지는 경우 일정한 이벤트(주로 적들이 나타나거나, 불리한 이벤트가 발생)가 발생한다.
이 예제에서는 이미 기존에 한 개의 검은 색 주사위가 있었고, 이번에 나잘해가 검은색 주사위를 1개 더 추가함으로써 검은 색 주사위 수=플레이어 수가 되었다.
4. 행동 수행하기
(1) 이동
플레이어는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주사위를 굴려 이동할 수 있다. 이동에 사용될 주사위는 어떤 색이든 상관 없지만, 한 번 쓴 주사위는 이 턴에서는 다시 쓸 수 없으니 만약 다른 행동에 사용할 주사위가 있다면 이동시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나잘해는 노란색 주사위만을 이용해 이동하기로 한다. 주사위 눈이 6이 나왔다. 즉, 6칸 이내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고, 여기서 1칸에는 십자형의 인접한 칸 외에도 대각선까지 포함한다.
나잘해의 촐랑이는 3칸만 움직여서 용감하게 적에게 다가가 보기로 한다.
(2) 보관
이 페이즈에서는 현재 당장은 필요가 없지만 나중에 사용할 것 같은 주사위를 '보관'할 수 있다. 이렇게 보관한 주사위는 나중에 자신의 차례에서 언제든 사용 가능하다.
이렇게 보관을 할 때는 자신의 캐릭터 시트 왼쪽 하단의 주사위 모양 판 위에 보관할 주사위를 올려둔다. 특별한 아이템 등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보관은 1개만 할 수 있다.
나잘해는 보라색 주사위 하나를 나중을 위해 보관해 두기로 한다.
(3) 격려
이 페이즈에서는 (i) 자신의 주사위를 대신 동료에게 줘서 보관하게 하거나, (ii) 자신의 주사위 1개를 버리고 자신의 솜뭉치 1개를 동료에게 전해줄 수 있다.
현재 나잘해는 딱히 동료를 지원해 줄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에 이 페이즈는 그대로 스킵하기로 한다.
(4) 기술 테스트
가끔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기술 테스트'라는 것을 요구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난이도 4의 노란색/인식 기술 테스트를 수행합니다' 라는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만일 해당하는 주사위가 있고 해당 주사위를 굴려 4 이상이 나오면 해당 기술 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 보통 통과하면 긍정적 효과가, 실패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 만일 기술 테스트에서 요구하는 색의 주사위가 없다면 기술 테스트는 자동으로 실패한다.
현재 나잘해에게는 기술 테스트를 할 이벤트가 없으므로 이 페이즈도 스킵한다.
(5) 단체 임무
이 역시 일정한 이벤트에서 '단체 임무'를 요구할 때만 수행한다. 기술 테스트와 비슷한데, 예를 들어 '난이도 13의 빨간색/힘 단체 임무를 수행합니다'라는 미션이 나온 경우 본인 뿐만 아니라 모든 동료들이 단체 임무 수행 페이즈에서 단체 임무에 기여할 수 있다. 즉, 모든 동료들이 힘을 모아 빨간색 주사위의 합계를 13 이상 모으면 해당 단체 임무를 성공하게 된다.
단체 임무는 모두가 성공할 때까지 계속되므로 실패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잘해는 단체 임무 이벤트도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이 페이즈를 스킵하기로 한다.
(6) 공격
촐랑이는 근처에 있는 스멀이(부하)를 공격하기로 한다.
나잘해의 촐랑이에게는 원거리 무기인 '연필'이 있기 때문에, 3 이내의 사정거리 내의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만일 상대방의 방어치보다 숫자가 높거나 같으면 성공이고, 스멀이(부하)의 방어치는 5이다.
나잘해가 원거리용 주사위인 초록색 주사위를 던지고, 주사위 눈이 5가 나왔다. 공격은 성공해서 스멀이(부하)는 그대로 소멸한다.
이렇게 적이 제거될 경우 보상으로 단추 1개(게임 내 화폐와 같은 역할) 및 해당 스테이지에서 특별히 부여하는 보상(존재시)을 받을 수 있다.
(7) 탐색
보통 스테이지의 우측 상단에는 '탐색' 아이콘이 있고(돋보기 모양), 노란색 주사위를 굴려 해당 탐색값보다 크거나 같은 숫자가 나오면 탐색에 성공한다. 이렇게 탐색에 성공하면 유용한 아이템 등을 주을 수 있다.
나잘해는 현재 갖고 있는 노란색 주사위가 없으므로 이 페이즈를 스킵하기로 한다.
5. 주사위 버리기
남은 주사위들을 전부 버리고, 주사위 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6. 위협 확인
위협 주사위의 갯수가 몇 개인지 확인한다. 만일 위협 주사위 갯수가 활동 중인 악당의 수보다 많거나 같다면 악당이 차례를 진행한다.
활동 중인 악당이 없지만 위협 주사위 갯수가 게임에 참가하는 봉제인형 갯수보다 많거나 같다면, 해당 스테이지에서 지시하는 대로 이벤트를 발동시킨다.
악당은 다음과 같은 원칙대로 이동 및 행동한다.
1. 위협 주사위 굴리기: 이 주사위 눈에 따라 악당 카드에 씌여진 대로 악당의 행동을 결정한다.
2. 이동: 악당의 이동력에 따라 이동하며, 아래 원칙에 따라 자동으로 이동한다.
- 악당이 봉제인형에 근접해 있다면 움직이지 않는다.
- 악당이 봉제인형에 근접해 있지 않다면 가장 가까운 봉제인형에 인접할 때까지 이동한다.
3. 공격: 악당의 사거리 내에 봉제인형이 있을 때만 공격하고, 사정거리 내에 여러 봉제인형이 있으면 가장 가까운 봉제인형을 공격한다.
예제에서 홀로 남은 스멀이(간부)가 이동을 개시한다. 스멀이(간부)는 위 원칙대로 가장 가까운 봉제인형인 촐랑이에게 접근해 그를 공격한다.
스멀이(간부)의 공격력은 4이고, 촐랑이가 이 공격을 피하지 못한다면 4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이 때! 촐랑이는 아까 보관 페이즈에서 보관했던 주사위를 방어용으로 굴릴수 있다. 이 방어용 주사위를 굴려 나온 값과 공격력의 차이만큼 촐랑이가 피해를 입는다.
나잘해가 주사위를 굴리고, 주사위 눈은 3이 나온다. 이 경우 4의 공격력에 맞서 3밖에 방어하지 못했기 때문에 촐랑이는 1의 피해를 입는다. 촐랑이의 캐릭터 시트에서 체력을 표시하는 솜뭉치 1개를 제거한다.
각 악당들이 모두 활동한 다음에는 위협 주사위를 전부 제거해 0 상태로 만든다. 그 후 다음 플레이어(여기서는 김못해)가 차례를 진행한다. 이렇게 1명의 플레이어의 턴이 끝난다.
이렇게 설명하면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보드게임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조작이 쉽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술 테스트와 단체 임무 등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으면 한 플레이어가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조작은 주사위 뽑기와 이동 공격 정도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실제 플레이시 헷갈리는 구간을 좀더 중점적으로 다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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