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시작된 대학로 뮤지컬 <차미>의 티켓을 우연한 기회에 싸게 구하게 되어 얼마 전 관람하고 왔다. 해외 라이선스 대작 뮤지컬이나 국내 대형 뮤지컬이 아닌 대학로 창작 뮤지컬을 관람하는 건 예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본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이고, 대학로를 찾는 것도 오랜만이어서 들뜬 기분으로 다녀왔다.
지난 일요일(2022. 5. 22) 저녁 회차였고, 캐스팅은 홍나현/홍서영/황순종/진태화 배우님이었다.
공연은 대학로 중간에 자리잡은 '플러스씨어터'에서 진행 중이다.
이 입구 이후로는 공연장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서 커튼콜은 물론 빈 무대도 촬영이 어려웠다.
뮤지컬 <차미>는 매사 자신감도 없고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주인공 차미호가 SNS에 자신이 원하는 아름답고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차미'라는 인격을 만들게 되는데, 그 차미라는 인격이 현실세계로 나타나 차미호가 원하던 연애와 취직을 대신 성취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렇게 차미가 차미호의 바람들을 대리만족시켜주게 되자 차미는 처음엔 그런 삶에 만족하다가도, 점차 차미에게 밀려 자신의 삶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차미호가 옛날부터 짝사랑하던 오진혁과 차미는 연애까지 성공하게 되지만, 이내 차미와 차미호의 관계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오진혁이 알려주게 되면서 차미와 차미호는 새로운 갈등에 휘말리게 된다.
대학로 창작뮤지컬 <차미>는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주인공 차미호가 점차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드라마이면서, 차미호가 원래 친구로만 보고 있었던 김고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되는 로맨스 드라마이기도 하다.
창작뮤지컬이어서 그런지 많은 곡들이 리프레이징되는데, 특히 주제곡들은 전체 공연에 걸쳐서 약 3-4번 정도 반복적으로 리프레이징된다. 하지만 리프레이징될 때마다 상황에 맞춰 편곡되고 개사되서 노래가 계속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우리나라 뮤지컬답게 음원이 아무데도 풀려있지 않다는 점이다...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유난히 국내 뮤지컬은 음원을 이악물고 안 푸는 경향이 있다. 듣고 싶으면 와서 들어라라는 건 알겠는데, 그럼 공연을 안 할때 듣고싶으면 어쩌란 말인가? 그리고 좋은 넘버를 먼저 음원사이트에서 듣고 뮤지컬에 흥미가 생기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쪼록 국내 뮤지컬계에서는 이런 희한한 관행이 하루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예전같으면 공연 끝나고 굿즈로 CD라도 사가겠지만 요즘 나오는 컴퓨터엔 CD 드라이브도 없는데 CD를 사는 것도 애매하고..
<차미>는 기본적으로 여성 관객들이 좋아하는 분야의 뮤지컬이고 실제 판매도 주로 여성관객들에게 이뤄지는 걸로 알고는 있는데,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가볍고 코믹해서 남성 관객에게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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