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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Shows

디즈니플러스 변호사 쉬헐크 9화(마지막회) 줄거리, 후기 및 리뷰

by Doolim 2022. 10. 1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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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카카오와 티스토리 오류 때문에 제대로 포스팅을 못 했고, 사실 지금도 티스토리가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쉬헐크 마지막화의 리뷰는 써줘야 될 것 같아서 올린다.  

 

쉬헐크도 그렇고 티스토리도 그렇고 이제까지 봐오고 해온 게 참 무의미해지는 것 같게 만드는 1주였다...

 

 

변호사 쉬헐크 9화 줄거리

주의: 쉬헐크 9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기는 한데 어차피 당신은 이 에피소드를 직접 보지 않는 것이 나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쉬헐크 9화는 옛날 TV 영화에서 사용하던 이질적인 4:3 비율의 지난 이야기 소개 장면으로 시작된다.

지난 이야기를 요약하는 내용의 악몽을 꾸고 일어난 제니퍼.  제니퍼는 시상식장에서의 난동으로 인해 일전 어보미네이션을 수감했던 것과 같은 독방에 갇혀있다.

그녀는 보석으로 가석방을 받고 풀려나지만, 그녀가 머물고 있는 부모님의 집에까지 시위자, 지지자며 기자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우는 상황.

이에 지친 그녀는 헐크와 어보미네이션에게 각각 연락하지만 둘 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에밀이 일전 쉬고 싶을 땐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으니 아무 때나 가도 되겠다 싶어 무작정 에밀의 거처로 출발한다.

한편, 니키와 퍼그는 이대로 제니퍼에게 오명을 씌울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인텔리젠시아의 미팅이 열리는 본거지로 잠입한다.

그 곳에서 퍼그가 만난 것은 다름 아닌 헐크 팬보이인 찐따 '토드'였다.  그가 인텔리젠시아의 두목이었던 것이다.

그들과 한 패인 척하면서 어울리던 퍼그는 또한번 놀라운 광경을 목도하게 되는데, 다름아닌 에밀이 어보미네이션 형태로 '강연 연사'로 모임에 참석한 것이다.  

한편 에밀의 집에 가서 그를 찾던 제니퍼 역시 우연히 이 연회장으로 와서 어보미네이션을 만나고, 약속을 어기고 변신을 한 그를 비난한다. 

인텔리젠시아의 수장인 토드는 조시를 통해 몰래 수집한 쉬헐크의 혈청을 맞고 자신 역시 헐크가 되고, 갑자기 티타니아도 벽을 뚫고 연회장에 난입한다.  잠시 후, 우주에서 다른 임무 중 돌아온 헐크까지 가세하면서 연회장은 엉망이 된다.

이에 이 아수라장을 수습하기 위해 쉬헐크는 <쉬헐크>의 세계에서 나가 마블 스튜디오로 향한다(..?)

그 곳에서 그녀는 마블의 작가진과, 시나리오 제작 AI인 'KEVIN'을 만난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모두가 다 모여서 아수라장이 되는 피날레는 식상하다고 불평하고, KEVIN은 순순히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결말을 수정한다.

아수라장 결말은 삭제되고, 어영부영 토드와 에밀은 잡혀가고 쉬헐크와 데어데블은 재회한다.

 

 

 

변호사 쉬헐크 후기, 평가

 

 

나는 지금까지 마블의 MCU에서 가장 못 만든 작품은 미즈 마블이라고 생각해 왔고, 영화 중에서는 더럽게 재미 없는 토르1이나 이터널즈를 최악의 작품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변호사 쉬헐크를 보고 난 후 나는 겸허히 나의 평가를 전면 재수정하기로 했다. 변호사 쉬헐크는 MCU 최악의 쓰레기임은 물론, 사실 MCU를 벗어나 드라마 업계 전체를 평가 대상으로 하더라도 명실공히 역사상 최악의 드라마 TOP 10에 꼽힐 수 있을 저열하고 역겨운 드라마다.  

 

놀라운 것은 이 드라마가 시즌 피날레인 9화 이전 8화까지만 해도 사실 이 정도 평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즉, 이 드라마를 이 정도의 폐기물로 만든 것은 오로지 9화라는 1개 에피소드다.  어떻게 보면 정말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작가진이 호시이 마모루의 '호에로펜'을 너무 열심히 본 게 아닌가?

 

이 드라마가 컴퓨터 바이러스가 이후로 웹 상에 탄생한 가장 유해한 콘텐츠가 된 이유는 수도 없지만 대략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쉬헐크의 제4의 벽 돌파

마지막화에서 쉬헐크는 아예 쉬헐크 드라마 밖으로 나가 마블의 작가진을 만나고 결말을 수정한다.  

