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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영화 <듄> 원작, 줄거리, 결말, 후기 - 운명이라는 모래폭풍에 올라타라

by Doolim 2022. 10. 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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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이 재개봉했다. 사실 작년 국내 최초 개봉 당시(포스터를 보면 알겠지만 작년에도 이맘때 개봉했다) 며칠 개봉하지도 않고 내려버려서 다소 불만이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에 재개봉해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하게 됐다.  

 

영화 <듄>은 아래와 같이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아라키스라는 모래로 뒤덮힌 사막행성을 배경으로 아트레이디스 가문과 하코넨 가문, 제국의 황제 그리고 행성 원주민인 프레멘의 대립과 음모 그리고 로맨스를 그린 대하 서사 SF이다.

 

<듄>이 몇부작으로 기획되었는지 살펴보자면, 이번에 개봉한 것은 파트 1로서, 감독은 3부작 정도를 예정하고 있으나 1부의 흥행이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나 뭔가 애매한 수준인 데다가 감독 드니 빌뇌브 본인도 대단히 흥행 감독은 아니어서 과연 3부작까지 제작이 가능할지는 다소 의문.

 

영화 듄 원작소설, 원작 게임

영화 <듄>의 원작은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으로, SF소설계의 노벨문학상이라 할 수 있는 네뷸러 문학상 최초 수상작(1965년)이며, 국내에는 2001년 번역본이 최초로 소개되었다. 

또한, 알만한 게이머들은 알겠지만 현재의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리얼타임시뮬레이션(RTS) 장르를 가장 먼저 개척한 것으로 알려진 게임 <듄2> 역시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제작사는 웨스트우드스튜디오로, 한때 워크래프트 및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와 함께 RTS 게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C&C 시리즈를 제작한 바로 그 제작사. 

 

게임 클립을 살펴 보면 알겠지만, 유닛을 클릭해 우클릭으로 이동하고 공격하는 등 RTS 장르의 기본적인 문법이 이미 이 듄2에서 모두 정립되어 있다.

 

영화 듄 줄거리

은하 제국의 주요 가문 중 하나인 아트레이디스 가문의 후계자 폴 아트레이디스(티모시 샬라메 분)는 매일 밤 사막에서 어떤 소녀를 만나는 꿈을 꾼다.  

한편, 그의 어머니이자 아트레이디스 가문의 가주, 레토 아트레이디스 공작의 첩인 제시카(레베카 퍼거슨 분)는 베네 게세리트라는 비밀교단에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제시카는 폴에게 베네 게세리트 교단의 기술인 목소리(Voice, 목소리로 인간을 조종하는 기술)을 끊임없이 폴에게 가르치고 훈련시킨다.  이는 그녀가 폴이 바로 베네 게세리트 교단에서 말하는 '퀴사츠 해더락(과거와 미래를 보는 선지자)'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황제는 기존에 하코넨 가문이 관리하던 아라키스 행성을 아트레이디스 가문에게 넘기기로 한다. 

이에 가문의 가신인 거니 할렉(조시 브롤린 분)이나 레토는, 이러한 결정이 결코 아트레이디스 가문에 이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황제가 지나치게 강대한 아트레이디스 가문을 견제하기 위해 하코넨과 아트레이디스를 이간질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겠냐고 우려하면서도 황제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아라키스로의 출장을 준비한다.

 

 

 

영화 <듄>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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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키스에 먼저 도착한 폴의 검술 스승이자 선발대장인 던컨(제이슨 모모아 분)은 현지 부족인 프레멘과 우호를 쌓고, 행성의 자원인 스파이스 채굴 시설 등을 인수받는 준비에 착수한다.  

그리고 뒤이어 도착한 레토와 폴, 제시카 등은 현지의 시설이 지나치게 노후화되어 있고 하코넨이 철수하면서 일부러 사보타주하고 간 것 같다며 황제의 감독관에게 이의를 제기하지만, 감독관은 그저 모른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하코넨과 황제의 근위병(사다우카)가 아라키스의 아트레이디스 가문 시설을 급습한다.  기습에 당한 아트레이디스 가문의 사병들은 모두 전멸하고, 폴과 제시카만이 간신히 황제의 감독관과 주치의 유에 박사(장첸 분)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한다. 

레토 공작은 급습 과정에서 사로잡혀 하코넨 남작 앞으로 끌려가지만, 독가스가 든 장치를 깨물어 하코넨의 고위 가신들을 여럿 살해하고 하코넨 남작에게도 치명상을 입히는데 성공하고 자신도 사망한다. 

폴과 제시카는 사막의 사막벌레 출몰지역을 가로지르며 하코넨과 사다우카의 추격을 뿌리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을 도와줬던 감독관과 충직한 던컨을 잃는다.  

그리고 그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정의 끝에 그들은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멘을 만나게 되는데, 프레멘 족장은 일전 던컨이 폴에게도 소개시켜준 바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 프레멘의 가운데서, 폴은 마침내 꿈 속에서 만났던 한 소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폴은 족장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 분)가 내린 시련을 통과하고, 그들의 일원이 되어 하코넨을 찌르기 위한 예리한 단검을 이 끝없는 사막 속에서 준비하기 시작한다.

영화 <듄>에는 쿠키가 없다.  긴 영화를 보셨으니 쿠키를 기다리지 말고 마지막 장면 후 이제는 자리를 떠나셔도 된다.

 

 

듄 후기, 평가

 

영화 듄은 무려 155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한다.  따라서 만일 취향이 맞지 않는 관객이라면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 취향이 맞는 관객이라면 스토리가 중간에 사실상 끊기기 때문에 약간 아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 듄은 드니 빌뇌브 감독의 다른 작품처럼, 그리고 영화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사막 언덕(dune)처럼 장엄하고 고요하다.  