이 장면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쉬헐크가 한 번 이렇게 한 이상 쉬헐크가 MCU의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1) 결말이 마음에 안 들면 쉬헐크가 또 밖으로 나가 수정하면 되겠는걸?

(2) 쉬헐크는 이게 그냥 드라마/영화라는 걸 다 알고 있는데, 그러면 슈퍼히어로들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게 광대짓으로 보이지 않을까?

결국 쉬헐크라는 캐릭터 자체가, 관객과 영화 사이에 합의된 공상이라는 벽을 파괴함으로써 관객조차 영화에 이입할 수 없게 만든다.  마블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려고 하는 게 아닌 이상, 영화와 관객 간에 일정한 거리감은 필수적이다. 

관객이 어느 순간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잠깐, 토니 스타크가 아무 것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서 아이언맨 수트를 만들어 내는 게 말이 되나? 혈청 몇방울 맞았다고 헐크가 되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이건 그냥 가상의 스토리에 불과한 것 아닌가?' 라고 느끼게 만드는 순간 영화는 실패한다.  이제까지의 선배 MCU들이 기를 쓰고 유지하려고 했던 그 거리감을 쉬헐크는 마치 그딴 건 구세대의 구속에 불과하다는 듯 20분만에 간단하게 없애 버린다.  

이런 시도가 불쾌한 까닭은 이런 쉬헐크 작가진의 태도가 최근 영화며 게임산업에서 문제되고 있는, 기존의 전통과 팬층을 무시하고 자기의 사상을 우겨넣으려는 PC근본주의자들의 태도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생각은 없이 기존 작품의 유명세와 이름값에만 편승하면서도 그 기존 작품들이 구식이고 낡아빠졌다고 비웃으며 해체하기 바쁘다.  그러나 그 기존 작품들은 결국 실력 없는 본인들이 유일하게 기댈 언덕임에도 그렇게 기존 작품의 전통을 박살내 놓은 탓에 정작 그들의 작품은 전례 없는 쓰레기로 평가받기 일쑤다.  

이 XX 표정이 '우리가 드라마 조져놨는데 니들이 어쩔건뒈?에붸붸'하는 듯해서 더 열받는다. 문제는 아마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 문제는, 이렇게 관객으로부터 저질이라고 평을 받더라도 그들은 스스로를 '기존의 구태 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뭣도 모르는 대중으로부터 지탄 받는 고고한 창작집단'이라고 포지셔닝하면서 자신들의 역겨운 실태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쉬헐크>의 작가진과 같은 이들이 계속 등장하는 한 마블은 커녕 할리우드 상업영화에 미래는 없다. 

 

2. 기존 작품, 아니 본인들의 작품에 대해서조차 발생하는 몰이해

쉬헐크 제작진들이 기존 MCU 작품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지고 존중할 마음도 없다는 건 '제4의 벽' 사태는 물론, 8화부터 등장한 데어데블의 캐릭터를 기존의 캐릭터와 완전히 동떨어지게 구성했다는 점에서도 이미 충분히 드러난다.  

 

물론, 데어데블을 더이상 넷플릭스가 아닌 디즈니가 제작하게 됨으로써 기존 넷플릭스에서 방영했던 것과 같이 피와 뼈가 튀고 음습한 뒷골목의 공기로 가득찬 느낌의 데어데블을 유지할 수는 없게 됐다는 점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   여기서 사실 진짜 문제는 다른 작품에 대한 몰이해가 아니라 작가진이 본인의 작품에조차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본인의 추잡하고 1차원적인 사상의 프로파간다로 사용하고 작품으로 대하지를 않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우리가 TV 드라마를 보는 까닭은 그것이 나의 어떤 특정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동굴에 사는 박쥐의 생태학적 특성을 알기 위해서 <배트맨>을 보거나, 가족들 간의 치열한 암투와 음모극을 보기 위해 <모던패밀리>를 보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쉬헐크를 보는 사람들은 적어도 쉬헐크의 시원한 액션 또는 최소한 '법정 코미디물'을 표방했으니 최소한의 법정물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가 1화부터 9화까지를 살펴 보며 느꼈듯 이 9화 분량의 드라마에는 액션씬은 손꼽힐 정도고, 그나마도 나오다가 만다.  한 서로 두 합 정도 주고 받으면 끝까지 끝을 보는 게 아니라 '아 그냥 우리 이쯤에서 그만두자'라는 듯이 찜찜하게 대충 상황이 정리되고 끝이다.