영화는 주인공 폴의 여정을 끝없이 교차하는 물과 모래의 심상을 통해 따라간다. 

최초에 아라키스에 도착했을 때, 폴이 탄 우주선은 물에서부터 떠오르고, 폴은 물가에 고여 있는 물을 손으로 떠 본다.  반면, 후반부 폴과 제시카는 비행체를 타고 가다가 모래 언덕을 향해 추락하고, 모래사막에 발을 딛고 선 폴은 물 대신 손으로 모래를 퍼올린다.

물은 가변적이고, 역동적이지만 동시에 세상 만물에 생장이 있게 하는 생명력의 힘이다.  반면 모래는 진중하지만 그 자체에서는 아무런 생명을 틔워낼 수 없는 불모성의 상징이다.  폴은 생명의 원천인 물로부터 '상승'함으로써 시작해, 죽음의 상징인 모래언덕으로 '하강'한다.  결국 2시간 30분의 영화는, 태어나면서 필연적으로 죽음을 향해 가까워가는 인간의 여정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삶의 여정 속에서 폴, 우리 인간은 숱하게 운명과 부딪힌다.  그런 그에게 있어 운명을 상징하는 것은 어머니 제시카의 존재이다.  제시카는 폴을 운명의 예언자로 만들기 위해 그를 계획적으로 '만들어낸다'.  그녀가 옆에 있는 한, 폴은 운명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그녀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폴은 의식적으로 그녀와 거리를 둔다.  처음 그와 제시카가 식사를 할 때, 폴과 그녀의 자리는 떨어져 있고, 생명의 원천 그 자체인 물을 각자 따로 마시고 공유하지 않는다.  이 장면은 폴은 제시카와 생명을 공유할 생각이 없다는 것, 즉 운명을 호락호락하게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운명은 단순히 거스르는 방식으로만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운명을 수긍하고 그 부름에 응하는 형태로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말해 준다.  이는 초반에 레토가 폴에게 한, '영웅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명에 응하는 것 뿐이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폴은 그에게 있어 운명의 대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제시카와 함께 마치 어머니의 자궁을 상징하는 듯한 좁은 텐트 속에서 하루를 보낸 뒤, 그들 자신의 땀과 눈물로 이뤄진 '물'을 함께 나눠 마신다.  그렇게 텐트에서 벗어나오면서 폴은 운명을 배척하고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순응함으로써 운명을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물과 모래로 이뤄진 여정 속에서 폴을 따라가지만, 결코 폴에 동화되지 않고 관찰자적인 시점을 유지한다.  블레이드러너 2049에서도 봤듯 드니 빌뇌브의 렌즈는 주인공을 따라만 갈뿐 결코 그의 감정에 동조되지 않는다.  모래처럼 성말라져가는 고독한 주인공 폴의 여정을 담기에는 스피디하고 가벼운 리듬보다는 묵직한 롱테이크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다만 바로 그런 객관성 때문에 폴의 감정이 폭발하는 씬은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지고, 어디까지나 화면 저 너머의 인물처럼 느껴지던 폴의 감정이 갑자기 격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관객으로서는 위화감을 느낄 때도 있다.

 

영화는 조용하지만 그렇다고 수동적이지는 않다.  주인공 폴에게 끊임없이 시련이 닥쳐오기 때문이다.  주인공 폴은 알 수 없는 비밀교단의 교주의 손에, 암살자의 암살기계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비행체에, 적의 추격에, 샌드웜(모래 벌레)의 습격에, 배타적인 원주민의 결투 신청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그렇게 폴은 모자랄 것 없이 풍족한 물의 세계에서 모래의 세계로 점차 잦아들게 된다.  

 

영화 <듄>은 그러나 완결적이지 않다.  애초부터 여러 부작으로 나뉘어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폴이 비로소 실제 자신의 운명을 대면할 결심을 하는 시점에 바로 멈춰버린다.  제작 과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한데, 그 와중에 영화가 풀어내야 할 설정이 또 너무 많았기 때문에 초반 30분 동안 관객은 잘 와닿지도 않는 수십 가지 고유명사(가문의 이름들과 인물들의 이름 외에도, 비밀 교단, 비밀 교단의 예언자의 이름, 아라키스, 모래벌레, 원주민, 원주민이 모래벌레를 부르는 이름 등)와 알 수 없는 설정놀음에 굉장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듄> 파트 원이 유독 완결성이 떨어져 보인다면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을 설정 소개에 한껏 할애해 놓고는 영화 마지막은 겨우 영웅의 여정이 시작되는 상황에 불과하니 설정 설명하다가 진도를 못 뺐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1편에서 여러 가지 설정들을 구두로 설명하기보다는 샤이어의 풍경에 맞춰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자연스럽게 풀어나가거나, 적당한 설정들은 그냥 눙치고 지나가는 식으로 처리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약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설정 소개 분량이다.

 

영화 듄에 대한 내 평가는 ★★★. 명실공히 이런 조용한 박자의 영화를 다루는 데 도가 튼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수작이지만, 2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을 가지고도 설정을 구겨넣듯이 소개할 수밖에 없었는지(심지어 그렇게 구겨 넣었는데도 아무 사전 배경 지식 없이 보면 이게 뭐지 싶은 설정들이 너무 많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물론 원작 <듄>의 설정이 워낙 방대하고 치밀했던 까닭도 있겠지만, 원작의 설정이 영화에 옮기기는 너무 방대하다고 판단됐다면 그 부분을 적당히 편집하고 추출해 내는 것도 감독의 역량이므로 이는 변명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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