 

법정 드라마는? 이 드라마의 법정씬 수준은 10년 전 보스턴 리갈 같은 법정극의 발끝에조차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물론 이건 길이 회자되는 명작인 보스턴 리갈을 비교대상으로 삼았기에 불공평한 비교일 수도 있겠지만) 유치하고 조악하다.  법정에서의 승리가 교묘한 변론이나 상대방의 허점 공략이 아니라, 대부분 멍청한 상대방의 실수 하나 또는 유력한 증인(찾기가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의 결정적 증언 한 방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작가진들이 드라마를 이루는 '액션', '법정물', '코미디' 그 중 하나도 똑바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라라랜드> 같이 헐리우드에서의 데뷔와 성장을 다루는 작품들을 보면 헐리우드에 진입하기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요새 헐리우드는 그냥 길바닥에 나가서 추첨제로 직원들을 채용하는 모양이다.

 

 

3. 그냥 재미가 더럽게 없는데다가 이입되지 않는 캐릭터들

 

이미 법정물로서도 액션물로서도 코미디물로서도 갈데까지 가버린 드라마라도 단순히 캐릭터의 매력만으로도 극을 끌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넷플릭스의 <리버데일> 역시 뒤로 갈수록 개판이 나는 드라마지만 확실하게 구분되는 개성있는(그리고 잘생기고 예쁜) 캐릭터빨과 자극적인 전개로 무려 시즌6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주인공 쉬헐크부터가 외관상 매력적이지도 않고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자꾸 화면 너머의 우리에게 말은 거는데, 그런다고 캐릭터가 친숙해 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제니퍼/쉬헐크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겠다.  제니퍼의 삶의 목적은 데이팅 앱에서 인기를 모아 잘생긴 남자를 후리고 다니는 것인가? 슈퍼히어로가 되는 것인가? 최고의 변호사가 되는 것인가? 일단 드라마 2화부터 9화까지 내내 데이팅앱 얘기에 잘생긴 남자 얘기만 주구장창 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 드라마 속에서 제니퍼가 뭘 하고 싶은건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잘생긴 남자 만나서 데이트하고 섹스하는 게 삶의 목표인가?

 

그렇다고 최고의 변호사가 되고싶어한다기엔 딱히 자신만의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한 것도 없고, 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쉬헐크가 아니었으면 그저그런 평범한 변호사였을 것임에도 드라마 초반 그녀는 자꾸 그녀 자신이 쉬헐크라는 걸 부정하고 싶어한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쉬헐크나 되었으니 스팟라이트를 받는 법조인이 됐지 그렇지 않았으면 그저그런 법조인 1로 남았을 것임에도 상당히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다.  심지어는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가 쉬헐크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먹는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녀의 이중적인 태도가 혐오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결론: 끔찍하게 실패한 자캐빨이

 

'자캐'라는 말이 있다. 보통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작품 속에서 만든 캐릭터를 뜻한다.  이런 자캐들은 작가의 사상을 작품 내에서 대변하기도 하고, 실제 작가 자신의 과거 모습 등을 자전적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상관이 없는데 작가가 이 자캐를 이용해 상상 속에서 정신적인 자위를 하려고 들면 문제가 된다.  인생이 빻아버린 쉬헐크의 작가진들은 아마도 평범하고 별볼일 없는 인물이자 매번 잘나가는 사촌 등에게 비교 당하는 제니퍼를 자신의 '자캐'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엄청난 힘을 얻고 남자를 후리고 다니며 업무에서도 당당히 성공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사람들도 자신의 자캐를 사랑해 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이유들, 그리고 이런 자캐사랑이 너무 티가 났던 탓에 드라마는 완전히 실패했다.  그것도 8화까지 그냥저냥 볼만한 드라마였다가 9화에서 급발진 자캐팔이를 하는 바람에 드라마 뿐만 아니라 이와 연결된 모든 MCU가 망가졌다.  이 어이없는 드라마의 결말때문에 쉬헐크가 등장하면 이야기가 무조건 적당한 해피엔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관객들이 학습해 버렸다.  '결말을 뜯어고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게 이미 소개됐기 때문에, MCU의 영화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렸다.  결말을 고칠 수 있음에도 고치지 않는다는 게 이미 말이 안되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할리우드며 미국 대형게임사들의 작가진들 수준을 두고 말들이 많다.  허구헌날 PC만 찾으면서 그렇다고 제대로된 이야기를 구성할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 아주 적극적으로 이런 견해에 동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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